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아노, 바이올린, 그리고 첼로의 감미로운 조화

글 입력 2016.06.04 21:3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0603_Letterfromvienna_poster.jpg
 

 일정에 맞는 문화초대를 신청하다보니 우연치 않게 서울국제음악제의 개막공연과 폐막공연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 시작이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만으로 이루어진 리사이틀이었다면, 마지막은 피아노에 바이올린과 첼로가 더해진 피아노 3중주였다. 피아노 리사이틀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삼중주 역시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세 가지 악기의 조합이 어떠할지 부푼 기대감을 안고 <비엔나에서 온 편지>를 보기 위해 강동 아트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주자
크리스티안 알텐부르거
김정원
김민지


Programs
모차르트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듀오, 사장조, K423(바이올린과 첼로 버전)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제7번 내림나장조 Op.97, 대공
슈베르트 피아노 삼중주 제2번 내림마장조 Op.100




 폐막공연을 감미롭게 장식해준 세 곡의 공통점은 모두 비엔나에서 활동했던 작곡가들의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바이올린 연주를 맡은 크리스티안 알텐부르거는 비엔나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비엔나의 전통에 충실한 연주자라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세 사람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음악과 분위기는 공연 내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라는 도시를 연상시켰다. 


 공연의 시작은 크리스티안 알텐부르거와 김민지 두 사람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듀오>의 바이올린과 첼로 버전이었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빈에서 신혼살림을 차리고 결혼에 극심하게 반대했던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잘츠부르크를 찾았을 때 하이든의 동생이 작곡해야 할 곡을 모차르트가 급하게 대신 작곡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러한 일화와 음악 사이에 큰 관련은 없겠지만, 27살의 모차르트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할 만큼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하던 시기에 작곡한 음악이라 그런지 곡 전반에서 사랑스러움이 흠뻑 묻어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사랑스러움을 노래하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조합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크리스티안 알텐부르거의 바이올린 연주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단정하고, 정직하고 때로는 강한 데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진 김민지의 첼로는 평소 조금은 답답하고 웅웅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생각했던 첼로에 대한 편견을 깨주었다. 이러한 두 사람의 선율이 자연스럽게 맞물려 모차르트의 곡을 자유분방하면서도 유쾌하게 만들어냈다. 


 그렇게 현악기로만 이루어진 연주가 끝이 나고, 이후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곡부터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합세해 피아노 삼중주를 선보였다. 지난주에 조지 리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했기 때문이었는지 공연을 보면서 김정원의 피아노 연주와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조지 리에 비해 김정원의 연주는 정말 부드럽고 서정적이었다. 어느 하나가 튀면 깨져버릴지도 모르는 그런 조화로움에 김정원의 피아노는 참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단정한 크리스티안 알텐부르거의 바이올린, 평소 첼로 소리에 대한 편견을 깨준 김민지의 첼로, 그리고 김정원의 감미로운 피아노까지 이 세 명의 연주자가 무대 중앙에 모여 만들어내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곡조는 말 그대로 조화로웠다. 식견이 부족한지라 어떤 용어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두 곡에서 모두 피아노 - 첼로 - 바이올린 순으로 몇몇 부분을 주거니 받거니 연주했는데, 뭔가 돌림노래처럼 재밌으면서도 세 악기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본 공연이 모두 끝이 나고, 준비된 앵콜곡까지 마친 다음에도 박수소리가 끊기지 않자 세 사람은 즉흥으로 앵콜곡을 하나 더 연주해주었다. 두 번째 앵콜까지 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해  한 번도 맞춰본 적이 없는 곡이니 잘 맞지 않더라도 이해해달라는 김정원의 말과 함께 마지막 노래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공연 내내 눈을 맞추며 함께 호흡하던 그들이었지만, 마지막 앵콜곡은 정말 즉흥으로 연주를 해서인지 그들의 시선과 손가락이 서로를 의식하며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본 공연만큼이나 감미로웠고 듣는 이를 행복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금요일 밤이 깊어감과 함께 여러 논란과 어려움을 거쳐 대중들 앞에 나설 수 있었던 서울국제음악제도 막을 내렸다. 이번 음악제가 성공적이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개막공연과 폐막공연 때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열광하고 또 기립박수를 보내던 관객들의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관객들 중 하나였기에 내년에도 사람들의 얼굴에 향긋한 미소를 가져다줄 서울국제음악제가 우리와 함께 하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반채은.jpg
 

[반채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5.0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