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대로 따라가다 보니 어쩌다 (영어) 선생님 소리를 듣고 있다.
정규 클래스를 맡기 전에 대체수업으로 몸풀기를 하던 중 여러 질문이 솟아난다. ‘벽에 붙은 칭찬 점수 리스트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10대 청소년들에게 꼭 강의식 교육을 해야 할까?’ ‘나의 말과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좋은 선생님이란 어떤 사람일까?’
주변 분들께 조언을 구해도 여전히 2% 부족한 느낌이다. “처음부터 공부하는 분위기로 꽉 잡는 게 서로에게 편하다,” “아이들에게 무서운 선생님으로 각인시켜 따라오게 만들어라” 등등 일리가 있으나 수긍하기 어렵다. 오징어튀김에 오징어가 덜 익은 느낌처럼 뭔가 찌무룩하다.
그러다 찾아낸 것이 있었으니, 마이크 앤더슨의 『교사의 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습관적인 말들로 학생들이 지시에 따르기를 강요하는지, 대충 훑어봐도 뜨끔하게 된다.
각종 사례와 저자의 경험을 읽다 보면 챗 GPT로 대화하듯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해진다.
1. 벽에 붙은 칭찬 점수 리스트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무언가를 하면 칭찬 점수를 준다는 식의 기브 앤 테이크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보다는 통제를 강화시킨다. 즉각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어떤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말미암아 그 행위 자체의 가치는 더욱 떨어진다.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을 때에도 옳은 행동을 하길 바란다면 이런 언어표현을 금하고 외적 동기가 아닌 내적 동기에 집중해야 한다. (p.114~115+p.119)
2. 10대 청소년들에게 꼭 강의식 교육을 해야 할까: 수업 시작 후 첫 60초는 금빛 순간, 수업 끝나기 직전 60초는 은빛 순간, 그 사이는 모두 잿빛 순간이다. 학생들이 직접적인 설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짧다. 불필요한 문답식 상호작용(“~을 기억하는 사람? 이제 어떻게 하지? 어떻게 그 답을 구했니?” 등)은 줄이되 수업을 10분 단위로 핵심 개념을 하나씩 직접 가르쳐야 한다. 10분이 끝날 때마다 다른 흥미로운 내용을 넣거나 대화식 토론법(카드 짝 찾기, 공통점 찾기 등)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누구든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를 명심하라. (p.158~p.160+p.165)
3. 나의 말과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말 한마디로 학생들의 관점이 달라진다. “역시 똑똑하구나!”같은 말은 재능이나 고정된 속성을 강조하며 그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고정관념을 갖도록 유도한다. “열심히 했구나!”라는 말은 성공에 있어 근면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 수 있도록 성장관점을 북돋는다. 이처럼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교사가 말하는 방식으로 인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왜곡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내기 위해 항상 교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p.20+p.129+p.131+p.146)
4. 좋은 선생님이란 어떤 사람일까: 훌륭한 교사는 배움에 능통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이 마주치는 모든 어른을 학습자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사 스스로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도전하기 위해 애쓰고, 그러한 수고를 기꺼이 즐기는 Chief Learner(대표학습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온종일, 교사는 학생들에게 ‘어른답게’가 무엇인지 시범 보인다. (p.25+p.192+p.210)
꼭 교사가 아니어도 좋다. 나처럼 학원에서 티칭을 하고 있다면 ‘교사’ 단어에 ‘쌤’을 대입해 보면 더 와닿는다. 학부모는 또 어떠랴, 티쳐스 뿐만 아니라 페런츠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다.
교사도, 선생도, 학부모도 모두 대표학습자로서 아이들에게 어른다움을 보여주길 바라며. 어른답게 기억되길 바라며. 우리 학생들이 올바른 어른다움을 닮아가길 바라며.
어깨가 묵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