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 DDP에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대규모 전시가 개막했다. 

총 600여 점의 작품이 5개월에 이르는 기간동안 전시되는 유래가 없는 전시다.

 또한 작품 선정에서 전시장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시에 관련된 모든 부분을 

멘디니가 직접 총괄하여 12 테마로 이루어져있는 멘디니 월드를 창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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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의 멘디니전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전시로 관심을 모았다. 다만 실제로 가봤을 경우에 전시장이 광고했던 것보다 작다고 느낄 수 있다. 12테마로 나뉘어있는 전시장도 사실 작은 공간들의 연속이어서, 상상했던 것만큼 미로를 헤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거대한 프루스트 의자와 더부러 와인 오프너 안나G, 아기를 위한 수면등 깜빠넬로 등 사람들이 멘디니 하면 떠올리는 다양한 대표작들과 스케치, 공예품, 브랜드와의 콜라보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을 즐겁게 했다. 

 

멘디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자유로운 색의 배합들이 떠오른다. 그의 대표작인 프루스트 의자에서 고풍스러운 의자 위에 찍힌 색색의 점들은 그의 장난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멘디니의 디자인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재미있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의 디자인들은 마치 장난감같았다. 입구를 들어가서 바로 보이는 미니 회전목마같은 배스킨 조형물이나 내 키만한 커다란 금박(!)손, 제목은 108번뇌지만 108개가 안되는 청자 프루스트 의자까지 재미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즐겁게 전시장 안을 돌아다녔다. 조용한 감상보다는 자유롭게 말하면서 돌아다니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멘디니 전시회에서 약간 아쉬웠던 부분은 체험 가능한 영역과 체험 가능하지 않은 전시품들의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시품들이 사람들의 손길을 막는 유리나 울타리 없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분명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반대로 건드려도 되는 건지 안되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멘디니의 탁상조명이나 깜빠넬로 등은 마음대로 조작해 볼 수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잘 안내가 되지 않아 남이 만지는 것을 흘끔 보고 따라 만져보거나 반대로 다른 작품들에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갔다 안내원의 제지를 받기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멘디니가 공을 들여 직접 배치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전시장은 자연스럽게 그의 삶을 보여준다. 한 사람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들을 저만큼이나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부러웠던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