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쨌든 막은 오른다 :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12.1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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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뒤면 나의 3학년 2학기가 끝난다. 대학 생활 삼 년을 마무리 하면서 나는 치열하게 살아왔던 이번 년도를 생각했다. 약 11개월 전 나는 ‘3학년’이라는 이름에 대한 외부의 시선들을 느끼기 시작했다. 스펙을 쌓아 두어야 한다고, 이제는 취직 준비를 해야 할 나이라고, 미래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할 나이라고, 3학년은 말그대로 ‘사망년’이라고들 했다. 나의 새내기 시절에는 생각도 못했던 22살이라는 무게가 나를 짓눌렀고, 나는 그것을 지탱할 힘을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일들에 도전해야 했다. 아마 나보다 앞서서 더 큰 무게를 느낀 선배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랬기에 청춘의 아픔, 취준생의 우울함, 인생의 무기력함 등에 대해 다룬 책, 음악, 영상들이 대거 나온 것이겠다. 이런 주제에 겨우 공감했던 나는 어느새 그것을 보면 눈물부터 흘리는 나약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들의 아픔에 대해 다룬 콘텐츠들은 많았다. 물론 마음 깊이 공감되는 내용의 콘텐츠들은 가득했지만, 그 중에서도 나에게 실질적으로 위로가 되었던 것은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였다. 제목부터 좋았다. 평범한 삶이 아닌 특별한 삶을 살아야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남들과 똑같지 않고 더 빛나는 삶을 살아가라고 하는 말들을 매일 들어와서 그런걸까.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말 그 자체로도 마음에 안도를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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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의 주인공은 한 평생 찬란하게 살라는 뜻의 이찬란이다. 찬란이의 나레이션으로 웹툰이 진행되는데, 그 생각대로 세상을 읽다 보면 찬란이가 어떻게 일상을 의식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하고 싶은지 아닌지’가 아닌 ‘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모든 행동을 결정하고 조금의 여유로움이라도 참을 수 없는 찬란이는 그녀의 이름이 의미하는 찬란한 삶이 아닌 평범한 삶을 지향한다. 매일 바쁘고 열심히 살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찬란함이 아닌 평범한 삶인 것이다. ‘평범함’은 사실 누군가에게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 노력하는 이들에게 찬란하게 살라는 사회의 요구들은 어쩌면 무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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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렇게 한가하지 못합니다.”


 이 웹툰이 진행되는 공간은 연극부실이다. 평일 아침 아르바이트를 가고 빽빽한 하루를 보내다가 주말에도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찬란이의 하루에는 연극이라는 것이 들어설 틈도 없었다. 그리고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인간관계라면 아예 차단해버리는 그녀에게 동아리는, 그것도 연극 동아리는 한가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되었을 것이다. 찬란이를 신입부원으로 들이기 위해 노력하던 부원들에게 찬란이가 한 말은 너무 슬프게도 “한가하지 않습니다.”가 아닌 “한가하지 못하다”였다. 자발성의 유무에 따른 ‘안’과 ‘못’의 차이에서 찬란이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도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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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게 그렇게 들렸거든.
나 지금 숨 막혀요.
숨 쉬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찬란이에게 도래는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선사하고자 한다. 나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이라. 참 낭만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누군가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준 것이 처음이라고 말하는 찬란이에게는 더욱 더 특별할 수밖에 없겠다.



어쨌든 막은 오른다

 
 연극을 올린 적이 있었다. 비록 배우는 아니었고 뒤에서 일을 했었지만, 연극의 신비로운 힘과 여러 사람들의 땀과 노력을 느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그러나 찬란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는 취업률을 높인다는 이유로 연극부 정기공연을 막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 동아리도 폐부를 앞두고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연극이 이렇게 터부시 돼도 되는 걸까. 아니, 그 전에 취업률 향상을 위해 학생들의 문화활동에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그렇다면 대학교는 취업 준비 기관인가? 웹툰 내 전제되어 있는 이 상황들이 현실과 다를 것이 없어 씁쓸해졌다. 엄마 아빠 세대에는 대학가요제도 있었고 연극, 노래 등 문화 활동을 하는 동아리들도 많았다고 들었는데 같은 대학생인 우리들은 왜 취미로 연극을 올리는 것에서도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지, 청춘을 즐기라고 조언하면서도 막상 숨 쉬는 법은 왜 잊게 만드는지 그 본질적인 이유를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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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이를 포함한 연극부원들 유, 도래, 시온, 혁진이 모두 상처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찬란이가, 도래가, 유가, 시온이가, 혁진이가 있다. 우리는 찬란하지 않다. 아직 나만의 숨 쉬는 법을 찾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보고 찬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우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존중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청춘들이 위로를 받고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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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웹툰은 24편 정도가 나와있으며
아직 완결되지 않은 작품이다.

연극의 결과와 그로 인한
찬란이의 삶이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외친다.


"어쨌든 막은 오른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까마중

  
[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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