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는 가난해져야 한다. - 연극 "명왕성에서"

연극 <명왕성에서>를 기다리는 5월에
글 입력 2019.05.0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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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비유나 배경으로 다루지 않고, 사건 자체와 희생자들의 시간을 전면에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여러 가지 기록물을 비롯해 416기억교실과 안산 하늘공원에 놓인 희생자의 부모, 형제, 친구, 선후배가 남긴 편지와 메모 등에서 발신된 언어들을 연극으로 재가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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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에서.jpg
 


<명왕성에서>가 다룰 명왕성



왜 하필 “명왕성”일까.


내가 아는 명왕성은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생 때인가에 갑자기 그 자격을 상실했다고 전해왔다. 그건 꽤 충격적이었던 일로 기억한다. 변함없이 흘러가던 지구과학 시간에 선생님은 더 이상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때 저 아득히 떨어져 외롭게 돌고 있을 명왕성이 불쌍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냥 행성으로 쳐주면 안되나?’ 작으면 얼마나 작다고 있던 애를 빼버리나 했다. 그렇게 내 새끼손톱이 나가버린 듯한 허전한 느낌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아주 잠시 그뿐이었고, 사실 지금까지 잊어버렸다. 그리고 이 연극의 제목을 보고 ‘아, 명왕성이 있었지.’ 생각난 것이다.



명왕성에서2.jpg

 

아이들과 사람들이 명왕성이 된 걸까?


명왕성은 태양계의 행성이었지만 태양계에서 떨어졌어도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 주위를 열심히 돌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일까? 계속, 계속해서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같은 자리에 있다고,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말하는 걸까. 그래서 난 명왕성이란 단어를 2019년에 다시 들었을 때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또 아팠다.


이 연극에서 명왕성의 의미를 혼자 짐작해보았지만, 연극을 보고 나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난 그 의미를 찾기 위해 19일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4.16으로 불릴 그날. 그때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 앞에 얼마나 가까이 서 있는 걸까.




우리는 조금 더 가난해져야 한다.



한 책 내용이 생각났다.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고 했다.


이야기한다는 건 항상 지나간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반성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하더라.


반성은 실패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성공한 사람들은 그 따위에 관심도 없고 과거를 변장시키거나 숨겨버리거나 할 뿐 옛날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잘살기 위해 사람들은 부끄러운 과거에 빗장을 걸었다. 그래서 모든 성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갔다고 한다. 부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아서, 가난한 자들만이 이야기를 들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야기를 좋아해서 가난해졌으므로.



 소설은 현실에 대해

숨겨진 과거로 저항한다.

사람들이 숨긴, 잊은, 잊으려 하는 과거로.


소설가는 반성시키는 반성가다.

그러기 위해 소설가는 실패해야 한다.

가난해져야 한다.



우리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차츰 식어가 눈길이 머물지 않더라도 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게 남겨진 우리의 책임이지 않을까. 우리는 나 자신을 포함한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을 위해 조금 더 가난해져야 한다. 빗장 걸린 과거를 폭로하고 반성해야 한다.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본 책에서는 소설가의 책임을 말하고 있지만, 이 말은 소설에만 국한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모든 예술을 하는 사람들, 진실을 밝히고 수면위로 떠올리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자처해서 가난해지려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그렇기에 나 또한 적어도 빗장을 걸고 숨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 한다.


*


오늘도 남윤철 강의실을 지난다.


학교 북악관 7층에는 세월호 사건이 있고 난 뒤 제자들을 구하다 숨진 남윤철 강의실이 생겼다. 한때는 국화꽃다발이 강의실 앞 책상에 숨차게 놓여있었다. 그때와 달리 이제 우리는 그 강의실 앞을 조금 덜 아프게 지나고, 들어간다.


하지만 5년이란 시간이 지나 무심히 지나치다가도 어느 순간은 그 이름 석자를 보면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는 건 때론, 우리가 우리도 모를 망각에 빠졌을 때 다시 깨어나게 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극단 코끼리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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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창단한 공동창작 집단인 극단 코끼리만보는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근현대사를 철저히 극장의 서사로, 극장의 언어와 문법으로 다시 바라보는 작업을 해왔다. 극단 코끼리만보는 '극장'이 습관적이고 일상적인 범주를 넘어서는 곳이라고 믿으며, 은유와 상상의 힘으로, 극장을 총체적 삶이 다시 일어나는 시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 총체적 삶 안에는 낯섦, 공포, 고통, 행복, 현재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하다는 깨달음, 그리고 현재를 넘어선 세계를 인지하는 즐거움들이 있다.


극단 코끼리만보는 연극이, 극장이 그런 낯섦과 일상 사이의 소통과 긴장을 제공하기를 소망한다.






명왕성에서
-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프로그램 -


일자 : 2019.05.15 ~ 05.26

시간
평일 19시 30분
토/일 15시
월 쉼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문화재단

주관
서울문화재단
극단 코끼리만보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10분





김현지.jpg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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