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성애 웹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4.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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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웹툰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나 역시 그 중의 하나이다. 지금은 4개 정도의 플랫폼에서 일주일에 150개 정도의 웹툰을 보고 있다. 웹툰을 보는 시간은 나에게 하나의 취미생활이며,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접하고 작가의 애정과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고마운 시간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시간 때우기용이었던 간편한 컨텐츠가 어느덧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각을 전하는 창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나만의 취향을 넘어서 더 넓고 더 새로운 웹툰의 매력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새로운 웹툰을 탐색하던 중, 얼마 전 우연히 BL장르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웹툰 장르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면 남자 간의 동성애를 다룬 Boy Love의 줄임말인 BL과 여자 간의 동성애를 다룬 백합 장르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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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레진코믹스에서 연재중인 박지연 작가의 <모멘텀> 중 한 장면


 내가 보았던 작품은 나에게는 꽤나 흥미롭고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웹툰을 볼 때 선호하는 부분 중에 하나는 인물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손을 어떻게 펴고 쥐든 어색하지 않은 비례적인 그림체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이 좋았었다. 줄거리의 개연성이나 작품의 채색에서도 회차마다 메인 컬러가 변하는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고, 전개에 있어서도 인물의 표정 변화에 주목하는 부분이 작품의 분위기와도 꽤 잘 어울렸기 때문에 보는 내내 오랜만에 새로운 매력을 지닌 웹툰을 찾았다는 마음으로 즐거웠다.

나에게는 로맨스 작품 속 주인공들의 성별이 남자라는 것도, 그 둘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과정과 연애를 하는 모습도 문제되지 않았다. 그저 사랑하게 된 사람의 성별이 자신과 같은 성이었을 뿐이고, 연애하는 모습도 우리 주변의 흔한 연인들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괜찮은 작품을 찾았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때였다. 반응이 굉장히 다양했는데, ‘너 그런 거 좋아했었어...?’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사람부터 ‘도대체 그런걸 왜 보는데?’라는 반응까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장르를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우연히 이 작품을 접하기 전까지는 감히 발을 들여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동성애자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그에 대한 컨텐츠에 대해서는 굳이 소비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그나마 통용되고 있는 동성애 컨텐츠란, 아이돌 팬픽이나 수위가 높은 소설과 만화이기 때문에 취향의 문제가 크게 작용하는 분야로 인식되는 부분도 한 몫 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내가 접한 작품 이후로 BL장르의 몇 작품을 더 둘러봤는데, 확실히 자극적이고 변태적인 요소를 줄거리 개연성 없이 마구잡이로 남발하는 작품들이 굉장히 많았다. 아마 이런 부분이 평상 사람들에게서 장르에 대한 일반화된 특성으로 작용하는 듯 했다. 확실히 이 장르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아니라면 이런 부분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성애에 관한 웹툰 중에서도 상식선에서는 예측불가한 수많은 성인 컨텐츠들이 심심찮게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동성애가 이성애와 같은 수준의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 때문에 동성애적인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좋은 작품성과 참신한 개성을 지닌 작품들이 주목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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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문라이트>와 영화 <아가씨>의 영화 포스터


과거에 비해서 확실히 동성애에 대한 비판적이고 차별적인 인식은 개선되고 있다. 그에 따라 다양한 대중매체에서의 인식 판도 역시 달라지고 있다. TV에는 많은 유명 할리우드 스타의 커밍아웃 소식이 적잖게 들려오며,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연예인들의 당당한 커밍아웃과 활동소식이 방송된다.

최근에는 동성애를 다룬 퀴어 영화들의 개봉 횟수 역시 늘어나고 있으며, 작품성과 화제성 모두를 가진 영화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최근에 화제 되고 있는 영화 <문라이트>는 흑인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로 영화계에서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기도 하며 화제가 되었었다. 내 지인에게서도 ‘<문라이트>를 보며 연애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애정 어린 감정을 동성애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인식. 대중매체가 갖는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4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은 <아가씨> 역시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모습을 보이며, 꽤 보수적인 편에 속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문화에도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었던 작품이었다.

 
이렇듯 각종 대중매체에서도 작품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동성애 컨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바람이 웹툰에 역시 닿기를 바란다. 편견 어린 시선으로 닿는 것조차 꺼리는 것이 아닌 무심코 꺼내들 수도 있는 그런 장르 중의 하나가 되길, 그래서 단지 동성애라는 이유의 색안경으로 좋은 작품들, 개성 있는 작품들이 묻히지 않고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역시 동성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BL이나 백합에 관한 장르에 대해 많은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문화매체에 있어서 더 넓고 다양한 시각이 편견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서 기존의 대세적인 방향성과 다른 개성 있고 참신한 작품들이 주목받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정종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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