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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공명하는 선율이 충분히 퍼질 때까지 - East Meets East [공연]
여백을 닮은 재즈
일정한 박자로 조심스럽게 건반에 제자리걸음을 내딛는 피아노 소리로 공연의 막이 열렸다. 스네어 브러시 소리가 옅게 깔리고, 무언가를 비워내듯 심벌과 라이드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현을 스치는 베이스 소리가 허공을 맴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흘려보낸 고요한 불협
by 민정은 에디터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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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시로 시작해 삶으로 끝나는 슈베르트의 음악 - 슈베르트, 겨울 여행 [공연]
오래도록 추억할 겨울
겨울과 클래식. 두 단어는 내게 어렸을 적 피아노 학원에서 꽁꽁 언 두 손을 녹이려 난로를 쬐곤 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작위적인 감정이 미처 다 생기지 못한 채로 음악을 대했던 시절이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낭만주의, 가곡의 왕, 슈베르트. 학창 시절에
by 민정은 에디터 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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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붉은 에너지의 향연 - 뮤지컬 '적벽' [공연]
경쾌하고 호탕한 적벽대전
뮤지컬 ‘적벽’은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 중 적벽대전 장면을 차용한 판소리 ‘적벽가’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칼군무와 판소리 합창의 강한 매력으로 지난 2017년 첫선을 보인 후 대중성까지 거머쥔 작품으로, 4년 연속 공연되며 판소리와 현대무용의 만남으로 재구성한
by 민정은 에디터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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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잿빛 사이로 우거진 녹음(綠陰)의 산수화 - 최인 기타 리사이틀 ‘MUSICSCAPE’ [공연]
클래식 기타의 진동에 실려오는 풀내음
바야흐로 녹음의 계절, 여름이다. 내게는 더위와 습함을 피해 주로 실내에만 머물러 있다 보면 계절감을 느낄 새도 없이 꽤나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 버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여름 밤은 아주 귀하다. 여름에만 맡을 수 있는 무성한 풀내음을 시원하고 기분 좋은 공기
by 민정은 에디터 20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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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수증기를 보았다 - 뮤지컬 '스메르쟈코프' [공연]
사라져가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너무나 살고 싶어지는 이 순간”이라는 홍보 문구만 보고 문화초대를 신청해 버렸다. 엄청난 긍정의 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스메르쟈코프’는 러시아의 대문호라 칭해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소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주요 등장인물인 까라마조프가의
by 민정은 에디터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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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산뜻한 바람으로 다가온 클라리넷의 숨결과 몸짓 - 조성호의 콘체르토 플러스 [공연]
한 무대에서 만나는 4개의 바로크 클라리넷 협주곡
어느새부턴가 음악이 시간을 견디기 위한 소리 신호 정도로만 감각되기 시작했다. 플레이리스트는 나를 반복된 알고리즘의 길로 안내했고, 음악적 취향을 발견하며 디깅을 하는 일도 멈춘 지 오래였다. 그렇게 나에게 있어 음악의 존재감은 더 이상 인식되지 않는 배경 정도로 전
by 민정은 에디터 202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