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폰스 무하,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展

글 입력 2016.12.2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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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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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예술의 전당으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예전에서 하는 전시를 자주 보러 간다. 예전에서 하는 전시회들은 아무래도 거장들의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티켓의 가격이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예전에서 하고 있는 오르세전을 볼까 렘피카전을 보러갈까 고민하던 중에 알폰스 무하전시가 오픈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중학생 시절 타로카드가 유행하면서 친구들과 몇번 구경하러 갔었었는데 카드가 참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마 그 시절의 타로카드는 내가 처음으로 접한 아르누보 양식이었을 것이다. 흔히 아르누보하면 덩굴식물 모티프와 구불구불하고 유연한 선으로 장식된 철제 난간, 섬세한 꽃무늬의 반복적인 패턴, 긴 실루엣의 여인의 이미지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각국의 예술 중심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아르누보는 세기 전환기의 시대적 요구와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일종의 예술운동이었다. 당시 기존의 예술을 거부하고 모든 분야에서 새롭고 통일적인 양식을 추구하고자 한 당시 진보적인 미술가들의 도전이었다. 그런 미술가들 중 아르누보 양식으로 많이 알려진 알폰소 무하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망설임없이 무하전을 보러갔다.




“대중의 감각을 자극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그들을 깨우기 위해서,
예술가는 유혹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이번 전시는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로서 무하가 성취한 업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총 6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무하의 생애와 경력을 간략히 정리하고 그가 여러곳에서 생활하면서 무하 스타일의 기초를 세우는데 영향을 미친 요소들을 정리해놓았다. 이 부분에서 무하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뒤로 갈수록 무하 스타일의 주요 요소(연극적, 서술적, 순차적 표현들)를 보여주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무하의 업적을 소개하고 있다. 1880년부터 이어진 체코 풍자 잡지에 실린 만화와 삽화를 포함하여 무하의 파리거주 이전 작품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 관련 연구들에 따라 디자인된 책과 잡지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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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는 더 많은 대중을 계몽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일하러 가는 그들은 멈춰 서서 포스터를 보게 될 것이고,
정신적인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거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전시장이 될 것이다.”




알폰소 무하는 확실히 다양한 상업적인 장르에서 활동하던 미술가였다. 그가 파리 광고판에 선보인 [지스몽다] 포스터는 즉시 대중의 찬사를 받았다. 그 이후로 무하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대표주자로서 명성을 확립하게 된다. 연극, 향수, 담배, 철도 서비스 포스터, 과자각 포스터 등 실생활에서 무하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순수미술에 끝나지 않고 다방면에서 노력하는  무하의 작품들로 인해 대중들이 예술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삶 자체가 좀 더 풍요로워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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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의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눈이 참 호강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속에는 여인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부드럽고 우아하게 그려졌다. 찡그리고 있는 표정 하나 없이 자애롭고 사랑스러운 얼굴들이다. 부드럽고 길게 이어지는 머리카락과 섬세한 주름 표현으로 곡선의 미가 두드러진다. 또한 다양한 꽃들과 그에 어울리는 배경, 타로카드를 연상시키는듯한 독특한 구성과 구도 그리고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아름다운 파스텔톤의 색채가 돋보인다. 대중들을 깨우기 위해서 예술가는 유혹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던 무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빠져들게 된다. 작품 속의 여인들의 아름다움에 대중들은 충분히 유혹당해 작품 앞에 멈춰서게 만든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은은하게 작품의 목적과 작가의 의도에 따라 변하는 색채감의 다채로움을 보고 있노라면 눈이 참 즐겁다.




"아르누보는 무하로부터 시작해 무하에서 꽃을 피웠다" ​




국내에서 무하의 작품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느루보양식을 가장 널리 알린 대표 미술가의 작품들은 그 당시 생활 속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무하에 대한 기대가 컸던지라 다소 아쉬운 점들도 있었다. 국내에서 두번째 열리는 전시이기에 첫번째 전시와는 다르게 무하가 어떻게 오늘날의 그래픽 디자인에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회화적인 작품보다는 확실히 상업적인 측면의 작품들이 많았다. 나처럼 첫번째 전시를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무하스타일의 한 부분만 본 것 같아 아쉬웠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이지만 무하를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해서 그의 회화적인 작품들을 좀 더 관람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또 한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관람 동선이 조금 복잡했다. 각각의 기둥에도 작품들이 걸려있었고 사방으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보아야 할지 조금 고민되었다. 관람을 하는 것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시간대에는 동선이 꼬여서 작품을 마음 편히 감상하기 조금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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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전시를 관람하면서 [무하스타일]뒤에 감춰진 예술적 철학과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예술가는 예술의 힘으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무하는 다양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를 지지했다. 기존의 방법들을 탈피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을 알리려던 무하의 태도가 아르누보 그 자체가 아니었나 생각든다. 일러스트를 위한 모든 의뢰를 인생의 공부라고 생각했다는 무하의 말을 떠올려보면 명성을 쌓고 당대 최고의 찬사를 받던 미술가이지만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의 것을 비판하며 새로운 것으로 창조해내려 한 그의 끝없는 열정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강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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