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술관 옆 맛집 - 아트선재센터 [음식]

(구)아트선재센터 인턴의 추천 코스
글 입력 2024.03.2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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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인턴으로 아트선재센터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아하는 동네의, 좋아하는 미술관으로 출근한다는 사실이 설레어 매일 들뜬 마음으로 출근하던 게 생생합니다. 대부분의 요일에는 점심을 거르고 부랴부랴 미술관으로 가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출근길에 있는 '우드 앤 브릭'에 들러 빵을 사서 먹으면서 걷곤 했습니다.

 

며칠 전, 함께 인턴으로 근무했던 친구로부터 '우리의 길빵(길에서 빵 먹기) 스팟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추억거리 하나를 잃은 기분이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트선재센터를 둘러싼 또 다른 맛집, 숨은 플레이스들을 기록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언젠가 아트선재센터를 방문하게 된다면, 아래 추천 코스를 따라가 보세요.

 

 

 

#1 간단한 점심 한 끼: 마음을 담아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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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북촌 맛집, 이름하야 '마담면'입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 미술관 직원들도 자주 찾는다고 해요. 깔끔한 한그릇 식사에 감칠맛 나는 반찬들로 구성된 간단하고 정성스런 메뉴를 판매합니다.

 

꽤 가격대가 있는 근처 식당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고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서까래와 한옥 기둥 등 한국의 정서를 담은 내부 인테리어는 북촌 감성을 한껏 느끼게 해 줍니다. 고풍스런 북촌 길을 지나 만난 한옥 건물에서 따뜻한 점심 한 끼를 추천합니다.   

 

 

 

#2 후식으론 특별한 음료를: 정독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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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바로 맞은편 왼쪽에 한 평 남짓한 카페가 있습니다. 이곳은 오랜 기간 정독도서관 옆길을 지킨 작고 귀여운 카페, 정독바입니다. 인턴생활을 시작할 가을 무렵, '홍시 쥬스 개시'라는 포스터를 발견하고 처음 방문한 곳인데요. 기본에 충실한 맛과 계절마다 달라지는 특별한 음료 덕분에 제 출근길 방앗간이 되었답니다.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잠깐의 힐링이었는데요. 날씨 좋은 날 창가에서 혹은 바깥의 귀여운 스툴에 앉아 평화로움을 만끽하길 바랍니다. 그 날은 또 어떤 특별한 메뉴가 있을까요?

 

 

 

#3 봄맞이 전시 관람: 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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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 이제 배도 채웠으니 미술관으로 향해봅시다.

 

아트선재센터는 1998년 개관한 동시대미술관으로, 골목을 따라 걸어오면 길의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겉모습은 그저 회색의 큰 건물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예쁜 한옥과 마당, 그리고 매번 달라지는 넓은 전시 공간과 지하 공연장 아트홀까지. 그야말로 '자세히 보아야 예쁜' 미술관입니다. 물론, 그냥 봐도 건물 벽면의 감각적인 전시 포스터가 늘 눈길을 끌지만요.


아트선재센터는 주로 두 개 이상의 전시를 맞물려 선보입니다. 한 번의 방문으로 두 개의 멋진 전시를 볼 수 있다니,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일까요? 올 봄에는 세 개의 전시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2024.02.16~05.12)과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2024.03.08~05.12)가 이미 공개되었고, 《혀 달린 비》(2024.04.04~05.05)가 개막 예정입니다.

 

찬 바람이 잦아들고 봄 기운이 풍겨오는 4월, 미술관을 방문해 세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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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저녁은 든든하게: 동백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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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들러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무한한 상상과 관찰로 소모된 에너지를 채워줘야 합니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에게 안성맞춤인 뜨끈한 국밥집을 소개합니다. 동백식당은 제주식 돼지국밥과 고기국수를 판매하는 식당입니다. 안국역 1번 출구 아주 근접해 있는데요. 이곳은 꼭 저녁에 방문하길 추천합니다.

 

그 첫번째 이유는 미술관을 나와 덕성여중-고 사이를 따라 걷는 저녁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90년대 가요가 흐르는 식당에서 어둠이 내린 바깥을 바라보며 먹는 밥이 가장 맛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론 국수 면발이 두꺼워 아쉬웠기에 알알이 국물이 스며드는 국밥을 더 추천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함께 나오는 밑반찬이 미치도록 맛있기 때문에 리필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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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미술관은 화이트큐브로 전시 공간과 일상을 분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미술관은 미술을 향유하고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일 뿐 아니라 모두의 일상에 스미는 복합문화센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들은 이미 건물 내부에 카페테리아를 비롯한 휴식 및 취식 공간을 두었습니다만, 한국의 미술관에서는 아직 공간 자체의 성격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금 당장 미술관 건물을 리모델링하지 못한다면,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 카페, 공원을 활용해 해당 '구역'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그래서, 미술관 나들이 코스를 대신 짜드립니다. 한국인의 최고 가치 '밥', '맛집'을 중심으로 말입니다. 입도 짧고 위도 작아 맛있는 음식에 진심인 제가 깐깐하게 선별한 맛집을 추천합니다. 전시 관람 전후로 만족스런 음식과 분위기를 한껏 즐기길 바라는 진심을 담은 '미술관 옆 맛집' 시리즈를 기대해주세요.

 

제 작은 마음이 미술관을 방문하는 당신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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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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