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함 속의 따뜻함 서울시향 ‘정명훈의 영웅의 생애’

글 입력 2014.02.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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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이 2014년 새해에 야심차게 내놓은 로맨틱 클래식 시리즈의 첫 번째 정기공연 ‘정명훈의 영웅의 생애’가 1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다. 작년에 이어 올 한해 서울시향이 보여줄 레퍼토리들이 공지되었고 그 범위의 깊이와 화려함에 모두가 기대하는 가운데 첫 무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1부의 시작을 알리는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은 선율의 움직임이 유니즌으로 움직여 전체적인 통일감을 주는 곡이었다. 목관과 스트링의 대치로 선율을 반복, 부각시켜 끝내는 절정으로 끌어내는 베토벤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가운데 리드미컬한 부분의 출현으로 분위기 반전이 이루어졌다. 전 오케스트라가 통일된 하나의 음을 연주하며 포르테로 치닿기 무섭게 트럼펫의 팡파레가 무대 밖에서 울려 퍼지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는 그녀가 처음으로 동양악기를 솔로악기로 내세운 작품이며 생황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중국의 생황 연주가 우웨이의 연주를 접한 후 작곡한 곡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생황이 17개의 관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우웨이의 생황은 37개의 관과 개량된 서양식 키를 가지고 있어 동서양의 특징을 절충하였다.


연주를 시작하기에 앞서 특별히 오늘 연주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녹음하여 음반으로 발매가 된다고 하여 청중들로 하여금 더욱 긴장과 집중을 이끌어냈다. 적막 속에서 울려 퍼진 생황의 연주는 화음연주가 가능한 생황의 특징을 살려 음을 한 층씩 쌓아 올림과 동시에 현악기의 하모닉스가 그대로 받아 연주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현대적 기법과 어우러지는 생황이란 악기의 놀라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나 서양악기를 동양악기처럼 사용하여 묘한 어울림을 주는 패시지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궁중음악에서 곡의 시작을 알리는 박과 같은 음색의 서양악기를 보며 눈앞에 있는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단이지만 청각이 느끼는 것은 동양의 소리였기에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또한 피아노 인사이드에서 울리는 잔향과 멀리서 들려오는 현악기 소리의 조합은 생황소리의 모방인 듯 들려왔다. 우웨이의 열정적인 연주는 모든 이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으며 다시 한 번 듣고자 청하고픈 무대를 만들어주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Op.40>는 다른 작곡가들이 어느 영웅을 상징하여 작곡한 곡과는 다르게 자기 자신을 영웅에 반영한 작품으로 그 웅장함과 관악기에 잔뜩 힘이 들어간 오케스트레이션은 음악의 청자 또한 그를 영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압도하였다.


서울시향이 보여준 이날의 연주는 쉽게 즐길 수 있는 레퍼토리가 아니었던 만큼 남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호흡이 하나로 이루어져 청중에게 와 닿은 그들의 교감과 표현해낸 연주는 실로 웅장했지만 그들이 그동안 지나온 음악인생과 함께한 시간들을 느끼게 해준 따뜻한 연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주를 한껏 즐기고 돌아가는 길, 왠지 또 하나의 영웅을 만나고 온 기분이다. 글 · 변현정




출처 - 음악저널







[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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