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온고지신의 종합예술무대, 오페라 '배비장전'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1.2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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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및 웹피 (2015.01.05).jpg


■ 공  연 명 : 오페라「배비장전」

■ 공연기간 : 2015년 1월 17일(토) ~ 1월 18일(일)
  
■ 공연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주최 : 대한민국창작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회 , 더뮤즈오페라단 

■ 주관 : 더뮤즈오페라단,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활성화위원회
 
■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 객석규모 : 1,563석

■ 티켓가격 : VIP 25만원, R석 20만원, S석 15만원,
                    A석 10만원, B 석 5만원,  C석 3만원 
                      
■ 주요 제작진 : 예술감독 이정은 / 연출 김지철 / 작곡 박창민 / 극본 강문숙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매서운 바람을 뚫고 국립극장에 왔을 때, 생각보다 편안한 분위기가 나를 놀라게 했다. 오페라는 정장이나 드레스를 차려입고 우아하게 관람해야한다는 일종의 불문율을 깨고 많은 사람들이 캐쥬얼한 복장으로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왔다. 아마 오페라 제작진은 이런 분위기를 의도했던 것이 아닐까. 관람객들의 복식부터 틀에서 벗어나 친근한 느낌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눈여겨봤던 것이 있는데, 바로 무대 양 옆의 자막 스크린이었다. 무대가 무대인 만큼, 좌석도 많았고 공간도 넓었기에 배우들의 대사를 스크린에 띄워 보다 원활한 이해를 도왔다. 중간중간 사심이 들어간 자막들도 보여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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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배비장전’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묻는다면, '꼭 한번쯤은 봐야 할 무대‘ 라는 것이다. 오페라는 원래 서양의 문물이다. 때문에 우리에게는 그저 알아듣기 힘든 언어로 부르는 노래일 뿐이다. 하지만 오페라 ’배비장전‘ 은 무대 분위기부터 의상, 언어까지 모두 한국인의 정서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이해가 쉬워 그만큼 몰입도도 높았다.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기존 오페라 무대의 묵직함을 유지하면서 뮤지컬의 경쾌함과 연극의 전달력을 적절히 가미했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특색있는 무대이다.  


오페라 ‘배비장전’을 보면서 인상깊었던 것을 말해보자면, 먼저 연출이다. ‘배비장전’ 에서는 이전에 봤던 뮤지컬 ‘라카지’ 만큼 화려한 무대장치는 아니었지만 소도구들을 이용하여 공연의 흐름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모습과 파도치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나타낸 그래픽 화면은 현대적인 느낌을 주었고 얇은 베일로 만든 막을 이용하여 전환효과를 준 것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돋보였다. 김지철 연출가와 이정은 더뮤즈오페라단장의 인터뷰를 참고하자면, 익숙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무대 연출을 오페라 전문 스태프 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콘서트 스태프와도 함께 기획했다고 한다.


배비장전 무대.jpg


다음으로 오페라의 다양한 볼거리와 풍성한 사운드가 겸비된 구성이다. 뱃사공들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사공들이 직접 군무를 추었고, 방자와 향단이가 중창을 할 때는 남녀 무용수가 나와 춤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기생들과 모여 유희를 즐기는 장면에서는 여자 무용수들이 부채춤을 추는 등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무용의 동작도 현대무용과 모던 댄스처럼 현대적인 움직임이 많이 보였다. 화려한 색깔의 한복은 여기에 발랄함을 더했다. 인물들의 성격이나 심정에 따라 배경음악도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구슬프게 바뀌었다. 인물을 표현하는 지시문의 역할을 배경음악이 같이 분배한 것이다. 비록 오케스트라 단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주를 했지만 그 효과는 확실히 눈으로,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제주도 전통 민요를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면서 가끔 한국의 전통적인 악기 소리도 났었는데, 이것을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악기를 연주한 것인지는 끝나면서까지 궁금했다. 


판소리와 창극 특유의 흥과 재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간간히 얼쑤! 하며 추임새를 넣는 배우들도 보였고 연기를 하면서도 자연스레 들썩거리는 어깨가 관객들도 즐겁게 했다. 중간에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들과 직접 대화를 주고받을 때는 무대사고인 줄 알고 놀라기도 했다. 오페라에서 배우들이 관객석으로 난입(?)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 글쎄 여기서 5분을 더 끌으래요~’ 라고 능청스레 연기하는 방자의 대사에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배비장전’이라는 재밌는 판소리 이야기를 오페라 속에 넣어, 자칫 무거운 오페라를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쾌한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초콜릿 복근’, ‘헐’ 처럼 현대어를 대사에 쓴 것도 그런 의도로 기획한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배비장전’의 가장 큰 특징은 ‘풍자’ 라고 생각한다. ‘배비장전’은 판소리로 구전되던 ‘배비장 타령’이 소설화된 조선 후기의 작품이다. 배비장을 골탕 먹이는 방자와 애랑의 모습을 통해 위선적인 사람을 풍자하고 양반들의 위선과 인간 본연의 욕망을 징계하기 위해 가장 낮은 계층인 기생과 종들의 계책이 재치 있게 벌어진다. 원래 판소리 자체가 ‘풍자 문학’임을 보여준다. 고위 계층에게만 향유되던 오페라와는 달리 판소리는 서민들의 문화였다. 높으신 분들에 대한 불만과 풍자를 적나라하게 나타내는 것이 묘미인 판소리와, 고위 계층을 위해 알차게 구성된 오페라의 조합에서 관객들의 친근감에 시너지를 발하는 부분이 바로 ‘풍자’ 이다. 사람들도 타인의 흉을 보며 친해지듯, 오페라 ‘배비장전’ 도 풍자라는 요소를 통해 오페라에 대한 사람들의 벽을 허물었다고 생각한다. 


“정원 초과하지 말라. 과적은 절대 안돼. 구명조끼 구명보트 철저히 챙겼느냐. 이 배 불법개조한 건 아니겠지? 만일 그랬다간 ‘세월’없이 극형에 처하리라!!”라는 부분과 “손녀같이 귀엽다고 추행하는 놈도 있던데~어허~!이러면 안되지~!이러면 안되지~!” 라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모두 박장대소했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내가 지금 판소리를 보는 것인지, 오페라를 보는 것인지, 뮤지컬을 보는 것인지 헷갈릴 만큼 모든 공연예술의 요소를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  


아직까지 한국인에게 오페라는 어려운 장르라는 인식이 강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면에서 오페라 ‘배비장전’은 동양의 판소리와 창극에 대한 관심을 높일 뿐만 아니라 서양의 오페라에 대한 친밀도도 높였다. 그야말로 종합예술의 ‘온고지신’을 보여 주는 공연이다. 우리나라에 오페라가 수입된 지 67년이 지났다는데 창작 오페라가 대우 받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앞으로 이러한 창작 오페라를 독려하는 ‘창작오페라 페스티벌’이 더 활성화 됐으면 좋겠고 오페라 ‘배비장전’이 ‘K-오페라’ 의 문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퍼스트 펭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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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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