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시힐링 : 러빙빈센트展 (Loving Vincent Exhibition) [전시]

글 입력 2019.03.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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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빈센트전



17.11.09 개봉한 뒤 첫 주말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 40여만 명의 국내 관객을 단숨에 홀린 영화 ‘러빙 빈센트’ 총 제작 기간 10년, 세계 각지 선발된 125명 화가. 고흐의 화풍을 재현하여 직접 그린 65,000점을 이어 만든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展>에서 만날 수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원작 2점 공개! 빈센트 반 고흐가 직접 그린 미공개 원작 2+@ <꽃이 있는 정물화>와 양면 작품인 <수확하는 두 농부>, <강이 있는 풍경>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관람했던 전시는, 영화 <러빙 빈센트> 제작 과정 전시회였다. 영화 상영 없이 러빙빈센트 제작 이야기를 풀어낸 전시였다. 살짝 아쉬웠다. 사실 러닝 타임이 2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를 전시에 포함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지만 적어도 하이라이트를 담아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1. 관람자들



영화의 여운에 짙게 끌려서 전시회를 찾거나 볼만한 전시회를 고르거나(포토존 등), 빈센트의 이름 때문에 향유하거나 이 세 가지 이유로 관람자들은 티켓값을 지불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예매평을 살펴보자면 호불호가 갈렸다.



- 랍스터로 라면을 끓인 전시.


- 기대를 너무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별로였음.


- 이렇게 좋은 재료와 이야깃거리를

담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다


*


-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이 전시회가 굉장히 의미 있고

흥미롭게 느껴지실 거예요.

저는 강추합니다.


- 영화를 보고 가시길 추천합니다.

보지 않은 분들은 오디오 갤러리

대여하시는 게 도움 될듯합니다.


- 영화를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아주 만족스럽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네이버 - 예매자 리뷰>



대체로 아쉬웠다는 반응과 만족했다는 반응 두 부류로 갈렸다. 만족한 반응은 영화를 미리 보고 난 후에 감상한 반응이 대다수였다. 더불어, 영화를 미리 감상하고 가라고 추천하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가지 않아, 전시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고 생각해 영화를 봤다. (영화 상영이 끝난 지금, 네이버에서 1200원에 영화를 구입해서 볼 수 있다.) 러빙 빈센트 비하인드 에디션 봤는데 진짜 빈센트를 잘 모르는 사람이어도 재밌게 봤을 퀄리티다. 그냥 그림의 수준과 연출 등등이 흡인력 있었다. 필자는 전시 관람하기 전에 영혼의 편지를 읽었는데, 영화에서도 아는 얼굴, 작품, 배경이 나와 신기해하면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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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빙 빈센트>


영화 퀄리티는 훌륭하다. 인상 깊게 본 사람들이 있다면 전시에도 흥미가 갈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가 1200원, 비하인드 에디션이면 5000원 상당이다. 그에 반해, 전시회 티켓은 15000원이다. (현재는 프로모션 행사로 할인 중이다.) 전시회 티켓값이 영화티켓값보다 더 비싸다. 물론 상술한 예매 평을 살펴보자면, 영화를 보고 난 후 관람한 사람들은 대게 만족했다.


두 번째는, 볼 만한 전시회를 찾아서 온 관람자들, 단순 흥미나 포토존에 조명해서 온 관람자들이다. 대부분 관람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수익 대부분이 여기서부터 나온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더불어 자연스러운 바이럴 마케팅을 일으킨다. 전시를 많은 사람이 향유하게 만들기 위해선,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한다는 건 필수 과제다.


그렇지만 전시회를 볼 때, 눈에 크게 뜨일 정도의 임팩트가 없는 점이 아쉬웠다. 빈센트나 영화에 애정을 갖고 온 사람들은 몰라도, 그 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중간에 라이브 페인팅이라고 (점심시간이라 구경도 못했지만) 실제로 페인팅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렇지만 공간이 협소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기 어려운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사람들에게 이번 전시는 조금 미적지근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제일 중요할 수도 있는 포토존도(바이럴마케팅 필수 요인) 아쉬웠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공간이 그렇지 않은 공간보다 적었고, 그럴듯한 포토존도 없었다.


