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나의 사랑 백남준』, 백남준의 내밀한 삶 엿보기

글 입력 2016.09.03 22:17

백남준.

그는 아주 반가운 이름이었다. 작년에 백남준 아트센터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꽤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전에는 백남준이란 예술가가 얼마나 유명하고 얼마나 대단한 예술가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세계에서 조금 알려진 비디오아트 예술가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막상 아트센터에 들어가려니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TV예술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TV와 물고기의 묘한 조합인 물고기>, 빛이 환경이 된 시대를 표현한 <비디오 샹들리에>, 그리고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던 정원> 등 아직도 내 머릿속엔 그의 작품들이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니, 내가 작품에 너무 빠져서인지 백남준의 생애에 대해서는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사실 예술가의 생애를 알아야 정말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나는 백남준을 이해하기에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나의 사랑 백남준>은 그런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시게코라는 같은 분야 예술인과 결혼했다는 걸 알지도 못했다. 동시대를 살았던 주변인의 이야기를 들어도 생생할 텐데, 그중에서도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가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바로 백남준의 동반자 시게코가 들려준다는 것이다. 과연 대부분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인간 백남준의 모습이 어떨지 매우 궁금하다.

책은 총 다섯 챕터로 되어있다. 챕터의 제목들을 보면 꽤 재미있고 흥미롭다.

CHAPTER 1

예술가 백남준과 조우하다

나의 예술적 이상향, 반항아 백남준

희대의 문화테러리스트

전쟁과 파인애플

예술적 아버지 존 케이지

TV예술, 새로운 세계와 사랑에 빠지다

<연애편지>에 받은 답장

CHAPTER 2

거침없이 플럭서스

뉴욕에서의 재회

우리의 실험, 코뮌 라이프

아방가르드 파트너, 샬럿 무어맨

버자이너 페인팅

외설과 예술 사이

천재 예술가를 사랑한다는 것

캘리포니아 드림은 없다

소호 탄생의 비밀

CHAPTER 3

뉴욕을 강타한 황색재앙

큐레이터 시게코의 헌신

가난한 플럭서스 커플

TV 부처, 동양과 서양의 만남

달빛은 높은 예술, 백남준은 낮은 예술

나의 뒤샹을 질투한 남자

한국 남자를 좋아하는 유전자

슬픈 결혼식

CHAPTER 4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새로운 쇼

소름 돋는 천재와 세 살배기 아이

독일의 감격시대

34년 만의 금의환향

한국 무덤에 반하다

지상 최대의 쇼를 하라

그의 안에 무당이 있다

다다익선, 거대한 TV 탑을 세우다

CHAPTER 5

부처, 야곱의 사다리를 오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비디오 아티스트의 숙명

손이 천 개 달린 부처

백악관에서 바지를 내리다

거장, 야곱의 사다리를 오르다

예기치 못한 상처

고향에 가고 싶다

그가 떠나던 날

백남준의 고향

백남준과 함께한 나의 삶

평화지향적이고 소통을 강조했던 작품세계, 미래를 적극적으로 사유했던 정신 등 백남준 아트센터에서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작품을 봐서 그런지, 이제 작품세계보단 백남준의 삶의 모습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대할 땐 그가 위대한 예술가라는 생각을 갖지 않고 그저 한 인간으로써 대하며 그를 알아가고 싶다. 그래야 그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분야의 예술가는 서로 헤어지기 마련인데, 시게코와 백남준은 그렇지 않았다. 시게코는 백남준의 뮤즈이면서 열정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시게코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하다. 그녀가 풀어낸 백남준의 이야기를 보면 백남준을 향한 그녀의 시선을 느낄 수 있고, 더불어 시게코란 예술가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천진난만하면서도 직설적인 백남준, 비상한 기억력과 최고의 건망증을 지닌 백남준 등 백남준을 수식하는 설명들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전의 나처럼 백남준을 피상적으로만 알던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로 양면성을 지닌 백남준이 과연 어떤 인간이었는지 제대로 이해시킬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해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