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과학의 어두운 역사를 해부하는 책 - 과학 잔혹사

글 입력 2024.05.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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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인류가 구축한 학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은 각종 질병을 정복해왔고, 다양한 과학기술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러한 과학의 유용성과 이기는 과학의 지속적인 발전을 부추겼고, 과학은 인류 문명 발전의 지표로서 그 위상을 갖게 되었다. 더군다나 합리성과 이성을 고유의 속성으로 귀속시키면서 과학에 대한 가치 판단은 보류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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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이르러 과학의 윤리에 대한 많은 문제 제기와 논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대중들도 이에 대해 한번씩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샘 킨의 책 <과학 잔혹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 실험 문제를 포함하여 과학사에서 법과 윤리의 선을 넘었던 사례들을 우리에게 소개해준다. 클레오파트라부터 식민지 약탈, 전쟁과 냉전의 희생자들, 그리고 첨단기술로 변화할 미래의 범죄까지, 과학 활동의 현실적인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곧, 이 책은 역사에서 간과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잊힌 이야기들을 부활시켜 무엇이 그 사람들에게 궁극적인 금기를 깨게 했는지 해부한다. 이를 통해 지식 탐구가 어떻게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 윤리적이고 신뢰성 있는 과학이 왜 중요한지를 알리고자 한다.

  

[아인슈타인은 "많은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라고 말했다. 오래전에 이 인용문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코웃음쳤다. 과학자가 착하건 말건 누가 신경 쓴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오로지 발견이 아닌가! 하지만 이 책을 쓰고 나서 나는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436쪽)

 

책에서 다루는 몇가지 사례는 다음과 같다. 먼저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실제 모델인 해부학자 존 헌터는 시신 거래를 활성화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18세기 의대생의 증가로 시신이 부족해지자 시신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헌터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신 도굴꾼과 왕성하게 거래하였다.

   

또 다른 예로, 마약 분석가 애니 두컨은 학위 및 증거 조작으로 마약 시료를 처리하여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헌터와 두컨의 사례처럼 단순히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들은 지금 우리의 삶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며 그저 흥미로운 해프닝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나치 독일의 생체 실험과 노예 제도에 기대어 채집된 수많은 표본들, 그리고 동물 고문을 거친 에디슨의 전류 산업은 분명 현대 과학에도 일정 부분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그밖에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사례들은 현재의 우리가 과학사의 어두운 이면에 충분히 관련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1948년 2월에 커틀러는 베르타의 왼팔에 매독균을 주사했다. 베르타는 곧 그곳에 병터와 빨간 혹이 생겼고, 피부 껍질이 벗겨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커틀러는 석 달 동안 베르타를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8월 23일에 베르타는 분명히 죽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믿었던지 커틀러는 베르타의 요도와 눈, 곧창자에 임질 고름을 집어넣었고, 게다가 매독균도 재차 주사했다.] (241~242쪽)

 

<과학 잔혹사>는 역사적 사건을 진술한다. 그리고 그 사건들을 개인, 혹은 몇몇 집단의 행위로 이뤄진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여기서 서술하는 범죄 행위들이 단순히 개인과 일부 집단의 잘못으로 국한되며 과거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건들이 쌓여 인류가 현재의 과학 및 의학 기술을 성취할 수 있었고, 우리가 그 기술의 이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역사를 해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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