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애해본 적 있다면 공감할 이야기, 『500일의 썸머』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2.2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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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마크 웹
장르 :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시간 : 95분 
주연 :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500일의 썸머』. 
내가 좋아하는 멜로 영화 중 하나이다. 이 영화에 나온 ‘Quelqu'un m'a dit’이라는 노래도 좋아하고, 영화에서 표현되는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도 좋아한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약 4년 전이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이 영화 주인공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왜 받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역시 멜로 영화는 연애해본 적 있는 사람이 더 공감할 수 있는 것일까,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까 정말 공감 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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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언젠가 자신의 짝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 남자다. 어릴 적 영국 팝을 일찍 접하고 영화 <졸업>을 오해한 탓에 운명의 짝이 있을 거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썸머는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운명의 짝이나 사랑 따윈 믿지 않는 여자였다. 매우 다른 가치관을 가졌으며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남녀. 여느 남녀가 그렇듯, 서로 다른 둘은 평범한 곳에서 평범한 계기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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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톰이 썸머를 운명의 상대로 생각하고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매력적인 썸머는 그런 톰에게 얘기한다. 
“전 제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어요. 인간관계는 혼란스럽고 사람들은 마음을 다치죠. 누가 그런 걸 필요로 하겠어요. 나도 사람 사귀어 본 적 있지만 ‘사랑’이란 건 본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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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가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사랑에 빠져버린 톰. 톰은 썸머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런 톰을 보는 친구들은 답답해하고 어이없어 한다. 그치만 사랑에 빠진 사람 중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친구들은 톰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며 고개를 흔든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매우 웃었는데, 이건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아무리 연애 조언을 들어도 상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안절부절못한 적이 있다. 그런 나를 봤던 친구들의 심정이 마치 톰의 친구들 심정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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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와 톰은 자주 만나며 데이트를 한다. 하지만 연애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다치는 법. 톰은 아무 생각 없어보이는 썸머에게, 우리 관계가 대체 무슨 관계냐고 묻는다. 썸머는 여기에 답한다. 

“무슨 상관이야. 난 행복해. 자긴 안 행복해?”

관계를 정의하고 미래도 함께하길 원하는 톰과 달리 썸머는 현재의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고 있었다. 아마도 썸머는 톰을 사랑한다기 보다 연애상대로 좋아했다는 말이 맞겠다. 톰만큼 사랑에 빠지지 않은 썸머였기에 여전히 사랑이나 운명의 상대를 믿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톰과의 관계도 서서히 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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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썸머를 만나며 행복해하고, 관계가 분명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이미 떠나버린 썸머를 생각하느라 정신이 온전치 못하게 변해버리고, 그런 모습을 직장이나 친구들, 동생에게까지 보여준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짝에게 차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실연 당한 사람의 흔한 패턴이랄까.

톰은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며 썸머와 똑같은 생각을 갖게 된다. ‘운명이니 영혼의 반려자니 진정한 사랑이니 그런 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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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만난 둘은 정반대로 되어있었다. 썸머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 뒤 오히려 그런 걸 믿게 되었다. 톰은 변한 썸머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썸머도 비로소 사랑에 빠진 것이다. 썸머는 톰이 했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썸머의 표정은 행복과 슬픔이 섞여있는 모습이었다. 톰은 그런 썸머를 보며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렸을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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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타인을 사랑하려면 아프고 슬픈 감정까지 감내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걸 몸소 겪어서 매우 잘 알고 있기에, 썸머가 행복하게 살길 빌어준다. 그리고 여전히 운명이나 필연을 믿지 않지만, 그렇기에 단순히 지나칠 수 있는 인연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텀이라는 또 다른 멋진 여자에게 다가서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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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과거 시절이 떠올라 재밌었다. 내가 톰이었을 때와 썸머였을 때를 생각해보면, 결국 어느 한 쪽이 나쁘다고 말할 순 없는 것 같다. 애초에 사랑엔 도덕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누가 더 많이 사랑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바뀔 뿐이다. 물론 둘 다 똑같이 사랑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더 상대방을 사랑할수록 톰처럼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일상이 행복과 절망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며 다른 것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만약 여태까지 다른 사람을 사랑해본 적이 없더라도 우린 언제든지 썸머처럼 될 수 있다. 타인이란 새로운 세계가 오면 오랫동안 가져왔던 내 세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아픈 과정을 지나 톰처럼 극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록 달콤한 믿음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또 용기를 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듯이 말이다.


[이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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