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운명이란 것이 만약 우리가 걷게 될 길을 정해둔 것이라면,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세상의 다양한 것들에 흥미를 느끼고 탐구하던 나의 성향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새로운 개체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발견하는 일이 설레고, 아마도 그런 점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비엔날레라는 형식이 나에게는 더없이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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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24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어둠 속에서 본다'로, 인간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면서도 궁금해하는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자 했다.

 

전시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관점과 관찰 방식에 대한 고찰을 담으려 했던 것 같지만, 막상 전시를 관람하며 느낀 인상은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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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속 작품들이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보다는 각각 개별적인 특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개별 작품으로 분리하여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통일성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도슨트의 동선도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는 탓에 집중이 흐려져 산만했다는 기억이 더 강하게 남은 점도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전시된 개별 작품들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두 작품이 특히 기억에 남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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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게일 아로하 젠슨의 쁘띠 아>

 

<에비게일 아로하 젠슨의 쁘띠 아>는 비엔날레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은 벽을 향해 점점 가늘어지며 나아가는 밧줄을 통해 욕망의 끝없는 순환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밧줄의 한쪽 끝은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만, 점차 가늘어지는 형태로 끊어질 듯 위태롭게 벽을 향해 이어져 있어, 인간의 욕망이 지닌 불안정한 속성을 상징하는 듯했다.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성공, 인간관계 등 각자가 추구하는 목표가 욕망과 맞물려 있지만, 이를 좇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든다. 그렇게 도달한 욕망의 끝에서 정신을 차린다면 저 언제 끊어질지 모를 밧줄처럼 당장 무너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불안정함에 사로잡힌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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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 헤이칼의 <모목 일렉트릭: 심연공포>

 

서브컬쳐에 심취한 오타쿠 기질은 어디 안 가는지 샤머니즘적 색채가 짙은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다.

 

대요괴라거나 희대 악인의 영혼이라던가 하는 것이 봉인 당해 있을 것만 같은 모습으로 늘어진 마대와 덩그러니 놓인 모니터 한 대. 세망갓이라고 하는 일종의 정신 혹은 영혼을 담아 공포를 억누른다는 컨셉으로 전개하는 작품이었다.

 

현대인이라는 허울 좋고 거창한 칭호를 달고 하루를 생존하는 도시 속에 내던져진 문명의 피조물인 우리의 내면에는 자유와 자아를 억압받으며 보낸 시간 속에서 점차 풍화되어 가는 본연의 모습이 들어서 있다. 포대를 열어 꺼내보기 전까지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에서 솟아오르는 공포와, 반대로 일단 열어보면 알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는 용기의 상실이 만들어낸 불안감.

 

같은 화면으로 점멸조차 하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는 모니터의 화면은 우리 내면에서 멈춰버린 자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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