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차곡차곡 주방에 모아둔 티백이 눈에 띄었다. 홍차, 얼그레이, 녹차, 우롱티 등등. 다양한 종류의 티백을 보면서 ‘밀크티로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졸업 후, 나는 커피를 함께 파는 꽃 카페를 차리고 싶었다. 꽃은 계속 배우고 있었지만 마실 줄만 알았던 커피에 대해 알고 싶었고 그렇게 카페에서 일을 했다.
평일은 프랜차이즈, 주말에는 내가 평소 단골로 가던 디저트 카페에서 일을 했었는데 주말에 일했던 카페에서는 사장님이 찻잎과 우유로 직접 끓여서 밀크티를 만들었다. 사실 쉽게 찾아보면 밀크티를 만들 수 있는 분말도 많은데 간편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찻잎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끓이는 사장님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한 잔에 어느 정도 찻잎이 들어가는지는 까먹었지만 내가 먹을 거라 계량은 엉망으로 해서 밀크티를 만들었다. 만들고 나니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홍차, 얼그레이 찻잎 이후에 녹차로도 도전을 했지만 녹차는 쓴맛이 더 크게 느껴져서 밀크티로 왜 판매되지 않는지를 깨달았다.

그렇게 나를 위한 밀크티를 직접 끓여 마시는 취미가 생겼다.
처음에는 잘 마시지 않는 티백을 소진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찻잎에 따라 달라지는 밀크티의 맛을 느끼는 시간이 좋다.
약불로 우유가 넘치지 않게 신경 써야 하고 찻잎이 잘 우러나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저어줘야 하는데 그때마다 오롯이 이 밀크티에 집중하는 순간이 소소하고 즐겁다. 끓이면서 하얀 우유의 색깔이 은은한 베이지 톤으로 변하면서 어떤 맛을 낼지 기대한다.
최근에는 친한 언니의 집들이에 놀러 가면서 내가 만든 밀크티를 선물했고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올해 겨울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밀크티를 만들어서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동성이 적은 내 일상 속 생각지도 못한 취미가 생겨서 신기하다. 작고 소소한 취미를 잘 지키면서 재밌는 하루하루를 만들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