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초현실주의 자체로서의 삶을 살았던 예술가. 레메디오스 바로 [시각예술]

글 입력 2019.11.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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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메디오스바로(Remedios Varo)는 1908년 스페인 출생의 예술가로, 1963년 멕시코에서 사망하였다. 그는 ‘초현실주의적 삶’을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대 활동했던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데 비해 그의 작업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으며, 회화 작품에서의 세련된 색의 사용과 초현실주의적 형상들의 세밀한 묘사는 감상자를 압도시킨다.

 

 

캡처.PNG

작품과 고양이와 함께 있는

레메디오스 바로.

 

 

그의 인생 전반에 걸친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멕시코로의 이주는 그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주었으며, 그 이동의 과정에서 동료 예술가들과 많은 교류를 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앙드레 브르통과 같은 초현실주의를 선도한 예술가들과도 교류함으로써 예술적 식견을 넓혔다.

 

회화 작업뿐만 아니라 내적 탐구와 모색을 위한 글쓰기를 지속하였다. 그 글쓰기는 일기, 편지와 같은 일상적 글과 더불어 일종의 가상 레시피, 자동기술적 글쓰기와 같은 작업적 성격의 글도 포함된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소설들과 전통 설화와 모험담, 여행기 등의 환상적 텍스트에 심취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영향이 작업에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그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호모 로당스’라는 복합적인 예술 작업과 회화 몇 작품을 소개해보려 한다.

 

 

호모 로당스.jpg

호모 로당스, 1959, 판지에 구아슈

 

 

우선 ‘호모 로당스’는 그가 ‘유사학술논문’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했던 출판물의 제목이며, 그가 인류의 전인(前人)이라 주장하는 개념이다. 그는 이 개념을 발전시켜 조각을 만들기도 하고, 회화 작업을 했으며 다른 편지나 글들에서 이 개념을 언급하는 등 이 개념을 발전시켜서 복합적으로 예술 작업에 활용했다. 이렇게 한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식을 띠며 창작된 예술 작업들은 감상자에게 초현실주의적 상상의 공간을 제공하며, 이것이 사실인지/아닌지 혼란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혼란의 이유에는 뻔뻔하게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이 이 바퀴달린 전인, 호모 로당스라는 사실을 주장하는 레메디오스 바로의 능청도 한 몫 할 것이다. 이렇듯 일종의 능청스럽고도, 장난스러운 다만 가볍지 않고 진지한 그의 작업 성향은 회화에서도 드러난다. 화려하고 다채롭지만 조화로운 색의 사용으로 특유의 초현실적이고 동화같은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그림 속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그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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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1961, 캔버스에 유채

 

저글러, 1956, 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jpg

저글러, 1956, 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

 

채식주의자 흡혈귀들, 1962, 캔버스에 유채.jpg

채식주의자 흡혈귀들, 1962, 캔버스에 유채

 

 

그는, 초현실주의의 부흥의 중앙이었을 시기에, 또 ‘잘 알려진’ 초현실주의 예술가들과 교류하였지만 그들에 비해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그 ‘잘 알려진’ 예술가들과 그의 차이로는 레메디오스 바로가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예술 부흥의 중심지가 아닌 멕시코에서 주로 활동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당시로서는 비주류의 경계에서 활동했던 셈이다. “왜 지금까지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라는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의 유명한 글 제목도 다시금 상기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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