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rt-Incite ⑤ 코끼리 [기타]

Incite v. 감동하다, 선동하다
글 입력 201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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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7월 5일 인도 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직도 왜 인도였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국제워크캠프’ 중 2주간 인도 고아 주(주요 도시로는 뭄바이가 있다) 근처의 시골에서 나무 심고 벼 심는 프로그램 신청으로 비롯된 첫 혼자 여행이 시작되었다. 캠프 일주일 전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코스의 시작인 뉴델리에 도착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일지 몰라도 인도에서의 일주일이란 그 어느 한 달보다 에피소드가 많았다. 그 중 나에게 있어서 엄청난 사건은 자이푸르에서 코끼리를 체험을 한 것. 인도에 코끼리가 있는지도 몰랐고 ‘코가 손’이라는 동요 가사에 나오는 정도의 관심이었지만 정확히 이때부터이다. 첫 타투를 코끼리로 새기리라 다짐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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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주고 등에 타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다리 한 쪽을 품에 안은 것이 전부다. 생각보다 높았고 꿀렁거리며 앉아있는 것이 꽤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밥을 주면서 마주친 눈의 깊이와 다리에 손을 올려 그 두께를 느끼는 순간, 그 당시의 코끼리는 나에게 탈출을 말했겠지만 나는 코끼리가 되고 싶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나도 코로 밥을 먹고 싶고 큰 귀를 펄럭거리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생에는 아프리카의 자유로운 코끼리로’가 인생의 모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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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할 때마다 유투브의 코끼리 영상을 보며 위로받고 엄격한 심사로 코끼리 인형들을 데려오고 주위에서도 책상에 올려놓는 조그만 아이들을 선물로 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해치는 코끼리에 불을 지르는 영상과 코끼리의 가죽이 사람 몸에 좋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중국 어느 지방에서 가죽이 벗겨진 코끼리 시체들이 쌓여있다는 기사를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코끼리로 태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많이 접하고 같이 생활하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하는 결과에 다다랐다. 그래서 태국 행 비행기부터 결제했다.


 코끼리 관련 검색을 하다가 ‘코끼리 보호소(Elephant Natural Park)’가 치앙마이에 있다는 것을 봤다. 서커스에서 보이는 동작들은 물론이고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것 또한 코끼리들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정보와 함께, 이런 곳에서 학대당하는 코끼리들을 구출해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치료도 해주며 보호하는 곳이라고 안내되었다. 반나절 체험, 하루 체험, 일주일동안의 자원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시간 때문에 자원봉사는 못하고 예약을 늦게 해서 여행 기간 중 하루 체험도 겨우 신청했다.


 그리고 2017년 11월 21일 태국 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드디어 벤이 호스텔 앞에 왔으며 캠프장으로 이동하는 시간 동안 영상을 틀어줬다. 그 영상에는 기본 주의 사항과 캠프를 만든 이유, 보호소로 데려오기 전 코끼리의 상태와 살던 환경을 보여줬는데 생각보다 심각했다. 코끼리는 새끼를 중심으로 어른들이 주위를 보호하며 무리 생활하는 데, 어릴 때부터 길들이기 위해 밀렵꾼들이 무자비하게 보호하고 있는 어른들을 총으로 모두 쏴 죽이고 새끼를 데려간다. 가둬진 새끼는 밧줄로 완전히 포박해놓고 사람들은 그 밧줄을 당겨서 서커스 등에 필요한 행동을 학습시킨다. 이 과정에서 다치는 코끼리는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가둬져서 죽기만을 기다리고 이 과정에서 보호소가 돈을 지불하고 데려와서 치료시키고 자유롭게 무리에 속하게 한다.
 

 프로그램 장소에 도착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먹이 주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하루에 8시간 동안 먹는 코끼리는 먹이를 주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 같이 다닌 코끼리는 5살 수컷 럭키, 40살과 50살의 암컷이다.(보통 코끼리의 수명은 70-80살이다.) 주위 어떤 곳으로 눈을 돌려도 코끼리 무리가 평화롭게 있어서 ‘정말 천국이 이런 풍경 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도토가 있던 아프리카 코끼리 마을의 직원이 되는 꿈을 다시금 다짐했다. 체험 후 쓴 일기이다.


 드디어 만났다. 제대로. 원 없이 만지고 원 없이 같이 있었다. 하지만 코끼리들과 생활하는 그 옆에 현지 가이드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먹이 주며 같이 걷는 게 그렇게 에너지 소비가 심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프로그램 진행시간 동안 어느 곳으로 고개를 돌려 봐도 코끼리 가족들이 선크림(흙)을 바르거나 누워서 꿍싯거리고 있는데 정말 천국에 온 것 같았다. 나는 먹이를 잡기 좋게 주느라 정신없었지만 사진 찍힌 것을 보니 코로 먹는 럭키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마치 그 코끼리 포켓몬 마냥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강에서 코끼리에게 물을 부어주는 것도 했는데 큰 여자 코끼리가 코에 물을 머금었다가 푸우 뿜으면 무지개가 만들어졌다. 애초부터 럭키는 들어가자마자 마이 웨이로 강 밑 부분으로 혼자 놀러갔고 다른 한 명도 진흙을 바르러 올라갔다. 남은 한 명과 그 가이드가 럭키를 꾸역꾸역 끌어왔다. 가기 싫은 럭키는 막 올라타고 울어대고 먹이를 코로 안 받아 먹고 바로 입을 벌리고 막 그런다. 눈꺼풀이 엄청 촘촘하고 길어서 그 비올 때 중국 여배우의 눈꺼풀 우산처럼 그렇게 되는 게 너무 신기했고, 피부를 만질 때 두꺼워서 스윽스윽 소리도 영적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뒷모습이 킬링포인트 인 건 당연했고 꼬리 생긴 게 공작의 깃털과 비슷했다. 발도 신기했고 모든 부위를 자세히 뜯어보기는 처음이라서 정말 신성한 시간이었다.

