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땡스 포 쉐어링! [영화]

글 입력 2019.08.1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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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했던 아침, 볼 영화가 없나, 스트리밍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그냥 꿀꿀한 내 기분과 꿀꿀한 이 날씨를 달래주려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로맨틱 코미디 코너에서 우연하게 이 영화를 틀었다. 와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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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된 내용이 될 테니,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참고하길 바란다. 하지만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어도 이 영화는 볼만하다. 줄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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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기 전까지, 나는 내용도 모르고, 그저 나오는 이가 마크 러팔로와 기네스 펠트로라는 것만 알았다. 나는 배우와 감독을 믿고 영화를 보는 편인데, 이 두 명이 선택한 영화라면 중박은 치겠거니. 라는 생각에서 선택한 영화였다. (물론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것도 선택의 이유 중 하나였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다. 물론 내가 기대한, 밝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아니 사실은 로맨스라고 보기에도 조금 어폐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로맨스라고 보기에는 로맨스의 내용이 중심이 아니고, 코미디라고 보기엔 깔깔 웃기는 장면은 없다.

 

이 영화는 섹스중독자들의 이야기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섹스에 중독된 아담, 그를 사랑하는 피비, 의사이지만, 성도착증으로 직장도 잘리고 모든 것이 불안한 닐, 치유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아들에게는 나쁜 사람인 마이크, 모든 남자가 성적대상으로 보여서 번번한 친구가 없는 디디 이 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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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시작은 그들의 그룹 치료시간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섹스 중독자 모임에서 서로의 멘토, 멘티가 되어서 금욕을 하고, 그를 격려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한다. 각자의 사연은 다르지만, 모두 섹스에 중독되어서 현실 세계의 일들을 잘 해내지 못 한다.


치유가 된 듯 보이는 마이크는 사실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못 하는 바보이며, 사랑하는 이가 생겼지만, 그녀와 섹스를 하게 되면, 그가 지키고 있던 5년간의 노력이 무너질까봐 사랑하는 이와 섹스하지 못하는 마이크, 얼른 이 치료가 끝나서 그냥 빨리 이 감호가 끝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거짓말을 하고, 심지어는 다시 몰래카메라까지 찍어서 직장에서도 잘린 닐, 자신을 해할 것을 알지만, 그걸 참지 못하고, 전 남자친구를 찾아가는 디디, 모두 어딘가 잘린 듯 그런 모습이 보인다.


그러다가 그들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다시 그 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간 듯 보인다. 피비와 헤어진 후 다시 예전처럼 섹스에 미쳐있는 닐의 모습을 보면서 사실 두려웠다. 내가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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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서, 보는 내내 내가 생각이 났다. 나도 결핍이 생기면 뭔가로 채우려는 습관이 있다. 그들의 결핍을 섹스로 채웠던 것처럼 한 때의 나도 나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그 허함을 채우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그 것만 생각하고, 술로 나를 파괴하거나, 그런 것들이 나의 허함을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더욱 더 허함을 채우지 못했다. 근본적인 것이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마치 이 등장인물들처럼. 그들은 섹스로 위로 받는 것이 아니었다. 단순한 ‘도피’의 문제지.

 

주변이 정돈되지 않고, 치료에 집중하지 못하고, 원래의 허함을 채우는 방식을 계속하는 닐의 모습을 보고 내가 떠올랐다. 나도 많이 아팠던 시절에 주변을 정돈하지 못했다. 그럴 정신이 들지 않았다. 나의 머리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오로지 우울. 그리고 그 생각을 덮기 위해서 뭔가에 중독되어있는 모습을 보였다.


혼돈스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뭔가를 하더라도 마음이 허하니까, 주변이나 나를 채울만한 여유가 생기지가 않았다. 마음이 아픈 것인데, 나는 그 허함을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했다. 여기나오는 닐처럼, 나도 그랬다. 나의 경우 그 것을 커뮤니티나 핸드폰, sns 중독으로 그 갈망을 풀려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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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픔 자체를 들여다보기에는 싫으니까, 자꾸 다른 것으로 풀고, 나의 아픔을 바라보고 드러내는 일에 서툴고, 그 것을 감추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며 나를 꾸며내는 그런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비겁한 사람. 나는 늘 나를 숨기고 꾸며내는 일에만 능숙했지, 나의 본질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나같은 그런 사람으로 꽉 차있었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그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 가족이나 친구(디디와 닐은 친구가 된다!) 로 극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결말로 다가갈수록 그들은 오해와 불신으로 그들의 친구와 애인을 잃게 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 과정을 보면서, 또 한 번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친구나 애인으로 내 결핍을 채우려고 했다. 그들에게 기대면서, 그들이 나의 상처를 치유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그들이 나를 떠나가면 그 과정에서 좌절을 느끼며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곤 했다.


사람은 자신의 상처는 자신이 치유해야한다. 나의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면서, 그들이 책임져줄 것이라고, 그들을 상처 줘서라도 나를 떠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나중이 힘들어진다. 모든 것은 자신이 치유해야한다. 그 것을 남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결국 근본적인 치유는 힘들어진다. 나는 그 것을 너무나 늦게 알았다.

 

하지만, 내가 그 것을 깨달았다고 해서 그 것을 완벽히 실천하고 있냐. 사실 그 것도 아니다. 나는 아직도 남들에게 기대하면서 남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지금도 같다. 그래도 알기 전보다는 나를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나에게 집중하기라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한 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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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결말도 그렇다. 그들이 완벽히 치유되었냐? 라고 말한다면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이 완벽하게 치유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이 ‘비정상’인 것은 아니다. 정상과 비 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뭘까? 그냥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인정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 그리고 현재를 보았다.


결핍이 생겨도 괜찮아. 나는 이겨낼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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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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