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으나 느껴지는 기운

그것을 최대한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나의 임무임을 깨달았다.
글 입력 2019.06.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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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그것을 느낀다. 행복, 슬픔, 기쁨, 아픔.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는데 우리는 그 감정들을 기록하곤 한다.


나는 이상하게도 풍경을 보면 마음이 저릿하거나, 행복이 끝없이 차오른다던가, 찡하다던가 그렇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을 해보았는데, 모든 자연물은 살아 있는 한 매 순간이 성장이고 매 순간 성장을 위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자연의 기운을 기록하기로 했다.


그냥 대상을 ‘바라볼 때’와 대상을 ‘느낄 때’ 존재가 너무도 달랐다.


마치 그 대상의 온 몸에 감정의 촉수가 달려있어, 내가 나의 촉수를 뻗어 톡 하고 치면 나의 작은 접촉에 온 촉수가 꿈틀대며 움직이는 듯 하고, 흔들리며 움직이는 촉수들은 작은 바람을 일으켜 그 사람만이 지닌 향이 나에게 닿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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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이는 풍경>, mixed media on a small note, 2019



셀 수 없는 들숨과 날숨 중에 어떤 들숨에 그 사람의 향을 들이마신다. 사람 뿐만이 아니다. 자연물에 있어선 거의 다 그렇게 느낀다.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흔들리는 존재. 아름답다. 흔들린다고해서 약하다는 비난을 받지 않는다. 그저 바람이 불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몸짓으로 바라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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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풀, 바람, 물>, pencil on paper, 210x297mm, 2019



쓰다듬어주면 감춰두었던 진한 향기를 뿜는 레몬나무처럼. 나의 눈길로 쓰다듬으면 모든 식물들은, 꽃들은, 나무들은 싱그러움의 눈짓으로 인사한다. 그것을 느낀다.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화폭에 담는다. 바라보며 느낀 것들을 담는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자연물들. 그것들이 먼저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촉수들을 건드린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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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풀>, acrylic on canvas, 320x215mm, 2019



나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온 힘을 다해 그것들을 느끼며 바라보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인지 모르게 나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나한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힘. 감정이입을 더 잘 할 수 있는 능력. 그 능력들.


신이 내게 준 특별한 능력이라고 믿으며, 그 능력을 힘껏 사용하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살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산다.


나로 살아가야지. 하루하루 나의 눈길로 모든 것에게 인사하며 그것들이 보내오는 향을 힘껏 들이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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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흙, 풀, 물, 빛>, acrylic on canvas, 1200x1200mm, 2019


[이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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