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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재즈를 전신으로 느꼈습니다.
감상보다는 평가를 하러 온 것임이 분명(!)해 보였던 그가 공연이 시작되자 발로 리듬을 타며 사랑스러워진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발을 까딱이며 재즈에 탑승하고 있다. 일본어 번역체라 어색했던 '재즈를 전신으로 느꼈습니다'라는 재즈바 리뷰가 단번에 이해되는 순간.
지친 발을 이끌고 시즈오카 거리를 걷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재즈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예상보다 일찍 숙소로 향하던 길이었다. 두리번거리며 소리의 출처를 찾아보니 건너편에 ‘라이프 타임(LIFE TIME)’이라고 적힌 근사한 재즈바가 있었다. 그 길로 오늘 밤 공연을 예약했다. 공연은 1시간 후. 당장이라도 눕고 싶던 마음이 씻은 듯
by
김지은 에디터
2026.05.11
리뷰
도서
[Review] 가장 약하고 흔들리는 인간 속에 존재하는 한 줄기의 빛 -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
가톨릭 서사의 거장, 베르나노스가 말하는 ‘종교적 인간’의 의미를 찾아서
꽤 예전부터, 나는 스스로를 ‘종교적 인간’이 아니라고 정의해왔다. 이것은 무신론자, 혹은 불가지론자라는 갑작스러운 선언이 아니다. 무형의 절대적 존재에 대한 인류의 오래된 믿음 자체는 흥미로우나, 나 자신이 신을 믿고 의지하기에는 의심이 너무 많으며 그를 구심점으로 하는 집단에 속하기에는 너무 개인주의자인 탓에 종교를 삶의 일부로 들일 수 없었다는 말이
by
신지원 에디터
2026.05.11
오피니언
게임
[Opinion] 당신의 팰리스는 무엇인가 [게임]
당신은 지금, 어떤 현실 속에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현실은, 정말 ‘있는 그대로’의 세계인가.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고 믿는다.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판단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믿음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린다. 인간은 단순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만들어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순간, 우리는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이해한다.
by
오수민 에디터
2026.05.11
리뷰
도서
[Review] 죽음을 두려워한 사람들의 이야기 -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 [도서]
이 작품이 끝내 바라보는 것은 거대한 역사보다도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의 떨림이다.
도서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솔직히 말해 ‘난해하고 어렵다’는 감상이었다. 작품 자체가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등장인물은 충분한 설명 없이 등장하고, 대화는 맥락을 해설해 주지 않은 채 이어진다. 누가 누구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인물들은 이미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독자는 그사이
by
김지현 에디터
2026.05.11
오피니언
영화
[Opinion] 그럼에도 네 시간을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면, ‘컨택트’ [영화]
모든 것을 알면서도 다시금 내리는 선택이란 무모하고 대견한 사랑의 동의어
그럼에도, 라는 단어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부사어 중 하나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말을 알면서도 무엇인가를 감행할 마음을 먹는 것. 그것은 뻔한 결말이 예견되어 있는데도 몸을 부딪히는 만용일 수도 있고, 모두가 말리는데도 기어이 자신의 생각을 고치지 않는 아집일 수도 있으며, 역경을 딛고 무언가를 이루고야 마는 도전일 수도 있다. 수많은 SF
by
김그린 에디터
2026.05.10
리뷰
도서
[리뷰] 사람은 무엇을 위해 자신의 삶을 넘어설 수 있는가 -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
끝내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를 읽으며 가장 오래 붙잡게 된 것은 신앙의 숭고함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흔히 순교를 다룬 작품이라고 하면 자신의 믿음을 위해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성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수녀들은 오히려 계속해서 두려워한다.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공포 앞에서 흔들리며, 자신이 끝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by
오지영 에디터
2026.05.10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양동이를 차는 마음으로 [버킷리스트]
당신은 죽기 전에 무엇을 이루고 싶나요?
어렸을 적 장래 희망 칸 속의 글자는 수시로 바뀌었다. 언뜻 보기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욕심 가득한 아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건 역설적으로 ‘정말 하고 싶은 무언가’를 아직도 찾지 못했단 뜻이기 때문이다. 꼭 해보고 싶은 일도 시시각각 바뀌었다. 시기에 맞추어 응당 원할법한 것을 바랐다. 초등학생 땐 친한
by
김하은 에디터
2026.05.10
오피니언
공연
[Opinion] ‘이딴 판때기' 하나가 불러온 관계의 철학 - 연극 '아트' [공연]
내가 나인 것은 내가 나이기 때문이고, 당신이 당신인 것은 당신이 당신이기 때문이기에.
가로 150에 세로 120. 새하얀 캔버스에 이를 가로지르는 흰색 선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그림이 떠오르는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친구는 나에게 해체주의니, 모더니즘이니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근데 여긴 아무것도 없잖아, 이게 얼마라고? 친구의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나온 가격에 놀라 자빠진다. “이딴 판때기를 진짜 5억이나 주고 산 건 아니지?” 오
by
박선주 에디터
2026.05.09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당신은 무엇을 이루고 싶나요? [버킷리스트]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 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무엇부터 적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막연하게 생각해본 적은 있었지만, 한 번도 자세히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먼저 네이버 사전에서 ‘버킷리스트’의 뜻을 검색해보았다. 버킷리스트는 영어 'Bucket List'를 외래어로 표기한 것이며,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어놓은 목록'이라는 의미를 지
by
윤재현 에디터
2026.05.09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진심의 결을 더듬어보는 시간 [버킷리스트]
새삼스러운 진심
무엇이 좋을까, 나에게 성큼 다가올 앞으로의 시간이 어떤 감각을 선사해 줄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기는 게 선책이지 않을까 싶다가도 금세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누워만 있어도 복이 안착해 생계 책임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 아니니까. ‘버킷리스트’라는 단어는 무수히
by
정예진 에디터
2026.05.09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순환하는 비극의 도상, 짓물린 춤사위 - 마더 [영화]
닫힌 원, 비릿한 모성애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조: 짓물린 몸짓 영화의 막이 오르면, 메마른 들풀 사이로 한 여인의 기이한 춤사위가 시작된다. 영혼이 반쯤 빠져나간 육체가 풍경에 동화되려 애쓴다. 나풀거리는 그녀의 움직임은 들판의 풀과 뒤섞이며 노랗게 짓물린다. 파국을 맞이한 영혼이 과거를 연소시키며 동적 비명을 내뱉는다. 들판이라는 황량한 무대
by
신영주 에디터
2026.05.08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방황이 아닌 방랑, 그것이 내 생명의 현상이기를. [버킷리스트]
방황이 아닌 방랑하는 삶에 대하여
버킷 리스트(Bucket List)는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의미한다. 나는 새해가 밝으면 일기장 맨 앞에 버킷 리스트를 적는 습관이 있다. 한 해가 저물기 전에 이루고 싶은 걸 정리하고, '버킷 리스트'라는 이름을 붙인다. 눈 깜짝할 새에 스물넷이 되었고, 해가 지날수록 성숙해지는 몸과 마음을 마주한다. 어쩐지 1월 1일이 되면 아무것도 변
by
전주현 에디터
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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