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리로 감각하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 논알고리즘 챌린지 파트1 :귀맞춤 [미술/전시]

인간과 비안간의 관계를 감각하다
글 입력 2023.10.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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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인간화’, ‘인간과 기계의 탈경계화’. 현대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며, 인간과 유사한 사고 체계를 가진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해체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에 새로운 담론이 등장했다.

 

가령, AI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의 저작권 문제나 AI의 감정 표현으로 나타나는 자의식이 이에 해당한다. 미래에 닿을수록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 모호함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사유함과 동시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질문해 볼 수 있다.


10월 18일 – 11월 16일 세화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 <논알고리즘 챌린지 파트 1 : 귀맞춤>은 이러한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와 관계 속에서 ‘인간다움’에 대해 다각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3개의 파트로 구분된 전시 중 첫 시작을 알린 파트 1 <귀맞춤>은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해 비정형적 사고를 탐색하며, ‘보는 행위’로 자리 잡은 전시를 청각적 경험을 통한 감각으로 전환한다.

 

 

 

음정을 음악으로 재감각하는 과정 – 원우리 <음정응답>


 

원우리 작가의 <음정응답>은 컨트롤러 조작을 통해 각기 다른 음정과 간격의 소리를 선택해 보며, 음악으로서 재감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관객들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정과 간격을 청취한 후 자신이 듣기에 좋은 소리, 싫은 소리를 선택하고, 머신러닝 기술은 이 선택을 학습하여 관객의 취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음악을 구성한다.

 

이를 통해 매질의 진동, 하나의 전자신호로 존재하던 소리와 음정이 각기 다른 음악으로 재구성되는 것을 감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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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리 <음정응답(2023)> ©세화미술관


 

 

배인숙 <사운드 오브 시티> 일상 속 소음의 음악화


 

광화문 일대의 소음을 담아 새로운 음악으로 작곡해 보는 체험형 작품 <사운드 오브 시티>는 일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음을 소리화하여 음악으로 재탄생시킨다. 박자를 나타내는 가로 16칸과 소리를 나타내는 세로 8칸의 공간에 공을 넣어 선택한 소음이 음악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관객의 직접적 참여를 통해 우리와 밀접한 일상의 소음들을 시각화하며, ‘새로운 관점으로 듣기’를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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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숙 <사운드 오브 시티(2023)>

 

 

 

전형산 <다크필드> 알고리즘의 새로운 청각적 경험


 

우리 일상 속에 내재된 시각중심주의와 새로운 감각의 전환을 선보이는 다크필드는 총 6대의 스마트폰에 인공지능이 구축한 알고리즘에 따라 인스타그램 릴스를 송출한다. 릴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바닥에 놓인 소리 변조 장치를 관람자들이 조작함으로써 영상의 소리가 해체됨과 동시에 뒤섞인다.

 

알고리즘이 구축한 시각적 이미지와 영상들을 해체시키고, 관람자에게 참여를 통한 새로운 청각적 경험과 감각을 제시한다.

 

 

전형산 다크필드.jpg
전형산 <다크필드; 모노리스> ©세화미술관

 

 

“오감 중에서도 ‘청각’은 외부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을 가장 잘 ‘감각’ 할 수 있는 과정이다. 듣는다는 것은 계속해서 외부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의미이다... (중략) 내가 듣고자 하는 소리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를 방해하는 다른 소리는 모두 소음으로 치부된다.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여러 소리 속에서 내가 원하는 신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 논알고리즘 챌린지 파트1. <귀맞춤> 소개글 中

 


해당 전시에 나타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속 ‘인간다움’의 특성은 0과 1, 명령어로 이루어진 정형적 사고가 아닌 자율적 사고를 기반으로 연결되는 비정형적 사고를 다루고 있다.

 

전시와 결부된 비정형적 사고로 끊임없이 발생하는 소리 중 자신이 듣고자 하는 소리를 선택해 그 소리에 감정을 불어넣는 것, 감각을 통해 의식하고, 자신만의 사고를 거쳐 주체적인 사유를 행하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보는 전시’가 아닌 ‘듣는 전시’로서 청각적 실험의 장을 펼치는 논알고리즘 챌린지 파트 1 : <귀맞춤>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속 우리의 존재와 역할을 사유하고, 자신의 감각을 온전히 느껴보길 바란다.

 

 

[윤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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