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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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던 중, 손목이 울려 확인을 해보니 아트인사이트에서 온 알림이었다. 문화 초대에 대한 연락이 자주 오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공연일지 궁금해서 확인을 해보니 평소와 제목이 달랐다.

 

[Project 당신 - 자기소개 편]

 

'자기소개'라는 단어에 나는 눈길이 확 끌렸다. 근 몇 년간 회사 취업 준비로 무수히 많은 자기소개를 해왔던 나에게 또다시 자기소개라니... 듣기만 해도 속이 안 좋아지는 단어지만, 이상하게 계속 시선이 갔다. 좋은 결과를 위해 작성하는 자기소개가 아닌, 정말 나를 소개하는 자리. 듣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오글거리는 수식어를 갖다 붙여 만든 억지스러운 자기소개가 아닌, 마치 닭가슴살과 같이 담백 그 자체의 자기소개를 할 수 있는 기회. 이건 놓칠 수 없다 생각해 향유하기를 눌렀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자기소개에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내용이 있다. 바로 일대기를 이야기하는 것.

 

나는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떤 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며, 무슨 일이 있었고, 어쩌구... 저쩌구...

 

그런데 오늘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을 한번 해볼 생각이다.

 

*


날짜: 1999년 4월의 어느 날 | 날씨: 맑음 | 장소: 산부인과

제목: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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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너무 비좁다. 혼자 있어도 좁아 죽겠는데, 어떤 이상한 여자애가 내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때 갑자기 빛이 들어오더니 내 머리를 쑥 잡아 꺼냈다. 나는 너무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너무 이상하다. 나는 울고 있는데, 나를 잡고 있는 사람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만나서 반가워!" 그렇게 나는 이 세상과 첫인사를 했고, 쉽지 않은 길의 출발선에 앉았다.

 

 

날짜: 2011년 | 날씨: 흐림 | 장소: 한 초등학교

제목: 잊지 못할 실패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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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초등학교 5학년, 나는 앞으로 잊지 못할 실패를 맞이했다. 바로 전교 부회장 선거에서 떨어진 것이다. 당시 부회장 후보는 3명이었고, 그중 누가 봐도 내가 제일 부족해 보였다. 다른 친구들은 포스터부터 남달랐다. 부모님의 열렬한 지원 속에 포스터와 모든 선거용품 제작을 업체에 맡겼다. 그에 비해 나는 포스터를 비롯한 모든 선거용품을 손수 만들었다. 우리 반 친구들 중에 그림 좀 그린다는 친구들은 붓을 잡고 나를 캐리커처 하거나 자신들이 가장 잘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 결과, 이게 선거 포스터인지 어린아이들의 순수함이 들어간 창의적인 작품(쉽게 말해 낙서다...)인지 헷갈릴 정도의 엄청난 작품을 걸어두었다. 결국 전문가들이 만든 그들의 포스터가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수많은 검토를 거친 그들의 공약 발표가 당시 초등학생들에게 인상 깊게 박혔다. 그래서 나는 3명 중 3등으로 낙선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진 것 같지 않았다. 150명이라는 학생들이 나를 뽑아주었고, 많은 선생님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며, 무엇보다 반 친구들의 엄청난 경호를 받으며 다녔던 약 한 달간의 선거운동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친구가 3등이라고 놀리자 바로 그 친구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기까지 했다.) 선거가 끝나고 나를 위해 노력해 준 많은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나는 이 순간들을 아마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친구들이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나의 이름을 외치던 그 소리, 포스터를 만들며 더러워진 그들의 티셔츠와 바지, 그리고 날 위해 날려준 정의의 주먹까지... 이들을 만나기 위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나 보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날짜: 2018년 1월 | 날씨: 눈 | 장소: 집

제목: 벼랑 끝에서 잡은 동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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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능이 끝난 후, 나는 침울함 속에 갇혀 살았다. 이유는 합격한 대학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붙을 수 있을 거라는 곳들도 다 떨어지면서 내 자신감은 바닥에 처박혀버렸다. 심지어, 내가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준비를 도와줬던 친구들은 본인의 성적보다 더 높은 곳을 척척 잘도 붙고 있어서 그런지 나의 절망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대학이 붙지 않는 이유를 모든 것에 돌리고 싶었다. 친구들, 담임 선생님, 심지어 가족까지... 나의 예민함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가시를 세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가시를 무디게 만든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바로 대학 합격 발표였다. '합격'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나는 살면서 가장 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앞으로 모든 것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행복 속에 빠진 나는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어려움을 알지 못한 채 즐거워했다.

 

 

날짜: 2019년 추석 | 날씨: 비 | 장소: 장례식장

제목: 가슴 아픈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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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추석이었다. 하늘에서는 그치지 않을 것처럼 비가 내렸고, 그 비는 내 몸을 적셨다. 내 두 눈에서는 비인지 눈물인지 모를 정도로 무언가를 쏟아냈다. 그렇다. 나는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가장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했다. 당시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한 사람을 이제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되었고, 나와 친구들은 참으로 괴로워했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한숨을 쉬며, 끝없이 자책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고통스러운 몸부림에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하늘에서 비만 계속 내리고 있을 뿐이었다.

 

 

날짜: 2020년 1월 | 날씨: 비 | 장소: 군부대

제목: 이등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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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을 마치자마자 거의 바로 군대에 갔다.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지 생각 없이 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친구와 동반입대를 했고, 익숙했던 모든 것들과 잠시 이별의 시간을 가졌다. 그곳은 역시 어떤 잡생각도 허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왜?'라는 질문은 절대 필요하지 않은 곳. 그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면 되는 곳이었다. 철원의 한 부대로 자대 배치를 받고, 참 다이나믹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생전 해보지 않았던 망치질과 톱질, 삽질... 비닐에 밥을 먹기도 하고, 눈이 오는 밖에서 땅을 파고 잠도 잤다. 독특한 경험을 하다 보니, 점점 복잡했던 생각이 단순해졌고, 훨씬 가볍게 하루하루를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오지 않을 것 같던 전역 날이 밝았고, 나는 세상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날짜: 2024년 2월 | 날씨: 맑음 | 장소: 회사

제목: 첫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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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난 나는 첫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영상 전공을 한 나는, 방송국 조연출로 일을 시작했고, 최선을 다해 일을 했다. 일주일 밤샘은 기본, 내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너무 열정적으로 일했던 것일까? 금방 배터리는 방전되어 버렸다. 그저 넘어갈 수 있었던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 물음표는 내 삶을 뒤덮어 버리게 되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너무 지쳐버린 나는 결국 그곳을 나오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붙잡았자만, 내 생각은 확고했다. 이곳보다 좋은 회사가 있을 거라고! 난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날짜: 2025년 현재 | 날씨: 맑음 | 장소: 회사 앞 카페

제목: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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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는 퇴근 후 글을 쓰고 있다. 그것도 나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을 되돌아보며 내 삶의 목적에 대해 다시 찾아가고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이 요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글, 영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내 삶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생각해 뛰어든 사회에서 나는 그 방향을 잃어버리고 헤매는 중이다. 이 방황은 언제쯤 끝나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다시금 방향을 찾아 나가야 하지만, 지금 닥친 상황을 해결하기에 급급해 나침반을 들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흔들리지 말자!' 나의 성장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던 많은 이들에게 작은 미소를 선물하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세계에 뛰어든 이유 아니었는가? 내 삶은, 내 인생은 나 혼자의 것이 아닌, 많은 이들의 땀방울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정신을 다시 차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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