세 번째, 빈센트를 애정하는 사람들이다. 평소 빈센트를 흠모하는 사람들이라 충성도가 높다. 사실 1번과도 어느 정도 중복되는 관람자다. 당연히 영화를 봤을 것이고 관련 전시라면 당연히 찾아보고 갈 것이다. 그런데 제작 과정을 담은 전시다. 빈센트에 대한 설명은 초반 두 구역쯤이며, 나머지는 125명의 작가의 재해석쯤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빈센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작가들이 어떻게 재해석했는지,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 흥미를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본질적인 목적이 맞나? 빈센트를 보고자 먼 길 왔는데, 빈센트 얘기는 거의 없고 죄다 영화 얘기다. (물론 맞는 전시긴 하지만) 빈센트의 이름을 빌려 영화 한 편 홍보하는 홍보회 느낌도 난다.


애초에 빈센트란 인물에 대해서 궁금하게 된 계기도, 작품이다. 아무리 빈센트 작품을 재해석해서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했지만 그건 빈센트가 죽은 이후다. 빈센트의 망령이다. 열렬한 팬들의 본질적 목적은 결국 작품에 있다. 게다가 이 전시를 따지고 보자면, 빈센트와 그 작품들 > 작가들이 재해석하고 만든 영화 > 그 영화의 제작 이야기이다. 너무 멀리 돌아온 느낌을 받지 않을까? 원하고자 했던 감동, 기대한 감동을 그렇게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빈센트 생과 작품의 색다른 해석이라는 의의가 있을 것이다. 얘기하고 싶은 건, 영화와 의의를 충족 시 키에는 퀄리티가 다소 아쉬웠다.


홍보에 비해 전시가 조금 아쉬웠다. 물론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빈센트의 이름을 건 이상, 높아지는 기대감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점을 인지해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전시라는 게 단발성인 특성이 매우 강하다. 한번 값을 지불한 이상, 환불하기는 어렵다. 티켓값에 결코 아쉽다는 말이 한마디라도 나오지 않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고흐를 기대하면서 왔으니까.



2.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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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동선이 조금 아쉬웠다. 동선 중간중간에 구조물이 있어서 집중이 자주 깨졌다. 동선이 꼬여 종종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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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작품 공간에서, 등장인물을 간략히 소개하는 구조물이 있었다. 예쁘고 눈에 들어왔다. 다만, 회전되는 장치 때문에 너무 거슬렸다. 한 쪽에서 보려고 하면 반대편에서 이리저리 바꾸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대충 훑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림 보고 인물 보고 뒤에 설명 보고 하나하나 뒤집어야 한다. 몰려드는 인파에, 조급함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몰입해서 관람하다가, 구조물 하단 모서리에 다칠 수도 있었겠다 생각했다. 실제로 부딪힌 사람들이 꽤 됐다. 공간 가운데 있어서 보기에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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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존에서 조명 위치가 어긋났다. 빈센트 작품과 다른 작가의 작품을 나열해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작품의 정보나 제목을 보려고 하면, 작품 그림자 때문에 제목을 볼 수 없었다. 가까이 가고 나서야 제목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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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러빙 빈센트> 메이킹필름 틀어주는 구역이 있다. 메이킹필름임에도 효과나 연출, 배우, 의상 하나하나가 재밌었다. 영상과 별개로 구조가 조금 아쉬웠다. 의자 등 앉을 구조물을 놨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서서 보느라 되게 힘들었다. 게다가 공간 위치가 전시에서 다른 전시로 넘어가는 위치에 만들어놨다. 협소한 공간에다가 유동인구가 많으니까 영상을 지켜보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종종 화면을 가리며 지나갔으며, 소음 또한 그대로 투과됐다.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통로에 천막 같은 것을 씌워놓으면 소음도 차단될 수도 있고 말이다. 회전율을 빨리 돌리려는 느낌은 여기서 더 심화됐다.

