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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미술가

지난 2018년 10월,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AI 화가 ‘오비우스’가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벨라미’가 한국 돈 약 5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는 같은 경매에 나온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과 로이 릭턴스타인의 작품을 모두 합친 가격보다도 2배 이상 높은 금액이라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또한, 미국의 거대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네덜란드의 렘브란트 미술관의 협업하여 네덜란드의 대표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과 비슷한 화풍의 그림을 그리는 AI 화가 ‘더 넥스트 렘브란트’를 개발했다.
이들의 학습 방식 또한 알파고의 머신러닝과 같다. ‘오비어스’에는 14~20세기에 그려진 초상화 1만 5000점을 입력시켜 이를 모두 분석하여 공통점을 찾아낸 뒤 스스로 자신만의 초상화를 그려내도록 한 것이며, ‘더 넥스트 렘브란트’는 렘브란트가 그린 초상화 346점을 안면인식 기술로 분석하여 렘브란트 유화에서 나타는 채색 및 드로잉 방식까지 재현해낸 것이다. 알파고를 만들어낸 구글에서도 AI 화가 ‘딥드림’을 키워냈는데, 빈센트 반 고흐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학습하여 고흐의 화풍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강남구 역삼동에 국내 최초로 AI 아트 전문 갤러리가 문을 열었으니, 궁금하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기존 미술 대가들의 화풍을 모방하여 재창조하는 수준이지만, 알파고가 바둑의 최정상에 올랐듯이 AI가 아주 새로운 화풍을 만드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AI 작곡가

이쯤 되면 AI 작곡가 또한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여 음악을 만들어 낼지 모두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AI 작곡가는 이미 2016년에 등장했다. 일본 소니 컴퓨터 과학 연구소에서 개발한 '플로우 머신즈'는 세계 최초로 2개의 AI 팝송을 제작했다. 1만 3000여 개의 곡을 분석하고 음악 스타일과 기술을 조합하여 ‘대디스 카(Daddy's car)’와 ‘미스터 섀도우(Mr. Shadow)’라는 음악을 만들어 낸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국의 유명 밴드 비틀스 스타일의 곡을 요구하자 ‘대디스 카’를 내놓았고, 재즈 스타일의 곡을 요구하자 미스터 섀도‘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IBM 사의 AI 왓슨(Watson)은 빌보드 차트에 오른 수만 곡의 작곡 작사 패턴을 분석하여 ‘낫 이지(Not easy)’라는 제목의 팝송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10월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린 ‘세계정보기술대회(WCIT) 2019’에서는 사전 행사로 AI 콘서트가 열렸다. 클래식 음악을 AI가 실시간으로 작곡하면, 15개 국가 출신 100명의 인간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가 이를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이다. 이 AI 작곡가는 세계 각 국가의 음악을 학습했다고 하는데, 이 콘서트를 기획한 이는 "기술계가 예술. 음악의 발전을 돕는 사례를 보여주고, 기술이 자신과는 거리가 먼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오케스트라를 보여주어 깨고 싶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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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화가, AI 작곡가를 예시로 들어 보았지만 AI 소설가, AI 시나리오 작가까지 현재 AI 기술이 활용되는 예술의 장르는 무궁무진하다. 바둑에서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었듯, AI는 예술에서도 인간을 뛰어넘을지 모른다. WCIT 오케스트라에서 본 것처럼 다양한 국가의 음악 조합을 만들어 내는 일은 인간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기계가 만들어낸 예술 작품을 우리가 인정할 수 있을까? 조금 더 나가면, 어떠한 개발자가 AI 그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낸다면 그 개발자도 예술가인가? 많은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해서는 문화 예술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혹자는 AI가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을 보고 향유자들이 만족한다면, AI 프로그램 또한 예술가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AI가 만들어낸 것은 단지 기계적인 학습에 불과하여 자신만의 감성과 의미가 담겨야 하는 예술작품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AI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의 삶에 끼어들어 우리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다.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기보다 이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