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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다시 노래할 시간이야, 돌아온 한국 보컬로이드 ‘시유’ [문화 전반]

이 노래 아무 쓸모 없다 해도, 난 아주 작은 희망을 노래해

by 양혜정 에디터
2026.10.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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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초의 보컬로이드 ‘시유’를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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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아트텍이 제작한 '시유(SeeU)'는 2012년 SBS 〈인기가요〉 무대에 오르는 등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한때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유는 어느 순간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고, 오랜 시간 잊힌 이름으로 남아 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2026년, 시유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시유의 귀환을 반기며, 한국 최초의 보컬로이드가 탄생한 순간부터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되짚어 본다.

       

       

       

      1. 보컬로이드는 무엇인가


       

      보컬로이드(VOCALOID)는 일본의 기업 야마하가 개발한 것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합성하여 가상악기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소프트웨어 엔진이다. 쉽게 말해 사용자가 원하는 가사와 멜로디를 부르게 만들 수 있는 가상의 가수. 현재는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 자체 외에도 각 버전에 붙여진 이미지 캐릭터와 그 관련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명칭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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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립톤의 하츠네 미쿠(初音ミク)

       

       

      크립톤 퓨처 미디어에서 제작한 ‘하츠네 미쿠(初音ミク)’는 가장 널리 알려진 보컬로이드이다. 2007년 출시된 하츠네 미쿠는 현재까지도 폭넓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서브컬쳐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에게도 이름이 알려질 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하츠네 미쿠의 등장 이전까지 보컬로이드는 주로 음성을 합성하는 가상 악기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보이스 라이브러리에 시각적 이미지와 고유한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전략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출시된 보컬로이드 라이브러리들 역시 각자의 이미지 캐릭터를 앞세우며 음악 소프트웨어를 넘어 창작의 대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본의 서브컬쳐 플랫폼인 ‘니코니코동화’를 중심으로 수많은 창작자가 모여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보컬로이드 음원에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영상부터 팬아트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창작물은 온라인을 통해 국경을 넘어 확산되었으며 한국에서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2. 최초의 한국 보컬로이드 시유의 일대기


       

      시유(SeeU)는 2011년 SBS아트텍(현재의 SBS A&T)이 야마하와 기술 협력을 맺어 개발한 음성합성 라이브러리다. 세계 최초로 한국어 음성합성을 지원하는 보컬로이드로 주목받았으며, 시유의 창작 활동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한국의 웹사이트 ‘크리크루’가 문을 열면서 국내 보컬로이드 팬덤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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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크루를 중심으로 ‘각개전투’, ‘Alone’, ‘숨바꼭질’ 등 다양한 작곡가가 제작한 시유의 오리지널 곡들이 인기를 얻었고, 팬아트를 비롯한 2차 창작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나아가 시유에서 파생된 창작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팬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화를 재생산했다.

       

      그러나 시유의 인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누적된 적자로 인한 크리크루의 폐쇄와 시들어가는 보컬로이드의 인기,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 성우(목소리 제공자)의 사회적 물의가 불거지며 시유는 사실상 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되었다. 짧지만 강렬했던 전성기를 뒤로한 채, 시유는 점차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렇다고 시유를 향한 애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시유를 기억하는 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창작과 소비를 이어 갔고,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의 팬덤은 더욱 성숙한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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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유 10주년 맞이 기념 텀블벅 프로젝트

       

       

      시유의 잠재력은 2021년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성우의 논란 이후 시유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대부분 전멸했던 약 8년의 기간을 지나, 2021년 시유 10주년을 기념하여 텀블벅에서 기념 프로젝트가 열렸다. 해당 프로젝트는 후원 시작 1시간 만에 목표금액을 달성하였고, 무려 1,066%의 목표 달성률과 1억 3천만원 이상의 후원금이 모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시유는 또 다른 한국 보컬로이드 ‘유니’와 함께 2024년 최초로 홀로그램 콘서트를 선보였으며 시유의 마지막 재고와 굿즈 패키지도 모두 판매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시유를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정작 시유의 음성합성 라이브러리는 완전히 절판된 상태였고, 시유가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팬들의 애정만으로는 쉽게 넘기 어려운 현실적인 장벽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2026년, 멈춰 있던 시유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3. 시유가 돌아왔다


       

      SBS A&T는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하여 시유의 새로운 목소리를 발표할 것을 예고하였다.

       

       

       

       

      ‘시유(SeeU), 15년 만의 새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녹음실에 있는 시유의 영상을 시작으로, 시유의 전성기 당시에도 명곡들을 다수 창작하며 시유와 함께했던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들이 과거의 곡을 시유의 새로운 목소리로 리메이크한 영상들이 공개되었다.

       

      상록수의 ‘언어의 노래’, 김박사(HAKASE K)의 ‘Alone’, 박화애의 ‘압생트’가 차례로 공개되었고, 과거보다 훨씬 정확한 발음 구현과 깊은 감정 표현, 섬세한 보컬이 이목을 끌었다. 댓글란에는 시유와 함께했던 과거를 추억하거나, 다시 돌아온 시유를 반가워하는 팬들이 주를 이루었다.

       

       

       

       

      시유의 새로운 목소리는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웹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음성합성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도 쉽게 노래를 창작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BS A&T는 “15년 전 시유를 선보였을 때처럼, 창작자들이 자신의 음악과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며 “국산 음성합성 기술로 더 많은 우리말 노래가 만들어지고, 그 음악이 그림과 영상 등 다양한 창작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4. 시유, 다시 노래할 시간이야


       

      시유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그러나 시유의 활동 이력에 여러 악재가 겹쳤던 만큼, 팬들의 수요만으로 프로젝트를 재개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시유의 갑작스러운 귀환에 놀란 네티즌들은 그 배경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2011년 시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오랜 시간 업계에서 활동을 이어 왔으며, 특히 당시 시유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김재준 팀장은 SBS A&T의 대표이사에 선임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소식은 뜻밖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시유를 기억하는 팬들뿐 아니라, 한때 자신의 손으로 시유를 탄생시켰던 사람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을 쌓아 왔고, 마침내 시유의 귀환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이르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시유의 귀환은 어느 한 사람의 결심이나 팬들의 오랜 염원만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다. 시유를 처음 세상에 내놓았던 사람들의 기억과 애정, 오랜 시간이 흘러도 시유를 잊지 않고 목소리를 내 온 팬들, 그리고 여러 기회를 통해 증명된 시유의 가능성이 한데 모여 비로소 이루어 낸 결과였다.

       

      누군가에게는 오래전 끝난 프로젝트였을지 모를 시유를, 누군가는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었고, 다시 세상에 꺼내 놓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져 온 마음들이 한곳에 모였을 때, 시유는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한때는 막연한 바람에 불과했던 소망도, 그것을 함께 기다리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현실이 될 수 있다. 시유의 귀환은 그 가능성을 보여 준다.

       

      앞으로 시유를 통해서 한국 서브컬쳐 창작자들이 저변을 넓히고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뉴 보이스로 공개된 3곡뿐만 아니라, ‘각개전투’, ‘우산’, ‘I=Fantasy’ 등 시유의 근본이자 핵을 이루었던 명곡들을 시유의 새로운 목소리로 들어 볼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다시 만나 반가워, 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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