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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인체를 살피며 찾는 삶의 의미 ’인생의 해부학’ [도서]

삶을 ‘위한’ 해부학 Anatomy for life

by 최수인 에디터
2026.10.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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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픽션이 주는 감동은 항상 색다르다. 타인의 가치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즐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도서 《인생의 해부학》에서 나는 어떤 베스트셀러 논픽션을 처음 읽었을 때와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 저자 ‘가브리엘 웨스턴’은 부검실과 수술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죽음과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통찰은 너무나도 우리와 가까워서, 책을 손에서 놓자 세상이 달라 보였다. 그야 지금 세상을 인식하고 있는 뇌 역시 신체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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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책은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부검실에서 시작되어 차가울 것이라 예측했던 챕터는 의외로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글을 쓰는 도중에 내 삶에서 벌어진 심각한 의학적 사건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라니, 앞으로 다가올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영문학을 전공한 다음 의사 과정을 밟았다던 저자의 글솜씨에는 확실히 빨려 들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차례를 펼치자, 우리 몸속의 여러 장기의 이름들이 적혀 있다. 뼈부터 시작해서, 성기, 창자, 자궁, 허파, 피부, 가슴, 콩팥, 뇌, 간, 심장까지. 매 챕터마다 에세이와 해부학적 지식이 번갈아 서술된다. 물론, 해부학적 지식 역시 교과서처럼 단순한 것이 아닌 저자가 외과의로서 겪었던 경험과 함께 쓰여 있다. 수술을 참관하며, 혹은 어떤 케이스를 떠올리며…


      그리고 그 둘이 맞물리기도 한다. 저자의 아버지, 아들,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수술실에 환자로 들어가는 사람이 가족이 되고, 병의 어떤 케이스가 내가 되는 것이다. 몸속에 갇혀 있는 인간으로서 어쩌면 피해 갈 수 없는 일일 수도 있겠다. 저자가 외과의로서 의학 용어를 읊음과 동시에 삶, 그리고 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여성의 몸에 대해 조명한 점도 인상 깊다. 성기, 자궁, 가슴 세 챕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여성 외과의이자 네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저자는 고리타분하고 낡은 해부학 교과서에서 삭제된 부분들을 자전적 경험 그리고 통찰과 함께 채워 넣는다. 가브리엘 웨스턴의 시선 앞에서 여성의 신체는 숨겨야 할 부끄러움이 아닌 주체적인 몸으로 탈바꿈한다.


      ‘성기’ 챕터에서는 성확정 수술을 다루기도 한다. ‘음경음낭 피판 삽입 질성형술’이라는 긴 수술명 아래 수술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된다. 다시금 책의 소개 문구 중 하나가 떠올랐다. “우리는 몸 안에 갇혀 살아가면서도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어쩌면 몸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가장 많이 느낄 그들을 주목한 것에서도 저자의 섬세함을 느낀다.


      자신의 몸에 대해 인식하고 알아가는 것은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인지행동치료 중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치료에서는 신체적 자각을 중요시한다. 과거에 대한 우울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현재의 내 몸을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며 신체 각 부위의 명칭과 하는 일에 대해 인식하다 보면 ‘신체적 자각’이 자연스럽게 된다. 독자를 현재에 데려다주는 것이다.


      현재로 돌아온 독자는 자각을 넘어서 신체와 자신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몸은 불확실하고 해부와 수술은 차갑고 딱딱하나, 가브리엘 웨스턴이 살피는 수술대 너머 인문학과 철학은 따뜻하다. 해부학 교과서에서 하나로 수렴된 몸이 《인생의 해부학》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로 다시 발산된다.

       

        

      내 교과서 여백에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들이 여기저기 적혀 있다. 내가 과학에 아무리 헌신하더라도 그것을 개인의 이야기로 만들지 않으면 그 안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p. 163)

        

       

      인생의 해부학

      더퀘스트. 가브리엘 웨스턴 지음, 김성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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