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부재와 존재의 어우러짐 - 에두아르도 트레솔디 [미술/전시]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해주는 것들
글 입력 2024.03.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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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공물들은 처음부터 그곳에 자리했던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사람의 생각에서 비롯되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져 갑자기 세상에 등장한 것이 아닌, 저 너머 들판이나 호수처럼 항상 이곳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그런 대상들이 자연스럽게 주변의 환경 및 사람들과 어우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모난 종처럼 튀어나오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스럽게 자리하는 모습으로 인해 사람들은 그러한 가공물까지 자연스러운 한 풍경 중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하는 과정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무언가 만들어질 때마다 우리는 그 모습에 감탄하곤 한다. 본 오피니언에서는 이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예술가 중 한 사람과 그의 설치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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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doardotresoldi

 

 

에두아르도 트레솔디(Edoardo Tresoldi)는 건축을 통해 사람과 풍경의 대화를 시적으로 끌어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에게 건축은 표현의 수단이자 공간을 읽어내는 결정적인 역할로 자리한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그는 예술 학교를 졸업한 후 조소, 무대 디자인 분야에서 일했으며, 2013년부터는 공공장소 또는 다른 곳에서 설치 미술 작업을 진행했다.


주로 와이어 매쉬를 이용해 제작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건축물의 투명성과 공간의 트임을 보여주는데 이 투명성과 트임성은 물리적인 경계가 희미해 보이는 시각적인 효과를 선보인다. 또한 빛의 반사와 투영은 설치물이 더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하게 한다.


트레솔디는 공간을 읽어내는 주요한 장치로 건축의 언어를 표현의 도구로 활용해 왔으며, 철조망으로 이루어진 구조의 투명성을 특징으로 시공간의 차원을 초월하는 모습을 연출하고자 한다. 예술과 세상의 대화를 담아내고자 했다는 그의 작품들은 코첼라 또는 한시적인 이벤트 장소에서 설치되기도 했다. 이어서 트레솔디의 설치물 중 일부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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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doardotresoldi

 

 

이탈리아의 준키(Giunchi) 공원의 해안가에는 고대 양식의 거대한 기둥들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의 2,500제곱미터를 차지하는 규모의 설치물들은 밤에는 조명이 들어오며 낮과 밤의 공원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공공 예술물로서 영구 설치된 “오페라(Opera)”는 전통적인 건축물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어우러지지 않는 듯한 와이어매시의 조립물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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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doardotresoldi

 

 

해당 지역 자치 단체와 메트로폴리탄 시에서 주최하고 의뢰해 제작된 이 설치물은 트레솔디의 건축물을 꿰뚫는 주제인 거대하게 자리하면서도 투명성을 갖춘 “부재 물질(absent matter)”의 쓰임으로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견고함과 부재감을 동시에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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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doardotresoldi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트 페스티벌을 위해 설치된 에테리아(Etherea)는 네오클래식와 바로크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세 개의 투명한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막 위에 자리한 조형물은 모두 동일한 형태이지만 크기가 다르며, 각각 36, 54 및 72피트의 높이에 배치되었다.


투명성이 드러내는 와이어매쉬를 주로 사용한 건축물은 그 너머 하늘과 구름, 풍경을 함께 담는 것과 동시에 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에테리아의 세 개의 조각과 측정 척도의 구성은 원근법과 차원 관계로 이루어진 광학 효과를 발생시켜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이 하늘과 가까워지거나 또는 멀어지는 듯한 감상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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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doardotresoldi

 

 

에두아르도 트레솔디가 자신의 설치물에 와이어 메시 사용과 투명성을 연구하는 방식은 “부재하는 물질”의 공간을 분명히 드러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어느 한 공간에 그저 존재감만을 뽐내며 자리하는 것이 아닌, 그 공간에 담긴 역사와 정서를 고려하면서 주변의 자연과 지형에 어우러질 수 있는 결과물을 이루어내며, 그렇게 본래 “부재”하던 것은 그 존재감을 독단적으로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


트레솔디의 설치물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라며 동시에 함께 희망해본다. 우리가 머무는 곳에 자리했으나 온전히 자리하지 않은 듯, 너무나 익숙하지만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닌 것들이 조금 더 우리 곁에 생성해 주기를, 자연스레 남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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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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