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사이트에 심심치 않게 전시와 공연들이 말도 안 되는 할인가로 상품으로 나오곤 한다.
이벤트성 일수도 있고, 홍보성 마케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되는 파격적인 할인가에 제값을 주고 보기에
아까운 것이 되어 버린 게 바로 우리의 문화예술이다.
“지금 소셜커머스에 OOO전시 떴어! 난 벌써 구매했다. 너도 빨리 사서 같이 가자!”
내가 스무 살 무렵에 친구에게 들었던 말이다. 사실 그 땐 뭣도 모르고 할인된 가격으로 문화생활을 하는 게 현명한 소비인 줄 알았다. 똑같은 전시를 제 값보고 보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나만 특별히 저렴한 가격에 보니 왠지 모를 짜릿함까지 생긴 기분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인터넷을 보다가 정말 보고 싶은 전시회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전시티켓 가격이 무려 20000원이었다. 평소에 제 값을 다주고 문화생활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선뜻 2만원이라는 금액을 다 주고 가기가 망설여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가격만큼의 아니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문화예술을 티켓 할인을 받지 않으면 가지 않게 된 것이다. 내가 원래 금액을 다주고 전시를 보러 가면 바보가 될 기분일 것 같았다. 분명 저렴하게 티켓 값을 지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소셜커머스에 올라온 상품만 골라서 전시를 보러가거나 할인을 해주는 날에만 공연장을 찾게 되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나의 한심하고도 멍청한 소비는 유홍준 교수님의 말씀에서 멈춰졌다고 생각한다.
교수님께서 고궁 무료입장에 대해 본인의 소신을 밝힌 영상을 봤는데, 그 때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머리에 돌이라도 맞은 듯 멍했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교수님께서 문화재청장 재임당시 고궁과 박물관의 입장료를 인상하셨다. 하지만 당시 국민들의 반응이 매우 안 좋았고, 그에 대해 본인이 관람비 인상 정책을 고수한 이유를 설명해주셨다.
‘외국의 경우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고궁이나 박물관은 거의 없다.
고궁입장료만 보더라도 국제적 기준으로 그 나라의 영화관 값과 비슷하여
우리나라의 고궁 입장료도 5000원으로 하자고 주장한 것이었다.
이제 더 이상 무료로 문화재나 전시물을 보는 시대는 지났다’
말씀과 함께 우리나라에 온 일본인 관광객 일화를 이야기해주셨는데, 난 그 이야기에서 문화예술에 관한 내 인식에 대한 회의감이 너무나도 컸다. 그 때 우리나라의 고궁 입장료가 1000원이었는데, 일본인은 ‘1000’이라는 숫자를 보고 1000‘엔’을 냈다고 한다. 일본인 입장에서는 고궁입장료가 1000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10000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교수님은 우리나라의 관객 의식을 바꿔야한다는 생각이 더욱 더 강력하게 들었다고 하셨다.
나 또한 교수님의 일화를 통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그동안의 나의 문화예술의 소비방식에 대해 매우 반성하게 된 사건이었다.
고궁은 물론이거니와 문화예술에 관한 소비에는 저렴하게 지불하는 것이 현명한 방식이 아니다. 오랜 전통을 고수하고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를 볼 수 있는 문화재를 볼펜 한 자루 값과 동일시 되선 안 된다. 단 두 시간의 공연을 위해 수개월을 땀을 흘리고 연습하는 배우들의 시간들을 반토막낸 할인가로 취급해선 안 된다. 더 이상 관객의. 관객의 의한. 관객을 위한. 티켓 할인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진실로 관객을 위한다면 그들의 문화의식을 위해서 단돈 몇 천원이라도 더 보태서 보는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수님 말씀대로 돈을 내야지 귀하다고 믿는 것이 사람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은 '문화의 날'로 지정) 나는 그 날 이후로 되도록 제 값을 지불하고 전시회, 공연들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였다. 나로부터의 인식이 바뀌니 문화에 대한 나의 소비가 올바른 방향으로 현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료관람이 많았던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도 2000~4000원 선의 전시를 계속해서 열고 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부터 변화하기 시작하니 관람객들의 인식도 점차 성숙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을 지정하여 국민들의 문화의식을 성장시키는데 동참하였다.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선 수시로 무분별한 할인을 하는 것 보다 지정된 날짜에 가격할인을 하거나 무료로 개방하는 것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을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으니 1석 2조의 효과인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티켓 가격 문화에 대해 어려운 인식을 가진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어려워했고 심지어 온전하게 다 지불하지 않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그 마음이 어떤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내가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마어마한 값을 지불하고 문화생활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그것은 우리가 누리는 것만큼보다 훨씬 값진 것이고, 우리만 즐기고 끝날 단순한 문화가 아니라는 점만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또한 내가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완전히 기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 그것이 문화생활 소비에 대한 방식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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