                  
별개로, 메이킹필름 연출이 훌륭했다. 그림에서 배우로 배우에서 그림으로 전환, 오버랩되는 순간 너무 전율이 일었다. 좀 더 영상 존을 강조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저 구조적 문제와 별도로, 전 구간에 전시했던 작가들이 재창작한 그림을 차용해서. 대표작들만 작가들의 작품 - 배우들의 연기로 오버랩되는 영상 매체를 몇 개 전시했으면 훨씬 더 드라마틱 하고 역동적인 전시가 되지 않았을까? 관람자들의 관심도 더 끌고 말이다.


그리고 영상에서 살펴봤듯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 영화에 공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전시 콘셉트에 맞게 ( 제작 과정 ) 옷을 영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듯 보여주는 게 아니라, 화려한 옷 몇 개만 샘플로 전시해놔도 홍보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3. 감상



전시 중, 빈센트 작품들은 진짜 황홀했다. 사실 해바라기, 자화상, 별이 빛나는 밤에 등등을 제외하고 고흐에 대해 별 감흥 없었다. 불운의 화가, 정신이 조금 이상한 사람, 비운의 천재쯤으로 여겼다. 책과 <러빙 빈센트>를 보고 편지를 읽고 그러면서. 사실은 고흐가 그렇게 이상한 괴물쯤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냥 그 시대상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할 존재였을 뿐, 동생 테오와도 수없이 교류하고 나름의 탄탄한 철학을 지닌, 미술 신념도 지닌 의사소통 가능한 사람이었다. 사람은 어떤 존재와 진정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고 믿을 때, 가까워지고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작품을 보는 순간, 안쓰럽고 외로웠던 그 등을 쓰다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전시를 보면서 내내 감탄했다. 고흐는 물감으로 빛을 칠했다. 붓 터치 하나하나가 비늘 같았다. 인어의 비늘. 해양생물이 그 비늘이 대양을 헤엄칠 때 막 열리고 움직이잖아? 그렇게 살아 숨 쉬는 느낌이었다. 따지고 보면 비늘은 투박하기도 하고 직선적인 느낌이 강한데 움직일 때는 유려하게 움직인다. 내겐 고흐의 그림이 그런 느낌이었다. 때로는 독불장군처럼 여겨지고 사람들과 그렇게 잘 적응해서 지내지 못했어도 그런 성격은 작품에서 둥글게 나타난다. 그가 갈구했던 소통이 오롯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 고흐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비로소 작품을 느낄 준비가 되었나 보다.


한가지 찬양을 더 읊자면, 그 소통의 느낌은 스토리를 불러일으켰다. 전시회 중간에 빈센트와 작가들 그림 비교해놓은 코너가 있었다. 어떤 느낌이었냐면 작가들 그림은 현대적이고 예쁘고 인공적이며 획일화된 아름다움? 교과서 같은 그런 느낌이라면 빈센트는 투박하고 뭔가 아귀가 잘 안 맞는 느낌이 나지만, 흡인력 있었다. 사람을 홀리는 그림이었다. 나열된 두 그림의 인물이 똑같이 나를 직시했다. 작가들의 그림은 예쁘다는 감상, 빈센트는 어느 순간 상상의 나래를 불러일으켰다. 그 인물에 대해 궁금하고 더 알고 싶어진다. 스토리텔링. 머리와 옷, 표정, 배경, 빛이 왜 이럴까? 포즈는 왜 이럴까? 감상으로 끝나는 단발성이 아니라, 뭔갈 더 상상하게 되는 연속성을 지녔다. 솔직히 유명 작가들에 대한 찬양을 접할 때마다, 비약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노골적으로 작품을 비교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모조작품이 어떤 건지 한눈에 들어왔다.

그건, 고흐의 작품 하나와 작가의 작품 하나를 비교해서 그렇다. 영화 <러빙빈센트>를 봤을 때, 125명의 작가가 협업한 결과물이 날 전율하게 만들었다. 필자는 고흐의 붓터치 하나하나가 숨쉬는 비늘 같다고 상술했다. 125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은 <러빙빈센트>의 비늘들이었다. 왜, 전시를 관람한 사람들이 영화를 꼭 보라고 권했는지 알겠다.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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