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게 바로 현실이다, 웹툰 < 아기 낳는 만화 >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1.1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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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과,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일 모두 초등학생, 중학생과 함께 하는 일이다. 이로써 키즈카페에서 시작한 교육/보육 일은 미취학 아동, 초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방학마다 틈틈이 고등학교 가서 강의했던 학과 설명회까지 해서 전 연령을 겪어보게 되었다. 키즈카페 일은 주로 미취학 아동을 돌보는 일이 많았다. 반년 가까이 하면서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고등학교 학과 설명회는 여학생들이었고, 언제나 40명을 웃도는 인원에, 2시간 남짓으로 끝났기 때문에 애로사항이라 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을 대하는 방법은, 미취학 아동이나 고등학생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특히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들이 노는 것을 보면, 정말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성교육이다. 특히 남자 아이들이 정말 심한데, 학원 수업시간에 성적인 농담들을 서슴없이 하고 성적인 단어들을 내뱉는다던지, ‘게이야!’ ‘변태야!’ 같은 장난을 친다던지 하는 모습들을 보며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지만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와 같이 잠깐 만나는 선생님이 아니라, 공교육 차원에서 진행해야 하지 않나싶다. 아이들에게 ‘성’이라는 것이 웃음거리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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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중 발견한 웹툰이 있다. 이미 <시크릿 가족>이라는 성교육 웹툰이 있긴 하지만, 네이버의 베스트 도전 만화, 즉 정규 웹툰이 아닌 아마추어 웹툰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과, 교육만화의 비주얼 때문에 이미 화려한 그림체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힘들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규 웹툰으로 편성되어 있고, 귀여운 그림체, 그리고 소소한 유머코드를 가진 웹툰이 신규로 등록되었다. 바로 <아기 낳는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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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화려한 다른 웹툰 사이로 귀여운 그림체가 보여 눈길이 갔다. 자세히 보니 제목이 아기 낳는 만화였다. 육아일기나, 아이 키우는 만화도 아니고 아기를 ‘낳는’ 만화라니, 호기심에 클릭해 보았다. 성교육 중에서도 특히 다루지 않는 부분이 바로 임신의 과정이다.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임신을 숭고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그 험난한 과정들은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여성들 보다는 아이가 어떻게 뱃속에서 커가는지에 대한 영상만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임신 전 까지는 남성, 여성 모두 아이를 낳는 과정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필자는 중학교 3학년 즈음, 기술 가정 선생님께서 ‘출산할 때 질을 찢어서 넓히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도 출산의 고통이 너무 커서 찢은 줄도 몰랐다.’는 말을 하셨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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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낳는 만화>가 또 좋은 것은, 임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깨줄 뿐만 아니라, 직접 경험한다면 충격적인 사실들을 미리 알려준 다는 것도 좋다. 환경호르몬이나, 기타 화학적인 성분들에 노출이 쉽기 때문에 불임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것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수정으로 바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 역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화목하고 행복한 이미지만 보여주는 미디어를 접하면 절대 모르는 사실들이다. 신혼부부는 모두 아이를 갖고, 어떤 난관 없이 행복하게 아기를 임신한다.

 웹툰에서는 시험관 수정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림이 귀엽기 때문에 큰 거부감 없이 읽지만, 실제로 광경을 보게 된다면 좀 거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자의 말마따나 ‘돼지가 돼서 교배당하는 느낌’이라는데, 아무리 아기를 위한 일이라지만 수치심 하나 들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프라이빗하게 진행되는 병원도 많다고는 하지만 실제 아무런 정보 없이 겪었다면 황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단 이런 정보들은 접하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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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것, 친한 친구의 일화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웹툰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아기 낳는 만화>는 사실적인 단어들과 상황들을 보여준다. 정확히 말하면, 교육용 웹툰이라던가, 출산장려의 느낌이 아니라 정말 일기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보다 더 소소한 재미가 있는 일상툰의 느낌에 더 가깝다. 그래서 더 매력을 느낀다. 비교하자면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여탕보고서’의 귀여운 버전이랄까. 벗고 있는데도 하나도 야하지 않는 느낌. ‘자위’ '정액'을 말하지만 부끄럽다거나 ‘이 웹툰 왜 이래!’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일상툰에 가까운 웹툰 형식의 장점이기도 하고, 작가의 능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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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웹툰을 보다보면 여성들의 임신이 꼭 필수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임신을 강요당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던 이전 시대와 달리, 요즘엔 그런 고리타분한 가부장적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느낀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특히 많은 발전이 이뤄진 것 같다. 베스트 댓글, 일면 베댓도 그런 종류의 댓글들이 많이 달린다. 여태껏 나도 아기는 무조건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가벼운 생각이 임신을 쉽게 보아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혹은 아직 부모세대에서부터 내려온 옛날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웹툰과 함께 댓글들을 보면서 잠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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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이 웹툰의 독자층은 여성들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직접 내 배가 아파 낳는 일인데,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관심이 많은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 만큼 남성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계속해서 필요할 것이고,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들의 올바른 성 가치관을 세우기 위해서도 다양한 차원의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아기 낳는 만화>와 같은 문화콘텐츠들이 이에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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