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탕 [사람]

글 입력 2019.11.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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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들이 사탕처럼 와르르 쏟아져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던 장소였다. 그 날 점심 엄마께서는 할아버지가 오늘 돌아가실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본가로 내려가야 할까’ 하고 엄마께 물었다. 엄마께서는 대답이 없으셨다. 대신 아빠께서 말씀하셨다. 전화를 기다리라고.


어떤 전화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것도 하기 어려워서 그냥 낮잠을 잤다. 어쩌면 꿈에서 할아버지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할아버지들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손주들의 꿈에 나타나니까 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나타나지 않으셨고 나는 꿈 없는 잠을 잤다. 그 잠은 너무 달콤해서, 그때의 잠을 할아버지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니 하늘은 까매져 있었다.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근처의 벚꽃나무가 바람에 흔들려 벚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무들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신 이후 누군가를 기다리며 창문만 보고 계셨다고 했다. 문득 삶이 외롭게 느껴졌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떠올랐다. 외로움만 가득한 삶이라면 우리는 왜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이후 몸살이 나서 앓았다.


그곳에 앉아 다시 생각한다. 질문의 전제를 바꾸어 본다. 그는 외로워하며 혼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삶을 후회했을까, 아니면 뿌듯해했을까. 어떤 선택지를 고르더라도 아마도 어딘가 정말 슬프면서 행복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엄마를 종종 슬프게 했다. 반대로도 그랬을 것이다. 동시에 엄마는 할아버지랑 함께 해서 행복했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달콤쌉싸름한 삶이 그렇듯이. 와르르 떨어져 있는 사탕 같은 나뭇잎들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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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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