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괴하지만 매력적인 백진스키의 작품들 [시각예술]

글 입력 2017.11.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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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산한 겨울밤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 있다. 바로 즈지스와프 백진스키(Zdzislaw Beksinski)의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보고 있으면 기괴함, 음산함, 황량함, 고독함 등의 부정적인 수식어들이 떠오른다. 정교하게 그려진 시체와 황폐한 건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마냥 공포스럽지만은 않다. 기괴한 동시에 환상적인 분위기 또한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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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진스키의 작품이 이토록 어두운 이유는 그의 생애와 시대 배경을 보면 알 수 있다. 백진스키는 폴란드 출신이다. 그는 세계 제2차 대전으로 인해 암울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당시 폴란드는 나치의 침공으로 독일과 소련의 통치를 받았다. 통치 과정에서 나치는 폴란드 국민에게 야만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무방비 상태의 시가지나 적십자 건물에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으며, 기차와 피난민 행렬에 비행기 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폴란드는 큰 인명 피해와 재산 손해를 입었다. 나치의 문화예술품 강탈과 파괴로 인해 문화적 손실이 있기도 했다.

  나치는 폴란드 내에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를 만들어 유대인들을 감금·학대하고 학살하기까지 했다. 당시 수용소 인근에서 생활했던 백진스키는 잔혹한 현장을 자주 목격했다. 폴란드의 몰락과 잔학무도한 나치를 보며 백진스키는 공포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는 전쟁의 아픔을 느끼면서도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자신의 작품 속에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죽음과 공포, 영적인 세계, 사후세계가 표현된 것이 대부분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간들도 일반적인 사람 형상이 아닌 형태로, 전부 괴기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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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아픔을 겪은 후에도 백진스키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내가 죽은 뒤 아들이 자살해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에는 우울증에 걸렸고 폴란드 최고 화가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을 때도 시상식장에 가지 않았다. 그는 자기 자신을 고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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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진스키는 작품의 제목을 짓지 않았다. 그는 제목을 지음으로써 자기 작품이 어떠한 상징에 국한되는 것을 피하려 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작품이 우울증을 나타낸 그림으로 해석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때문에 그는 누군가가 자기 그림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때면 불편해했다. 자신의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며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불태워버리기도 했다.

 또한 백진스키의 작품은 초현실주의적인 경향이 강하지만 그는 자기 작품이 초현실주의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그의 작품은 그저 유년시절의 기억과 감정이 담긴 그림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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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진스키는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건축학을 전공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 중간에 포기하고 사진 작업으로 전향했으나 그의 건축 능력은 매우 뛰어났다. 그의 회화 작품을 보면 정교하게 묘사된 건물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그가 건축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건물을 입체적이면서도 정밀하게 그릴 수 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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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건축뿐만 아니라 회화, 조각, 사진 작업까지 다방면으로 능한 사람이었다. 드로잉 작업도 진행했는데, 볼펜과 잉크, 파스텔을 이용해 인간을 반추상적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표현했다.

  위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의 머리들은 이상하게 크며 땅에 붙어있다. 왼쪽 끝을 보면 의식이 없는 해골의 형상이 보인다. 무언가에 얽매어 있지만 그 끝은 파멸임을 알려주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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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진스키는 주로 에로티시즘과 인체의 특별함을 소재로 하여 그림 그렸다. 위 그림을 보면 여자와 남자의 나체가 혼합된, 자웅동체와 비슷한 인간이 다이너마이트를 들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얇은 혈관과 거미줄이 부패된 몸을 감싸고 있으며 여러 장신구들이 줄에 붙어 있다. 까마귀의 지시에 따라 다이너마이트를 잡고 걸어가는 모습은 당차보이면서도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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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화에서도 그의 특유의 화풍이 드러난다. 음산한 동시에 신비스러운 느낌이 든다. 특히 영롱하게 쓰인 파란색이 눈을 사로잡는다. 백진스키는 파란색을 참 예쁘게 쓰는 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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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작품들은 백진스키의 전성기 작품들이다. 전쟁으로 인한 파괴, 죽음, 도시의 황폐함이 표현됐다. 그는 색채 대비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빨강과 파랑이 같이 쓰인 작품은 전쟁의 암울함을 나타내며, 주황과 무채색이 쓰인 작품은 억압된 의식을 의미한다. 또 고 채도를 사용해 불안감과 공격성을, 저채도를 사용해 고독하고 쓸쓸한 백진스키 자신의 내면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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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진스키는 우울한 감정과 트라우마를 작품에 담아내 기괴하지만 매력적인 그림을 창작해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생애와 시대 배경이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아픔이 작품에서도 충분히 느껴진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그가 불행하고 고독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본다. 기이하면서도 몽환적인 그의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았고 그는 환시 미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그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전해 줄 것이다.





참고문헌

이수정, 「즈지스와프 백진스키 작품세계에 나타난 색채특성연구 - 환상적 시기의 색채특성을 중심으로-」, 신라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학위논문, 2017.
황령경, 「즈지스와프 백진스키 작품에 표현된 조형적 특성을 응용한 아트 메이크업 및 네일아트 디자인 제안 연구」,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 학위논문, 2015.
김용덕,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인들의 눈에 비친 독일」, 『독일연구』 제5호,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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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바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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