[Review] 김광석의 그늘 아래에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성공의 조건
글 입력 2019.11.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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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2).jpg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기본적으로 김광석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다. 한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뮤지션의 음악을 뮤지컬에 사용하는 것은 확실히 상업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안전한 전략이다. 전설적인 밴드 아바의 노래를 바탕으로 창작되었던 뮤지컬 <맘마미아>의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러니까 시쳇말로 말하자면 못해도 본전은 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과거의 슈퍼스타들의 음악을 무대의 공간으로 소환하는 것이 성공적이지만은 않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과연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성공적으로 김광석의 노래를 뮤지컬로 만들어 내었을까? 오늘의 리뷰는 이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작성하려고 한다.

 

과거의 흥행했던 음악들을 뮤지컬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뮤지컬의 베이스가 되는 음악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향수와 그리움, 그리고 뮤지컬을 보러올 동인을 이끌어 낼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 맘마미아의 성공 비결을 생각해보자. 맘마미아는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꽤나 성공적인 실적을 올렸다. 그 비결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아바 음악을 즐겨 들었던, 그렇지만 지금은 중장년층이 된 소비자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내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 많은 조건들이 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명확하다. 하지만 아바의 음악이 그 정도의 영향력과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명확하다. 그렇다면 과연 김광석은 우리에게 그런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장 간단하게 김광석과 관련된 뮤지컬 시도를 찾아보면 확실하겠다. 해당 뮤지컬 외에도 <그 날들>이라는 제목으로 대형 자본과 유명한 배우들이 총출동하여 김광석의 뮤지컬적 재현이 시도된 적이 있다. 필자는 실제로 그 공연을 관람했었고, 어렴풋이 그 기억을 떠올려보면 엄청 커다란 공연장에서 당시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던 유명 배우가 주인공을 연기하는 모습이 떠오르고는 한다. 당시 흥행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서 검색을 간단히 해보았더니 총 500여 회의 공연에 관객 수 50만을 넘겼다는 기사를 찾아 볼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김광석이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가지고 있는 흥행력이 증명된 실례로 보아도 좋겠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비빌 수 있는 김광석이라는 언덕 자체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어느 정도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김광석1.jpg

 

 

뮤지컬적 재현의 두 번째 성공 조건은, 원 가수, 원곡이 가지고 있던 감성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사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핵심은 스토리도, 연출도, 배우도, 연기도 아니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 중 이 뮤지컬의 시놉시스를 읽고 너무 흥미로워서, 배우들의 연기가 궁금해서, 어떤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연극적인 시도가 이루어질까 궁금해서 찾아온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의 모든 관객들이 이 뮤지컬을 관람하겠다고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김광석의 이름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공연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김광석의 노래이다. 뮤지컬의 스토리도, 연기도, 연출도 모두 김광석의 노래가 돋보이기 위한 조연의 입장에서 사용되어야 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 곡, 원 가수가 가지고 있던 감성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뮤지컬이 성공적이었는지 성공적이지 않았는지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 지점이 원곡을 가지고 있는 뮤지컬이 마주하는 한계이기도 하다. 가수의 명성에 기대고 있기에 분명히 밑도 끝도 없이 망할 가능성은 확실히 줄어들지만, 그 만큼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예술적 성취의 가능성도 함께 줄어드는 것이다.

 

어쩄든, 확실히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김광석의 노래를 돋보이게 만드는 일에 성공했다. 뮤지컬의 플롯은 김광석의 음악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음악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다시금 김광석의 음악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회복하는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야기 내내 김광석의 음악에 집중하게 만든다. 또한 커다란 오케스트라나 MR을 활용하지 않고 공연 위의 간단한 키보드, 기타, 베이스, 하모니카와 같은 밴드 구성을 통해서 음악을 재현한다는 지점에서 김광석 음악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감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확히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리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위의 두 조건은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원본을 가지고 있는 창작물이라면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소위 ‘기본’이다. 예를 들어 원작을 가지고 있는 영화나 다른 미디어 창작물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원본을 가지고 있기에, ‘기본’만 잘 지키면 정말로 실패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패하지 않는다’를 넘어서 독창성과 예술성을 지닌 걸작의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보다 무언가 더 많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뮤지컬과는 조금 다르지만 걸작으로 평가 받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생각해보자. 압도적인 팬층을 지니고 있는 배트맨 시리즈를 그는 그만의 해석과 연출로 오리지널리티를 쟁취해 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었던 배트맨에 대한 놀란만의 독창적인 해석 작업이었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배트맨을 사랑했던 팬층에게도, 그리고 배트맨을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설득력 있고 재미 있게 다가 왔던 것이다. 익숙함과 독창성을 동시에 잡는 것이, 원작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원작을 능가하는 걸작의 조건이다. 이 조건은 얼핏 역설적이여 보인다.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원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원작의 영향력을 벗어나 있는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김광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김광석의 음악들이 가지고 있는 감성들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동시에 음악을 제외한 다른 뮤지컬의 요소들이 김광석의 음악에게 잠식당하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이 불가능 해 보이는 임무를 충족시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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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분명히 의견이 갈릴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조금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김광석의 음악을 제외시키고 보면, 다른 뮤지컬적 요소들은 독자적인 영역을 확립하고 있지 못한다. 스토리는 기존의 혜화의 많은 세속적 연극들에서 관찰되는 인생에 대한 교훈과 신파로 가득 차 있다. 연출 또한 기존의 소극장 연극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김광석의 음악이 돋보이는 만큼, 다른 요소들은 수면 밑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김광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상연 시간 내내 즐거워하면서 볼 수 있었겠지만, 그 이상을 성취하기에는 아쉬웠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혹평을 조금 하긴 했지만 여전히 나에게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관람했던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애초에 필자는 김광석의 열렬한 팬이기에 말이다. 그리고 기본을 잘 지킨 창작물을 관람하는 것은 항상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실패’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리뷰를 보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김광석을 좋아하는가? 꼭 한 번 관람하길 바란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가장 김광석다운 뮤지컬 -


일자 : 2019.11.15 ~ 2020.01.05

시간

11.15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11.30 ~ 12.29
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 오후 4시
일/공휴일 오후 4시
12.25 오후 4시
 
12.31 ~ 01.05
화/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01.01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SH아트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40,000원
 
기획/제작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김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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