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을 진심으로 말한다는 것 - 도슨트 정우철 [사람]

글 입력 2024.04.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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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말한다.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인데, 교육을 받은 후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전시 공간에서 관람객에게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이로써 관람객들이 더욱 전시물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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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학술 전시회 내 도슨트로 상주했다. 학술 전시이기에 가벼운 전시 체험 활동을 설명하고 동선 안내를 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중 한 관람객이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나름대로 부스에 대한 이해를 어느정도 가진 채 도슨트를 맡았다고 생각했으나, 미숙한 내 모습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러 한 홍보대행사에서 인턴을 하게 됐다. 제품을 런칭하기 위한 행사를 몇 개월간 애정을 담아 준비했고, 행사를 안내하고 동선 이동을 돕는 스태프 역할을 맡게 됐다. 도슨트와 비슷한 듯 다른 역할을 맡아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했는데, 그중 누군가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차별점을 궁금해했다. 지난 경험에서 느낀 아쉬움을 토대로 제품과 행사에 대한 설명을 인사이트와 덧붙여 잘 전달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무언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잘 알기 위해선 관심을 두고 애정을 가져야 한다. 이곳 아트인사이트에서 문화예술에 관심을 두고 주제를 공부해 글을 쓰는 수많은 에디터처럼 말이다. 최근 미술, 전시 분야에도 그처럼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관람객 못지않게 전시된 미술작품을 무한한 애정으로 들여다보려는 사람. 그를 바탕으로 더 많은 관객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예술을 말하려는 사람. 바로 도슨트 ‘정우철’이다.

 

정우철 도슨트를 처음 만났던 것은 삼성역 근방에서 진행된 전시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에서였다. 스페인 출신 유명 화가 피카소와 함께 현대 미술을 이끈 미술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로, 방문 당시 평일이었으나 꽤 많은 사람이 전시장을 찾았다. 도슨트의 설명을 듣기 위해 간 것은 아니었으나 우연히 운이 좋게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하나의 큰 그림 앞에서 10분 정도를 멈춰서 기나긴 미술사를 설명하던 정우철 도슨트의 모습이 선명하다. 수십 명의 관람객을 이끌고 미술작품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 주던 그의 눈빛은 꽤 차분하고도 빛났다. 그리고 목소리에서 대범함도 엿봤다. 그건 아마 미술 작품을 진심 어린 열정으로 대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며 서서히 그의 해설에 물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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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철 도슨트가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그는 특유의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피카소의 그림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라도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마찬가지로 피카소 작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나였지만 전시장을 빠져나올 땐 전시회의 그림들과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잘 떠올랐다. 타 예술가가 상상하지도, 시도하지도 못한 기법을 피카소가 직접 그림에 적용했다는 점. 여인의 초상화 그림에서 다양한 각도가 표현되었다는 점 등이다. 그로써 피카소가 현대미술의 거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고 기억해 곱씹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평소 이해하기 어렵거나 복잡해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던 전시는,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을 통해 더욱 풍성해졌다. 전시회를 방문한 관객들이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빠져드는 눈빛들로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정우철 도슨트가 비전공자라는 점이다. 영화와 관련된 학과에 진학해 영상 업무를 맡아 일해오던 그는 화가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던 것을 바탕으로 미술을 독학해 도슨트가 됐다. 하지만 그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도슨트의 처우가 타 직종보다 낮은 탓에, 도슨트가 아닌 스태프로 봉사하는 수준이었다. 일하며 보수를 받지 못하고, 또 쉬는 시간 없이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우철 도슨트는 관객들에게 미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너무 재밌어 일을 계속하게 됐고 스스로가 되기를 피하지 않았다. 지속된 노력 덕분일까. 그는 점점 더 빛나기 시작했다. 2019년 ‘베르나르 뷔페’ 전시해설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등의 전시도 해설하며 으뜸 도슨트로 거듭나게 됐다. 또 그 덕분에 ‘도슨트’라는 직업이 새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미술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게 됐다.

 

아직 문화예술계에서는 불투명성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이유로 열정이 가득해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비전공자인 그가 대중처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그 순수함으로 도슨트가 된 이야기는, 이 분야를 꿈꾸는 이들에게 무한한 용기가 된다. 더불어 현재 그가 예술계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정우철 도슨트에게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그의 이야기부터 그가 널리 퍼트릴 무수한 작품의 이야기까지. 그 무한함이 더 많은 관객과 애호가들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력을 전달해 줄지 더더욱 기대된다. 그 끝에는 오직 예술과 우리만이 고유하게 남아있을 것 같다는 예감과 함께 정우철 도슨트가 가진 순수함과 열정만큼, 더 예술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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