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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수많은 운명과 선택이 만든 '나'라는 인격체 - 카오스의 가장자리 [도서]

책 <카오스의 가장자리>를 읽고,

by 강소정 에디터
2026.10.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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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을 탓하지 말라'

       

      내 처지가 불리하게만 느껴질 때마다 주변 어른들께서 수도 없이 해주신 말이다. 귀에 익을 대로 익은 말이지만, 나에게는 그 말이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도 상황을 이겨낼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환경은 한 사람의 인격을 만드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처 예상하지 못했거나 부정하고 싶은 순간에 놓였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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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카오스의 가장자리》는 한 사람이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신경과학자이 눈으로 되짚는 책이다.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수실로는 약물 중독자인 부모님 밑에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보육 시설과 친척 집, 기숙학교를 오가며 성인이 되었다. 그러나 신경과학자로 자리 잡은 뒤에도 성취가 곧 살아갈 이유가 되어 주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기 위해 지나간 시간을 순간순간 돌아보고, 그 답을 복잡한 과학의 원리와 연결한다. 한 사람은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과 관계, 선택이 얽히며 만들어지고, 그 변화는 질서와 무질서가 맞닿은 '카오스의 가장자리'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환경이 한 사람에게 남기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환경을 지나온 사람은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리 세계가 너무도 복잡한 리듬에 맞춰 돌아가기 때문에,

      아주 작은 진동조차 예측 불가능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계가 복잡하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주 작은 진동이 커다란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면, 원인 뒤에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으리라 믿을 수도 없다. 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나를 만든 원인은 하나로 짚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 안에 당시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사소한 순간들도 섞여 있을 것이다.

       

      결과를 만드는 것은 개별적인 원인이 아니라, 수많은 요소가 서로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흐름이다. 그 흐름은 출발점을 안다고 해서 도참점까지 알 수 없다. 거의 같은 조건에서 출발해도 전혀 다른 곳에 닿을 수 있기에, 과거를 아무리 완벽하게 되짚어도 지금의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내가 내리는 사소한 선택 또한 앞으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탄생 : 살아 있는 이웃이 정확하게 3개가 있으면, 그 세포는 죽은 상태에서 살아 있는 상태로 변한다. 8개의 이웃 세포 중 어떤 것이라도 3개만 있으면 된다.

       

      죽음 : 살아 있는 이웃 세포가 하나뿐이거나 하나도 없으면, 세포는 죽는다 - 아마도 외로움 때문에

       

      생존 : 살아 있는 세포의 경우, 살아 있는 이웃 세포가 2개 또는 3개라면, 그 세포는 계속 살아남는다.

       

       

      책에는 이러한 얽힘은 세포의 규칙을 소개된다. 이 규칙에서 세포의 운명을 정하는 것은 세포 자신이 아니라 곁에 살아 있는 이웃의 수라고 한다. 이웃이 세 개이면 새로 태어나고, 하나 이하이면 사라지며, 두세 개이면 살아남는다.

       

      규칙은 이토록 단순한데도 그 결과는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 이를 삶에 대입해 보면, 우리 역시 살아가며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어느 하나만을 취향이라 말하는 사람이 없듯 여러 요소에 둘러싸여 산다. 그때그때 놓인 환경에 따라 어떤 관심은 새로 생기고,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끝까지 남는다.

       

      그러나 지나온 순간 중 나를 변하게 했던 것들이 기억이나 마음에 몇 개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의 나는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 모든 요소가 배합되어 만들어진, 조금 더 다듬어진 내가 아닐까.

       

      *

       

      결국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나 부정하고 싶은 순간을 받아들인다는 건, 그 순간을 지우려 애쓰는 일도, 그것을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유일한 원인으로 삼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경은 분명 나를 만든 요소 중 하나이지만 나를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어쩌면 '환경을 탓하지 말라'는 말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삶을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시선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이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얽혀 있는 요소들을 그대로 안은 채 다음 선택을 이어가는 것일까. 그 선택이 또 하나의 작은 진동이 되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건 지금의 내 선택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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