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부산행, 당신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7.2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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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창 인기몰이 중인 ‘부산행’을 보았다. ‘부산행’은 개봉 이전부터 한국형 좀비 영화,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로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칸 영화제에도 초청되며 많은 관심과 호평을 자아내었다고 한다. 연상호 감독의 한국형 좀비영화, 어떤 것들을 읽어낼 수 있을까.

  우리가 좀비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것이 공포감을 조성하는 괴생물체이기 때문인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좀비에게 감염이 되는 것은 가족 관계를 비롯해 그동안 확립해온 모든 관계와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소멸시켜버리기 때문이다. 감염된 사람은 다른 비감염자들에게는 격리와 혐오의 대상이 된다. 영화 속에서 좀비에 감염된 부산행 기차에 오른 인물들은 다양하다. 부산에 거주하는 엄마를 찾아가는 수아와 석우, 임산부와 그 남편, 야구부 남학생들과 여학생, 여행길에 오른 두 할머니 등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이 기차에 탑승하고 있다. 이들은 기차에 오른 인물들 중에서도 특히 소중한 사람과 함께 기차에 오른 사람들이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소중한 이들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감염되었을지 모르는 이들을 거부하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조성된다. 이 갈등이 나타나는 부분에서 우리는 좀비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감염이 되지 않은 듯 보이는 어린아이와 임산부, 노인을 포함한 일행을 감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며 위험한 상황에 방치시키기 때문이다. 좀비는 괴생물체이기 때문에 공포감을 조성하는 반면, 인간은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려는 그 이기심 때문에 소름끼치게 한다. 그러나 분명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함께 가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모습은 이기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돋보였고 인간의 소름끼치게 이기적인 본성 속에서 밝은 면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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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부산행은 좀비 영화이기는 하지만 ‘사람’에 초점이 맞추어진 영화이다. 대부분의 좀비 영화들은 서스펜스와 공포, 그리고 주인공들이 좀비에 대항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러나 부산행의 경우 이와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심리를 묘사하는 데에 높은 관심을 둔다. 앞서 언급한 부산행 기차에 탑승한 승객들은 공포 영화에 등장할 만한 전형적인 캐릭터들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영화 속에서 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그들의 ‘행동 방식’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크게 세 가지의 유형으로 구분이 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돌보며 함께 가려는 사람,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다른 이에게 무관심한 사람,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는 사람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석우(공유)는 자신과 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배려심 깊은 딸에게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고 가르치며 자신 역시도 그렇게 살아온 석우는 위기의 순간 임산부와 남편 앞에서 열차의 문을 닫아버린다. 그러나 이후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석우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도울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간다. 감독은 주인공의 이러한 심리변화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영화 속에서는 좀비가 등장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기 때문에 인물들의 행동 방식과 유형 역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영화 속에서만큼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서 역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 공동체적인 문화와 풍습은 산업 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점차 사라져 갔다. 서로의 일을 함께 도와가며 하던 노동 풍경은 철저한 분업을 전제로 한 개인 성과급제 노동 방식으로 바뀌어 갔다. 개방형의 한옥들은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분리된 아파트로 바뀌어 갔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풍경도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들며 1인 가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미덕이 되었다.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이러한 이행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타인에 대한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잊어버리는 것은, 공감능력과 감수성을 잃어가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면서 우리는 종종 이렇게 이야기 한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한 이유는 세상이 혼자 살아내기에도 너무 벅차고 각박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혼자서 이 세상을 잘 살아내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삶 이외에 어느 것도 바꿀 수 없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처럼, 조금 느리지만 서로를 돌보며 갈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혼자 살아내기도 어려운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 방법은 결국 그 세상을 혼자 살아내는 것이 아닌, 함께 마주하는 것이다. 개인의 목소리는 작지만, '개인‘들’의 목소리는 크다. 그리고 개인‘들’의 목소리는 함께 함으로써 나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부산행은 좀비 영화를 통해 인간의 본능과 윤리 의식을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영화였다. 그러나 다소 억지스러운 서사 전개와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들도 존재했다. 또한 신파적이라는 평가 역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열차에 탑승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 중 과연 나는 어떠한 종류의 사람이 될 것인가. 나는 과연 목숨이 위태로운 극단적인 상황이 온다면 혼자 도망가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가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사회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열차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인 설정을 제외한다면.) 이곳에서 우리는 어떠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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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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