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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Yang EJ (양이제)]

 

 

[NOW PLAYING: Unbelievable - EMF]

 

갈등(葛藤). 칡과 등나무가 서로 뒤얽힌 모습이 마치 앞다투어 싸우는 모습을 닮아 이런 말이 만들어진 모양입니다. 두 나무가 얽혀 있는 모습은 상대를 단단하게 보듬어 주는 포옹과는 다른 인상을 줍니다. 일단, 얽혀 있는 두 실체가 인간이나 동물이 아닌, 식물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생깁니다. 식물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처럼 일정한 체온, 매끄러운 피부 혹은 부슬거리는 털이 없어 포옹과 같은 따스한 감각을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두 식물은 맞부딪혀 서로의 가지를 꺾으며 성장하기도 하고, 영양분을 어느 한 식물이 독차지해 나머지 하나를 시들게 만드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까요. 식물은 인간이나 동물처럼 감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얼굴, 손과 발끝, 울음소리가 없으니 얽힘이 서로를 감싸주는 위안이라며 변명할 수도 없군요. 그러니, 둘의 얽힘은 포옹이 아닌 싸움이겠죠.

 

위의 갈등의 어원을 보면 마치 갈등은 서로를 누르고 짓밟는 경쟁만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가득해 보이지요. 이렇기에, 갈등은 불행한 사건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모든 갈등이 '나쁜 일'로부터 비롯되는 것은 아니지요. 좋은 것과 더 좋은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도 우리는 갈등이라 부르니까요.

 

따라서, 인물의 갈등 또한 마냥 부정적인 일로부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손꼽아 기다리던 일일수록 갈등은 쉽게 생겨날 수 있습니다. 살짝 비틀기만 한다면요.

 

자신의 머릿속의 노래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기 위해 매일 같이 노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어떠한 타협점도 없이, 머릿속에 떠도는 실체 없는 추상들을 그대로 그려내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이 늘 호평받진 못했습니다. 정확히는 어떠한 평도 얻지 못하고 무반응과 무관심 속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인물은 라디오 방송에 화자 될 만큼 유명한 사람도 아니거니와, 신문 지면에 자신을 홍보할 만큼 자금을 가진 인물도 아닙니다. 힘들게 만들어 낸 결과물인 만큼 어딘가에 소리치고 싶은데 마땅한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거죠. 그에 대한 갈증이 계속해서 쌓여갈 때, 제삼자가 불현듯 나타나 말을 겁니다. "나 당신 공연에 관심이 있으니 연락 주시오." 인물의 손에 들린 명함에는 모 레이블사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분명 인물에게 있어서 경사입니다. 인물이 이미 오래도록 함께 활동한 밴드 멤버들이 있고, 레이블 관계자가 "오직 당신만" 오라고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면요. 인물의 욕구에 부합하는 상황을 제시해 주되, 인물이 원하던 것과는 다른 형태로 제시해 준 겁니다. 인물이 충분히 갈등할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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