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즘 문화 - 웹툰 '우바우'로 살펴보는 풍자와 자조, 평등 추구가 담긴 우리 문화 [문화 전반]

ART insight 서포터즈 7기로서 시작하는 글입니다.
글 입력 2016.03.1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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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sight 서포터즈 7기로서 시작하는 글입니다.
문화예술이라는 큰 틀만 정해지고 내용은 자유주제다 보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게 좋을지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저에게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생각하는 방식이라는 아주 넓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민감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늘 가장 하고 싶었던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느낌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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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풍자와 해학의 민족'이었다고 말하곤 합니다. 조선시대만 생각해봐도 혜원 신윤복이나 단원 김홍도의 그림이나 <허생전> 같은 문학작품 등을 보면 현실을 비틀어 비판하면서도 종래에는 한 줄기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여유로움이 옛 선조들의 모습에서 묻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좀 더 나아가볼까요? 6.25 전쟁 이후에 본격적으로 경쟁과 효율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았고 이에 따라 문화 또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한강의 기적'같은 전설적인 표현만큼이나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한국은 성큼성큼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큰 틀을 위해 작은 것들을 희생하면서 모두들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신기하게도 지금은 조선시대와도 근현대와도 다릅니다. 조선시대와 비교하면 풍자는 있지만 해학 대신 자조라는 녀석이 덜컥 들어왔습니다. 또  근현대와 비교해봤을 때 경쟁과 효율성을 어느 정도 인정은 하지만 평등, 파격과 다양성이 여러 이슈와 사람들의 말 속에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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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이번 글에서는 먼저 풍자와 자조, 평등을 추구하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 예는 요즘 누구나 너무나도 친숙할 소위 '수저계급론'입니다. 영어 숙어 표현인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비유적으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말하는 표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 은수저가 파급되어서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뉘어서 부모님의 부를 기준으로 수저가 천차만별로 나뉘고 그 수저에 따라서 자녀의 인생의 모습과 생각의 차이 또한 달라진다는 의미로 확장되었습니다. 즉, 경제적인 부가 사람의 삶, 생각 등을 결정한다는 이른바 '경제결정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복지국가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수준에 따른 급격한 차이를 보완하는 것은 물론이고 누구든지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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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저계급론이 그렇게 놀라운 것은 아닙니다. 인류에게는 늘 계급이 존재해왔으니까요. 나라의 형태를 갖추기 전에도 힘에 따라서 신분이 나뉘어졌고 역사 전반에 걸쳐 태어나면서부터 크게 왕족과 귀족, 평민이라는 구조가 유지되었습니다. 그 때도 한번 신분이 정해지면 예외적인 경우가 없다면 평생 삶과 사고방식이 그 신분을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다릅니다. 지금은 어느 나라 법에서도 사람들은 모두 평등하고 자유롭다고 말할 만큼 자유와 평등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계급은 이상하게도 존재하고 그 계급이 사람들의 인생을 구속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당연하지 않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런 현실 속의 법칙에서 수저 계급론은 모두가 열정적으로 극복하려는 대신 자조적이고 무기력한 인식을 대표하는 문화의 결정체가 된 것입니다.  

풍자와 자조, 평등을 추구하는 우리의 문화는 보다 격하고 심한 표현들과 행동으로도 역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지옥을 뜻하는 'Hell'과 한국의 옛 이름이었던 '조선'을 더해 지옥같은 한국의 현실을 뜻하는 '헬조선', 수저계급론과 마찬가지로 이런 부정적인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저 착실하고 성실한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벽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노오오오력', 마지막으로는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인간관계 등 수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반영하는 단어 'N포세대' 등 다양한 표현들이 있습니다.  이 표현들은 최근 경제위기로 인한 사회적인 압박 뿐만 아니라 꿈과 노력, 열정이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자유경쟁문화 대신 사람들이 경쟁 속에서 느낀 지속적인 황폐함과 좌절감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 전체의 문제로 보는 인식과 문화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 대신 복지와 여유가 넘치는 북유럽 등으로 떠나고 싶어하고 이민이 실제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미 행동으로까지 연결될 정도로 단기간에 깊이있게 자리잡은 문화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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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문화를 표현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는 컨텐츠 중 하나로 네이버 웹툰 '우리가 바라는 우리'(이하 '우바우')를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이 웹툰이 날카롭고 우울한 작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헬조선', '노오오오력', '수저계급론', 'N포세대'에서 찾아 볼 수 있던 우리 세대의 풍자적이고 자조적인 사고방식과 문화를 담담하고 담백하게 표현해서 더 씁쓸하고 아련하게 공감이 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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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캐릭터의 이야기가 있지만 '우바우'에서 제가 늘 인상깊게 보는 이야기는 가난한 강아지 '티컵'과 부유한 토끼 '앞니'의 사랑이야기입니다. '티컵'이는 늘 돈을 벌면서 생활을 유지하기 바빠서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부잣집 자제 '앞니'를 모른 척하거나 퉁명스럽게 굴곤 합니다. 하지만 '앞니'는 '티컵'이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직접 일주일간 '티컵'이의 생활과 자신의 생활을 바꿔보기로 결심합니다. 그 결과 '앞니'는 하루종일 일하고 지쳐서 뻗어버릴 지경의 '티컵'이의 일상과 마주하게 되고 '앞니'의 마음 속에서는 드디어 늘 '티컵'이의 말을 몸소 이해하면서 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렇게 동물들의 이야기로 표현하면서 귀여움이 배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현실이야기면서도 자조적이나마 툭툭 던지는 농담들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만약 왜 이 작품이냐고 질문받는다면 글쎄요, 저는 '티컵'이도 '앞니'라고도 정확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따지면 '티컵'이에게 개인적으로 마음이 쓰여서 이 작품이 유독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세상과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늘 노력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 밑바탕으로는 모든 일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달렸고 경쟁사회에서 성공을 위해선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익숙한 교훈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점점 더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노력과 열정이 부족한데 욕심은 너무 많아서 불평하고 있다는 생각이 마음 한 편에서 들곤 합니다. 또다른 마음 한 편에서는 학비랑 용돈 손 안 벌리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있어도 먼저 돈 걱정이 먼저 들어서 아등바등 조마조마하던 제 모습에 가끔은 '참 사는게 힘들고 무겁구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티컵'이와 비교하면 너무나 넉넉하고 행운이 많은 편입니다. '티컵'이처럼 저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을 현실 속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건 그냥 괜한 징징거림은 아닌가 싶어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그러다 제가 쉽게 엄두 내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걱정없이 편하게 부모님 찬스로 다녀오거나 하고 싶은 일에 물심양면으로 지원받는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의 모습들을 보면 또다시 마음이 복잡해지는 날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 분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래도 누군가는 저보단 걱정을 덜 하면서 꿈과 청춘을 즐기고 도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풍자와 자조, 평등을 추구하는 요즘 문화에서 풍자와 평등을 추구하려는 문화가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순응하기보다는 센스있게 비틀어 생각할 수도 있고 더 평등한 사회와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자조에는 쉽게 좋다, 나쁘다 하고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불평만 하면서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굳어져버릴까봐 걱정이 되면서도 가만히 보면 저도 분명 자조적인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 점은 공감은 가지만 아직은 보류하려고 합니다.
 
참 복잡하죠? 하루가, 한 해가 갈 수록 저는 분명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들이 많아지는데 알면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만 많아지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제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점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복잡한 생각들에 푹 빠져 보면서 그 답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웹툰 '우리가 바라는 우리(우바우)' 보시면서 한 번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보시는 시간이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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