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관에 자주 가지 않지만, 픽사 혹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개봉일 까지 손꼽아 기다려 영화관으로 달려간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이 진정한 '모두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쓰레기 더미가 되어버린 지구에 홀로 남아 묵묵히 청소하는 낡은 로봇의 이야기를 그린 <월-E>, 사람의 머릿속 감정을 캐릭터로 만들어 한 아이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 <인사이드 아웃>, 사후세계로 떠난 한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코코> 등 픽사의 영화에서는 인종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참신하고 강렬한 스토리텔링이 유독 돋보인다.
픽사는 스토리를 만들 때 오랜 기간 다수의 창작진과 함께 토론하고 발전시키고, 피드백을 거듭 거치며 완성해나간다고 한다. 실패할 기회를 충분히 가지고 찬찬히 ‘어떻게 좋은 스토리, 애니메이션을 만들까’를 다 함께 고민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새롭고 창의적인 스토리를 만드는 데에 가장 큰 중점을 둘 만큼, 픽사는 이런 혁신적인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해왔다.
그리고 이 참신함을 극대화하여 보여주는 것이 바로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픽사는 1998년에 개봉된 <벅스라이프> 이후 모든 장편 애니메이션들이 개봉할 때 본 편 상영 전, 단편 애니메이션을 함께 공개했다.
사실상 픽사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장편 애니메이션의 성공 이후로도 꾸준히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새롭고 신선한 기술과 이야기들을 개발하고 있다.
At Pixar, we LOVE shorts!
…
Since the beginning of Pixar, short form storytelling has been a passion at the studio, and it will continue to be an important part of our future.
- Pixar 공식 홈페이지의 단편 애니메이션 소개글 일부
2018년, 픽사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스파크 쇼츠(SparkShorts)’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파크 쇼츠’는 픽사 직원들이 스스로 팀을 꾸려 제한된 기간과 예산 안에서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펄(
픽사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스토리텔링이 마음껏 발현될 ‘스파크 쇼츠’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기대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몇 가지 소개한다.
2012년 개봉한 <메리다와 마법의 숲>과 함께 상영된 <라 루나(La Luna)>
함께 달에 떨어진 별을 정리하는 일을 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처음으로 아들을 데리고 달에 올라간다. 바다 위에 배를 띄워 사다리를 타고 둥그런 달로 올라가 별을 쓸어내던 중, 거대한 별이 떨어진다. 그 별을 처리하기 위해 티격태격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에서 아들은 그 커다란 별에 기어올라 그 끝을 망치로 툭 친다. 그러자 거대한 별은 무수히 빛나는 별들로 쏟아져 내리고, 가족은 별을 마저 정리하여 초승달을 완성한다.
<라 루나>
아들의 모자 모양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다투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아들은 어리둥절하고, 괜히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 해본다. 그러다 거대한 별을 마주하자, 아들은 모자를 스스로 고쳐 쓰고 문제를 해결한다.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을 따라 흘러가다보면 고작 7분이라는 러닝 타임 사이에 한 아이의 성장을 함께 느끼며 단편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라 루나>처럼 새로운 소재를 다루는 작품뿐만 아니라, 장편 애니메이션의 번외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다. <잭잭 어택(
또 픽사는 아니지만, 디즈니의 <주먹왕 랄프>와 함께 상영된 <페이퍼맨(Paperman)>
<페이퍼맨>
단편 애니메이션의 러닝 타임은 보통 5~10분인데, 이 짧은 시간에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참신한 소재와 개성 있는 영상,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마치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 그야말로 ‘모두를 위한 영화’인 단편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도 함께 느껴보았으면 하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