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전시는 보통 스크린에서 봤던 익숙한 그 캐릭터, 그 세계를 다시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에서 '톤코하우스'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어서 어떤 전시일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새로운 작품세계를 알아가는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픽사의 주요 멤버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가 독립하여 2014년 설립한 스튜디오다. 이들은 <토이스토리3> <월-E> <몬스터 대학교> 등 픽사의 대표 작품에서 활약했던 멤버들로, 어찌보면 탄탄한 인적 배경을 갖춘 스튜디오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픽사에서 나와 새로운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일테다. 그만큼 톤코하우스만의 지향점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번 전시는 그런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는 전시였던 것 같다.

대표작 <댐 키퍼(Dam Keeper)>는 한국에서는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2015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전시에서는 <댐 키퍼>를 비롯한 작품들과 현재 작업 중인 작품, 교육사업 등 톤코하우스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댐 키퍼>, <댐 키퍼: 피그 이야기>, <뭄>, <오니>, <슬리피 파인즈>, <레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완성되었거나 앞으로 작업할 예정인 작품들이다. <댐 키퍼>와 같은 완성작의 경우 캐릭터 스케치, 피규어, 컬러스크립트 등 다양한 전시물이, 아직 제작 단계에 있는 영화들의 경우 기획서나 컨셉아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 내용이나 캐릭터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몰랐던 작품인데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이 즐거웠다. 이 캐릭터들을 보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귀여운 캐릭터, 독특한 그림체에 금세 맘을 뺏겼다. 따뜻한 빛과 거친 수채화같은 질감 등 톤코하우스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다.

제작 과정도 설명되어 있어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2층 스크리닝 룸에서는 <댐키퍼>, <뭄(Moom)>, <댐키퍼: 피그 이야기(Pig: The Dam Keeper Poems)>가 상영된다. 합치면 엄청난 러닝타임이 되기 때문에 다 보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작품이 너무 좋았다.

전시와 영화를 함께 감상하니 감동이 배가 되었던 것 같다.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영화와 전시를 충분히 느끼고 가길 바란다.

3. 교육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예술교육 프로젝트다. 전시장 한 켠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을 위해 기획된 워크북이 전시되어 있고, 곳곳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톤코하우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댐키퍼>도 전문가가 아닌 학생들과 협업하여 제작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이 스튜디오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 같다. 작품에 사회적 문제의식을 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와 함께하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스튜디오' 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외에도 한국 예술가들과 협업한 작품, AR 체험 등 곳곳에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굳이 '톤코하우스'나 '애니메이션'이 아니어도 예술가가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어떻게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전시이기도 하니 여유로운 주말을 활용해 방문해보길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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