 문득 코끼리의 거구를 내 나약하고 먼지 같은 육체로 마주했을 때 그 위압감이 있지만 부드러웠다. 입을 꿈뻑 꿈뻑 거려서 무언가 나에게 말을 하려는 듯 했지만 울지 않았다. 그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한 번 밖에 못 들었다. 그래도 그 소리가 동물의 왕국의 것이랑 같아서 만족했다. 점박이와 하얀 부분이 햇빛에 탄 것이고 아프리카 코끼리와 아시아 코끼리의 차이점도 배우고 진짜 자원봉사를 하면 얼마나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할지. 아, 일단 영어부터 하자.


 왜 이런 일기를 문화예술 페이지인 이곳에 기고하는 지 엄청난 의문이 들 것이다. 이 글을 읽어 내려왔다면 정말 이상하고 독특한 취향이라 생각할 것이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취존(취향 존중)’이라는 결론을 맺을 것이다. 현재 각종 매체를 비롯한 곳곳에서 일어나는 썰전의 해답을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이건 이 문제, 저건 저 문제로 치부해버린다. 그리고서는 서로 상처만 남기고 일단 헐뜯기 바쁜데 그래서 결론이 뭔가, 뭘 말하고 싶은 것인가. 페미니즘, 혐오 등 얼마 전부터 뜨거운 감자인 주제들에 옳고 그름을 논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가. 그 결론이 내려진다면 내가 코끼리로 태어나고 싶은 것도 부탁한다.


 어떤 사람의 의견이 옳은 것도 아니며, 어떤 사람의 행동이 나쁜 것도 아니다. 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잘못된 것도 있겠지만 정상참작이라는 제도도 있지 않은가. 이런 목적 없는 비난이 스트레스 해소 창구로 여겨서 재미를 느끼는 것만이 나쁜 것이다. 더욱이나 생명을 향한 것이기에. 생명이라는 존재는 어떤 것에든 기호를 취할 수 있고 생각이란 것도 할 수 있다. 그런 본능적인 행위에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그에 반하는 의견은 냅다 헐뜯으며 자위하는 행위는 상담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저 ‘취존’하며 ‘이런 사람도 있구나.’하면 되는 것을. 그 사람이 지금 내 옆에 누군가이다. 그리고 이런 수 만 명의 누군가가 모여 각자의 기호에 맞춰 살아가고 경제와 예술 등을 만들고 문화를 이루어 어떤 한 사회를 이룩한다. 그러니 명심하자. ‘취향(趣向) 존중(尊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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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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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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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셜스튜핏
    • 12기 에디터 손진주입니다.

      코끼리! 저도 여행갔을 때 구경한 적 있습니다. 제가 바라본 코끼리는 지혜롭고 가족적인...음..살아있는 돌석상같은 거였죠. 에디터 님이 써내려간 코끼리는 제가 바라본 코끼리와 비슷하면서 많이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에디터님이 써내려간 코끼리는 우직하고 단단해 보이는 모습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인 것 같습니다. 닮고싶은 대상은 결국 내 안에 조금씩 존재하는 또다른 모습이라고, 에디터님도 단단하면서 곧지만 또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ㅎㅎ... 참 주제넘은 말이었는데 글을 읽는 내내 '취향존중'을 외치는 에디터님을 읽으면서 코끼리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코끼리는 우직하면서도 여유롭고 관대한 모습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내가 꿈꾼 코끼리'와 '취향존중' 이라는 두 주제를 자연스럽게 연결한 것이 이 글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성찰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로 끌고온 점도 독자의 텐션을 잘 끌고 온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소 글의 분배에 있어서 '취향존중'이라는 주제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갑작스럽게 주제가 바뀐것이 아쉽습니다. 이런 부분을 잘 조절해주신다면 더욱 흥미로운 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래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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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nnabeED
    • 12기 에디터 류승희 입니다.

      지은님, 글의 결론 중 사회의 다양한 썰전 가운데 몇몇 목적없는 비난은 스트레스 해소 수단일 뿐이라는 대목에 매우 공감했습니다. 저도 비판과 비난은 구분되어야 하며 사회에 대한 고함과 개인의 감정풀이 역시나 달리 해석돼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던 부분입니다. 코끼리에 대한 섬세하고도 개인적인 감정 및 외모묘사에서 이어져,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취향을 존중해야한다는 결론까지, 지은님만의 개성있는 깊은 사색의 흐름이 잘 드러나는 글이였습니다. 강단있는 문체 역시 글에 집중할 수 있었던 요소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마지막 결론으로 가기까지 글이 약간은 급박하게 진행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썰전과 취향에 대한 부연설명이 추가된다면 더욱 풍부히 글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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