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와비사비 삶으로 초대합니다

와비사비 라이프
글 입력 2017.12.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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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늘 나의 ‘와비사비’ 세계에 독자들을 ‘초대’할 예정이다. 책을 읽고 나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나부터 먼저 솔직해지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잘 썼다고 칭찬 듣는, 말만 번지르르한 그런 글이 아닌 투박하지만 나의 소소한 삶이 담겨 있는 그런 감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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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와비사비는 ‘완벽하지 않은 것을 귀하여 여기는 삶의 방식’, ‘유행에 뒤처진 낡은 공간이나 물건에서 평소 무심히 지나쳤거나 과소평가했던 순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와비사비를 집에서부터 실천하자고 했다. 집은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이어야 했고 나를 정리할 시간, 혼자서 사색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집은 나를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가족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나의 방은 우리 가족의 창고로 변하고 있었다. 심지어 가스비를 아낀다며 방 보일러도 중단해버려 겨울철에 들어가면 발이 시려서 10분 이상 머물지 못했다. 이런 공간이 나를 위한 공간일 리가 없다. 하지만 내 방을 제외한 거실, 부엌, 동생 방, 안방 곳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찾을 수 있었고 그 흐름 속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보며 행복함을 느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물건을 많이 사지 않는 것도 있지만 오랫동안 같은 물건을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정감 가는 일이다. 중학교 때 새로 장만한 식탁은 아마 부서질 때까지 계속 우리집에 존재할 것이고, 그 공간에서 우리는 수많은 세월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벌써 10년이 다 되가는 식탁의 닳은 모서리를 볼 때마다 오늘도 잘 살아가고 있구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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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사회에 있는 가정 중 하나로 무소유나 미니멀리즘은 사실 먼 이야기이다. 그러나 작가가 언급했듯이 와비사비는 황량할 정도로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따스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물건들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이것이 바로 우리 가족의 집이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집, 집 주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집, 그리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집이다.



[초대, 함께 시간 보내기]

 중국인 친구 할머니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집에 가니 이미 식탁 위에는 반찬들과 밥이 놓여져 있었다. 채소반찬으로만 이루어진 3개의 접시들이 나와 있었고 이가 빠진 밥그릇에는 할머니의 마음이 담긴 고봉밥이 얹어져 있었다. 중국어 사투리가 심해 할머니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밥을 먹는 내내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 걸 보면 할머니의 정성이 담긴 마음이 나에게 전해져서 인 것 같다.

 우리 아빠는 친구들 혹은 동료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빠가 손님들을 데리고 오는 날에는 우리 집에 비상이 걸린다. 엄마의 주도로 나와 내 동생은 청소하기 바쁘고 책상 정리와 눈에 거슬리는 물건들과 옷을 치우기에 급급하다. 그렇게 아무도 모를 고생을 하고 손님들이 우리 집에 오면 식탁 위에 집에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리고 손님들이 떠나면 아빠는 골아 떨어지고 언제나 치우는 것은 엄마와 우리들이었다. 과연 이게 초대일까 싶었다. 진짜 우리 집 모습도 아니었고, 그런 자리는 항상 불편했으며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내가 경험한 2가지의 초대가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 초대의 본질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을 다한 초대와 마음을 다한 것처럼 보이는 초대는 확실히 다르다. 책을 읽으며 나는 과연 초대다운 초대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언제나 상대방에게는 잘 보이고 싶고, 부족한 점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나에게 나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내 개인적인 공간을 개방적인 공간으로 바꾸고 있는 그대로를 알려줄 수 있을지 아직도 의문이다.

 그래도 조금의 희망이 있는 것은 무조건 집에 친구를 부르는 것이 초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덴마크인들이 아무리 바빠도 친구와 혹은 동료와 함께 커피시간을 보내며 오롯이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이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남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그리고 함께 얘기하면서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 상대방이 나와 동등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초대의 본질적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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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

 11월 말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떠났다. 이유는 인도네시아 친구가 놀러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그 친구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길거리 음식점이었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더니 그 친구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우물쭈물 얘기하며 길거리 음식점인데 괜찮냐고 물어보며 위생상태는 안 좋은데 맛은 좋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단골집이라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아마 그 친구는 자기 나라의 좋은 점만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일상 속의 한 부분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나는 그의 ‘초대’에 진정으로 응한 것 같아 즐거웠다. 음식을 다 먹고 후식까지 먹은 후에야 그는 ‘아, 이게 행복이지’ 라는 말을 달았다. 맞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바로 이게 행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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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먹었던 Soto tank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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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사먹은 코코넛 밀크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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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마신 귤 코코넛 주스


 꾸미지 않은 소탈함, 나의 스타일대로 보내는 나날들 이것이 바로 소소한 행복이자 우리의 삶을 주로 이루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다. 프랑스에서는 ‘그게 인생이지’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뜻이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 흘러가는 대로 가다보면 오히려 더 즐거운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 ‘와비사비’는 이런 소소한 행복을 얘기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행복. 불완전하지만 포용할 수 있는 삶, 아름다움이 무르익어가는 세월의 과정,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등이 다 포함된다.
 

지극히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을 보고
지극히 평범한 것에서
마법 같은 기적의 순간을 만들 것,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사색하며
정돈된 삶을 살 것 (pg. 258)


 길지 않은 글, 투박하지만 편안해 보이는 사진들이 담긴 책을 보며 내 자신부터 돌아보게 되었다. 간혹 내가 경주마라도 된 것처럼 앞만 보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 있다. 그럴 때마다 잠시 멈춰 주위를 살펴보며 지극히 작은 것에서부터, 평범한 것에서부터 마법 같은 순간을 발견해야겠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내가 소소한 행복을 지켜나가고 나를 위한, 그리고 너를 위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모두 이 책을 읽고 와비사비 삶의 꽃을 피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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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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