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

다르면서 같은 세계 문화 이야기
글 입력 2019.03.3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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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한 해외 펜팔을 지금까지도 계속 해왔다. 햇수로 따지자면 약 10년이다. 당시 같은 반이었던 친구의 권유로 우연하게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내 큰 흥미를 가지고 1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해오고 있는 셈이다. 직접 손으로 편지 쓰는 것과 이메일을 보내는 두 가지 방법으로 펜팔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일상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껏 많은 국가의 친구들과 서로 편지를 교환하고 이메일로 사진을 보냈다.


내 방 한 쪽을 차지하는 커다란 상자 몇 개에는 펜팔 친구들로부터 받은 정성스러운 편지와 여러 우표와 도장, 스티커가 붙은 아기자기한 소포들이 가득하다.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영국, 러시아, 폴란드, 스웨덴, 칠레,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등 각 나라의 친구들과 너무나 다르면서도 또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문화에 대해 생각하고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흥미를 가지고 인터넷이나 책을 뒤져 정보를 찾아가며 점차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 책은 우리나라 문화와 다른 여러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차근차근 비교/분석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크게는 동양 국가와 서양 국가가 왜 다른 문화양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특정 상황에 있어서 왜 상반된 행동을 보이는지, 타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이 가진 '특별한' 점들이라든지, 세계 각국의 오랜 전통이 깃든 흥겨운 축제에 대해서 저자 본인이 직접 겪은 경험과 더불어 여러 실험 사례, 설문조사와 보고서를 이용하여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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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의 문화와는 다른 타국가들의 문화양식이나 사고관이 참 재밌기도 하고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사람은 왜 부지런하고 불행할까?' 대목에서는 특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초/중/고/대학교에 이르기까지의 끝없는 학습과 경쟁, 대학 졸업 후 취직하기 전까지의 힘든 구직활동, 어렵게 취직하고 나서도 회사에서 고된 업무를 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버린 사람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절대 버틸 수 없다', '내 몸속의 70%를 차지하는 것은 수분이 아니라 커피다'라는 자조적인 직장인들의 격언까지 나오는 마당에, 저자는 한국을 휩쓴 '행복 찾기 열풍'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한다.


SNS와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다루며 일종의 유행처럼 번져나간 소확행, 편안하고 아늑해 안락한 상태를 뜻하는 휘게,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이라는 뜻의 라곰, 그리고 2018년 베스트셀러들인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대개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현재 순간에 집중하며 스트레스받지 말고 남들과 경쟁하기를 포기하고 평안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얻으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저서 중 '한국인들은 남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고 남들에게 멋있게 보이는 것을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불행이 반복된다' 구절을 보면 특히 한국인이 남들과 비교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스트레스와 강박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펜팔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때 교육이나 노동환경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 쓸 거리가 너무 많아져서 손이 바빠진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학생들, 그 때문에 매 순간마다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 직장인들의 상황은 또 어떤가, 대부분의 한국 회사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엄청나게 많은 업무량, 낮은 임금,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가 거의 필수불가결이다. 그 덕에 젊은 나이에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청년들. 그런데 그들이 SNS로 동기나 친구들이 좋은 차를 새로 사거나 나보다 더 잘 되는 것을 본다면? 결국 더 짜증 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우울해지고 스트레스받을 뿐이다.


내가 다른 수많은 펜팔 친구들과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으며 느낀 것은, 이 친구들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고, 남들과 비교하는 버릇이 없었다. 그냥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공부하기 위해 전공을 3번, 4번이나 바꾸는 것도 개의치 않았으며 입고 싶은 대로 옷을 입고 자유롭게 행동한다.


지난 여름 영국 런던에서 몇 주간 머무를 때에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옷을 입으며 행동하고 또 무엇보다도 화장하는 게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었던 영국 현지인들이 굉장히 부럽기도 했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좋은 점들을 개선하려는 의지 없이 난 행복해, 난 즐거워라고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보다 인간적이고 정상적인 삶을 지향하기 위해 타고난 인간성을 비판할 것만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관점에서도 노력해주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다른 나라의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 문화에 대해 흥미로웠던 사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
- 다르면서 같은 세계 문화 이야기 -


지은이 : 김세원


출판사 : 인물과사상사


분야
사회학 > 각국사회/문화 > 문화이론


규격
145×210


쪽 수 : 308쪽


발행일
2019년 03월 15일


정가 : 15,000원


ISBN
978-89-59065-16-5 (03300)






저자 소개


김세원


고려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21년간 『동아일보』 기자와 파리 주재 유럽 특파원을 지냈다. 한국 최초의 로이터 저널리스트 펠로로 프랑스 보르도정치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뉴욕주립대학에서 기술경영학 석사, 고려대학교에서 국제통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가톨릭대학교 글로벌인문경영 융복합전공 부교수,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는 글로벌 문화브랜딩연구소장 겸 아트인사이트의 고문으로 정부 기관과 기업,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삶의 목표는 K-스피릿을 전 세계에 확산하는 것과 동도서기(東道西器)의 구현이다. 판타지와 SF 영화 관람, 잡식(雜食)성 독서, 음주를 뺀 가무(歌舞), 이종(異種)의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세계화와 문화, 사회의 상호 영향에 천착해왔으며 역학(易學)과 천체물리학에도 관심이 많다.


「여성과 세계화: 국제기구에서 지식 이전의 윤리적 차원들」, 「습관, 자기통제, 사회적 관습: 글로벌 미디어와 글로벌 기업의 역할」, 「정치환경 변화가 국기(國旗)에 미친 영향: 구유고슬라비아연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사회 연결망 분석을 이용한 레퓌블릭 앙마르슈의 SNS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과 『문화로 세상읽기』, 『오싹오싹 흥미진진 요괴백과』,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지도로 만나는 세계 친구들』 등의 책을 썼다.



[김초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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