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solo album] trac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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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Yang EJ (양이제)]
[NOW PLAYING: Art School - The Jam]
앞서 저는 욕구를 가진 인물이 그와 대비되는 현실에 가로막혔을 때, 어떠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가에 대해 고민한 글을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트랙7번) 인물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낙담, 자책, 비관, 낙관, 분노, 질투, 반성, 성찰, 성장 중 어느 태도를 취하는지를 살펴보면 인물의 성격과 욕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면서요.
그 당시 인물은 자기 노래를 부를 만한 마땅한 무대가 없다는 현실에 '비난'이라는 태도를 취했지요. 인물에게 노래는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을 재현시킴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인 만큼, 그 어려움에 견줄 만한 보상과 인정을 원했으나 상황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인물은 자신의 일부인 노래가 거절당하자 자신 또한 부정당한 기분을 느꼈고, 결국 인정해 주지 않은 상대를 비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이를 참고하여 인물이 자신에게 처한 새로운 갈등에 어떻게 대처할지 구상해 보겠습니다. 그 전에, 저는 인물이 갈등에 대처하는 태도인 '비난'이란 것을 보다 정확히 정의해 볼 필요를 느꼈습니다. 비난이란 단어가 아직은 제게 막연한 구석이 있어서요.
'비난'은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상대를 위협하며 쏟아낸 말이든 울분에 차 떨리는 손으로 겨우 쥐어짜 낸 발악이든, 결국에 비난은 자신의 감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잠시간의 환기는 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난의 진정한 효과는 자기 자신이 아닌 비난의 대상, 상대에게 있습니다. 만약 비난을 통해 어딘가 해소된 기분을 느꼈다면, 이는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분출했다는 카타르시스보단, 내 비난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이 상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만족감일 겁니다. 비난이란 행동 자체가 나를 해소해 준다면 상대가 어떤 반응(혹은 아예 모르는 체하거나 무시하더라도)을 보이든 개의치 않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결국 저는 이러한 추론의 과정을 지나 비난의 특성을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비난한 주체의 감정 여부가 좌우됨'이라 전제했습니다. 그런 다음, 이 전제를 바탕으로 인물의 다음 행동을 구상해 나갔지요.
인물은 비난으로 상대에게 모욕감·당혹감을 줍니다. 눈앞의 상대는 감정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험악해져만 갑니다. 인물은 자신의 언행에 따라 즉각적으로 변해 가는 상대의 모습에 상황을 내가 좌우할 수 있단 자기효능감을 느낍니다. 효능감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여주죠. 거부의 순간들로 얻은 상처들이 잠시 위안을 얻습니다. 비난은 일종의 방어기제로써 작용했습니다. 자, 앞에서 제가 임의로 정의 내린 비난의 특성을 통해 인물의 행동이유가 보다 상세해 졌습니다. 이를 통해, 인물의 다음 행동도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 인물은 '밴드 멤버들이 제외된 앨범 제작 제의'라는 새로운 갈등에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자 합니다. 자신이 현재상황에 주도권을 쥐고 자신이 원하는 조건대로 계약하길 원하죠. 그렇기에 다시 한번 인물은 상대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비난'이라는 태도를 취합니다. 결국, 혼자 오기로 암묵적으로 약속된 미팅 자리에 아무런 사전 설명이나 양해 없이 자기 멤버들을 데리고 오는 '결례'를 범하게 된 것이죠.
[양은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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