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파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3월 31일까지 개최된다. 국내 최초로 파리시립근대미술관의 중요 소장품으로 구성된 순수 회화전시로, 입체파의 대표 작가와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입체주의는 너무나 잘 알려진 작가 피카소가 대표하는 화풍으로, 서양미술사에서 큰 의의를 차지한다.

19세기 말 사진의 등장을 통해 사진과 다른 회화의 기능을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현대미술이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인상주의를 거치며 작가의 주관성에 대한 개념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입체주의에도 적용된다. 입체주의는 기본적으로 자연의 형태를 기하학적 형태롤 환원한다. 이 때 다수 시점에서 사물을 관찰하여 작가가 주관적으로 2차원의 ‘타블로’로 재조합한다. 사진이 복제의 기능을 담당한다면, 입체파를 통해 그림이 사진보다 대상의 본질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미술사에서 새로운 관점을 소개한 입체주의는 이후 절대주의, 미래주의 등 다른 사조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며 서양미술사의 혁명으로 자리잡는다.

조르주 브라크, 여인의 두상, 1909

41x33cm, 캔버스에 유화

Georges Braque, Tête de femme, 1909

© Georges Braque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입체주의의 유래는 후기인상주의의 폴 세잔에서 시작한다. 형태를 주시했던 작가 세잔의 “자연의 형태는 원추, 원통, 구형으로 나눌 수 있다.”라는 주장을 통해 대상을 입체적 구조로 파악하는 입체주의의 이론적 근거가 등장한다. 이후 입체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진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첫 번째 입체주의 회화로 본다. 입체주의의 기원이 된 이 작품을 보면 다시점을 통해 앞, 뒤, 옆면을 한 화면에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입체주의’라는 용어는 또 다른 입체파 작가 브라크가 개인전에 출품한 <에스타크 풍경>이라는 작품을 보고 야수파 화가 마티스가 “작은 큐브덩어리”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이 전시를 본 루이 복셀이 “브라크는 형태를 경시하고 풍경, 인물, 집 등의 모든 물체를 기하학적 도식, 입방체(Cube)로 환원하고 있다.”고 평문을 남기며, 다음 독립전에서 입체주의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입체주의 화가들’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큐비즘 미학이 확산된다.

입체주의는 원시미술의 영향을 받은 화풍이기도 하다. 원시미술을 통해 시각적 형태에서 개념적 형태로 접근하는 방식을 적용하게 된다. 그러나 입체파 화가들은 작품에서 드러나는 획일화된 여성의 표현이나 비서구문명에 대한 멸시적 표현이 문제가 되어 현대적 관점으로 봤을 때 비판의 여지가 상당하다. 전시를 관람할 때 이런 관점을 참고하면 더욱 깊이있게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페르낭 레제, 거울 앞의 여인

1920, 35x27cm, 캔버스에 유화

Fernand Léger, Femme au miroir, 1920

©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는 국내에 잘 알려진 피카소와 브라크뿐만 아니라 확장된 큐비즘 미학인 오르피즘의 대표 작가 소니아 들로네. 프랑스에서 사랑받는 기하학적 입체파 작가 페르낭 레제 등 다양한 입체파 작가의 작품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입체주의 미술을 총체적으로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