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레드문 전반부​ 탐사자의 주절주절, 레드문 할로윈 패스티벌

글 입력 2018.11.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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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레드문 전반부​ 탐사자의 주절주절

레드문 할로윈 패스티벌


나(24세, 취미: 욕실문 잠그고 불끄고 혼자 욕조에 앉아있기)와 동행자(23세, 취미: 소수만이 즐기는 카드게임하기)가 처음 패스티벌 현장에 도착했을 때 느낀 감정을 한마디로 서술할 수 있을까. 평소에 즐겨보지 않은 문화였다. 그래서 더 새로운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나는 피칠갑을 한 빨간망토 복장을 뒤집어 쓰고 바나나맨과 핫도그맨을 구경했다. 바나나맨은 얼굴에 피칠갑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뭐지? 썩은 바나나를 암시하는 것인가? 핫도그맨 옆에는 세균맨이 있었다. 둘은 친구처럼 보였다. 뭔지 모르겠지만, 전위적이군요. 10월 27일 세기말을 맞이해 일탈을 즐기는 코스튬 플레이어가 쏟아져나왔다.


물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귀신이 무덤에서 튀어나오는 날에는 모순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탈은 대부분 즐거움을 낳는다. 금요일이 왜 불타고, 그 시간에 홍대 클럽은 미어터지는가? 일탈이 짱이기 때문이다. 빡빡한 요일들 사이에 할로윈이라는 명분은 똑같이 일탈을 부르는 파티음악과 적절히 믹스된다. 레드문 패스티벌은 그런 분위기에 딱 맞게 파티장을 제공했다. 중간에는 계속해서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한쪽에는 매우 잘 꾸며진 포토존이 세워져있다. 구석 구석마다 패션 브랜드가 있었는데, 가격이 꽤 쌌다. 그냥 옷을 사러 오는 의도가 있어도 충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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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보통 즐긴 패스티벌과 비교해보자면, 전반부 타임은 '할로윈 축제'스러움은 다소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컨셉에 맞춘 음식코너가 있었으면 달라졌을까 싶다. 나는 뭐가 되었건 맥주를 팔았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일탈을 위한 여러가지 요소가 갖춰져있으면서 왜 가장 중요한 것은 빼고 말았는가? 하여튼 할로윈 분장을 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지만, 특별한 콘텐츠가 있다기보다는 다양한 매장을 구경하고 공연을 보러온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 패스티벌에서 할로윈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주는 것은 한켠에 마련된 포토존과 관객들의 코스튬뿐이었다. 포토존의 퀄리티는 꽤 높았고, 중간중간 분장을 해주는 곳이 있어 재밌었지만 그 외에는 '할로윈'스러움이 부족한 감이 있었다. 게다가 분장소는 편하게 받기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할로윈'을 컨셉으로한 패스티벌의 정체성이 잘 유지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반부 타임에 대한 감상을 주절주절 늘어어놓은 것이다. 나는 늦은 저녁까지 있다 갔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메인 타임인 '밤'시간이 어땠는지는 잘 모른다. 팝업 스테이지는 기분좋게 주변을 구경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메인스테이지와 비교해 존재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런데 주변 리뷰를 휙휙 둘러보니 진짜는 밤이었더라 하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런... 개인사 때문에 허겁지겁 나와야했지만, 부디 다음 핼로윈 파티피플은 나와같은 일이 없길 바란다.


그리고 한가지 더 조언하자면 부디 꼭, 분장하셨으면 좋겠다. 나는 경미한 노출증을 앓고 있는 빨간 망토를 했는데, 추운 것과는 별개로 그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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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광고사진 조커..당신은 틀렸어...

이 패스티벌에서 술은 마실 수 없어...



메인 스테이지는 좋았다. 정말 좋았다. 나는 이렇게 큰 곳에서 EDM을 들은 적이 없다. 기껏해봐야 사운드클라우드나 클럽이나 패스티벌에서 들어본게 전부였다. 화려한 화면(누가 영상 디자인했는지 궁금하다)과 빵빵한 사운드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세기말로 몰아 넣었다. 사람들은 세상이 끝난 것처럼 방방 뛰었다. 나와 동행자는 뒷쪽에 앉아 가만히 EDM을 들었다. 아래에 내려가서 뛰어 놀 수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굽 높은 신발을 신었다. 찐따처럼 보여서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아래에서 방방 뛰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고, EDM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여기서 다시 언급하고 싶다. 왜 주최사는 맥주를 팔지 않았는가? 맥주만 있었다면 이 날의 유흥은 5배로 뻥튀기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물론 술을 마셔야지만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EDM에 취하는건 아니더라도 맥주 한잔 정도는 괜찮잖아? 레인보우 패스티벌 때처럼 사람들에 치여 음식을 받기 어렵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게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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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EDM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번 패스티벌은 내게 EDM 입덕하는 계기가 되었다. TOYO의 공연은 레인보우 패스티벌로 만나본 적 있지만, 약소한 세트장에서 듣는 것과 거대한 스테이지에서 듣는 것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DJ도 큰 무대에서 좀 더 흥을 잘 타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 패스티벌 이후로 내 사운드클라우드에는 EDM이 가득하다. 나는 한때 빌보드를 강타한 데이비드 게타의 음악을 조금 들어본게 전부인 문외한이었는데, 이번 패스티벌을 계기로 EDM이 어떤 매력이 가지는지 조금 알 수 있었다.


제시나 승리, 선미를 보기 위해서 온 공연이지만, 사실 기억에 제일 남는 것은 GROOVY ROOM의 공연이었다. 너무나 놀랍게도 94년생이라는 그들의 실력에 나는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들의 음악은 대사가 없는데도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고, 노래를 부르지 않는데도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부분이 지금까지 왜 EDM에 큰 관심이 없었는지를 이해하게된 점이다. EDM은, 진정한 '라이브'의 영역이었다.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함께 즐기는 음악이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EDM의 매력을 몰랐던 것 같다.


이와 별개로 메인스테이지의 공연은 정말 굉장했다. 구태여 하나하나 언급하지 않아도 내가 애당초 기대하고 갔던 가수들은 충분히 역량을 보여줬다. 그리고 관객들도 그에 맞춰 반응했다. 역시 선미, 역시 승리, 역시 제시라고 이야기하면 충분할까. 전반부보다는 갈수록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아티스트로서 좌중을 압도하는 이들을 더이상 아이돌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묶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곳에 나온 가수들은 이미 한번의 변태를 거친 이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즐거운 패스티벌이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패션쇼, 훌륭한 메인 공연, 거기에 할로윈 분위기 한스푼. 이것이 이번 레드문 패스티벌에 관한 내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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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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