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급자족하는 삶,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시각예술]

글 입력 2016.12.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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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푸드 라이프'

영화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여름과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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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삼시세끼' 같이 식사하실래요?

자급자족하는 내용을 담는 콘텐츠로 한국에는 '삼시세끼'라는 예능이 있고, 미국에는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마션(The Martian,2015)"이 있다면 일본에는 '리틀 포레스트'가 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일본 특유의 아련하면서도 따뜻한 색감과 무심한듯 넘어가는 전개방식, 차분하고 일정한 어투의 나레이션, 가까운 곳에서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조리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우리 시각에서는 일본판 삼시세끼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이런 느낌의 영화는 지금껏 일본이 먼저 '요리'라는 것에 대한 콘텐츠들을 우리나라보다 먼저 만들어내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장 일본스러운 느낌을 적용하기에 잘맞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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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이를 가로질러 고향에 가는 모습을 담은 첫장면부터 영화는 끝날때까지 자연이 주배경이다. 주인공은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로 별다른 조미료없이 요리를 만들어내고 혼자 음미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가끔 이웃들과 나누기도 한다. 일본 음식이기 때문에 생소한 요리도 있지만 준비할것이 많고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한국의 조리방식과는 달리 몇몇 도구들만 사용해 간단히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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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생활에서 쫓기듯 살다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주인공 이치코. 나무에 탐스러운 색으로 주렁주렁 열려있는 산수유이지만 맛이 떫어 쓸모가 없고 시간이 지나 땅에 떨어져 밟혀버리게 될 것이었다. 그 오랜 시간을 견뎌왔으면서도 툭 떨어져 밟혀버리면 그만일 산수유를 보고 이치코는 "이건 너무 의미가 없잖아"라고 말한다. 산수유가 마치 이치코를 대변하는 것만 같다. 결국 산수유를 잼으로 만들어서 빵에 발라먹는 방식을 택했는데 맛은 여전히 떫다. 하지만 이치코는 알 수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쓸모 없을 뻔했던 산수유를 쓸모 있게 만들었다는 뿌듯함일까?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행복한 느낌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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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하는 삶,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직접 생산해내는 것의 가치.

주인공 이치코가 고향에 내려와 재료를 구하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자기 자신에게 있어 그냥 '놀고 먹음'은 아니다. 온전한 쉼, 그 중에서도 가장 나답게 생산적인 일을 해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스스로 요리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음식은 우리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먹거리 수준이  높아진 요즘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는 중요한 화두이다. 점점 더 빠른 것들만 추구하는 사회에서 역으로 느리지만 직접 몸을 움직여서 해내는 노동의 대가는 가치 있는 것들로 분류되고 있다.

영화는 아니지만 비슷한 주제와 흐름을 가진 '삼시세끼'라는 예능 또한 예능으로서는 보통의 한국예능처럼 자극적인 재미를 주지는 않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 그 안에서 꾸밈없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나름의 '힐링'을 선물해준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흐름에 반하는 것들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바쁠 때는 여유를, 불황일수록 화려한 것을, 북적거릴 때는 공허함을 떠올리게 되는 것.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쉼은 그 일을 함으로서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안나는 것이다. 온전히 지금 하고 있는 것들로 행복이 채워지고 별다른 생각이 들 틈이 없는, 능동적인 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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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니 마치 한 편의 음식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를 본 기분이다. 또한 스토리가 주를 이루지 않는 그때 그때의 상황을 잘 담아냈다. 그래서 더욱 내용에 집중하기 보다는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생각하지 않게 만들고 영화를 본 후에도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이 더 인상적인 흔치 않은 영화인 것 같다. 주인공이 어떻게 요리를 즐겨 하게 되었는지 스토리의 서사적인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중간중간 요리에 관한 엄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들은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추게 해준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배우 김태리와 류준열을 주연으로 리틀 포레스트를 리메이크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어떻게 담아낼지, 얼마나 한국적인 것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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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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