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향인, 핫한 페스티벌에 가다

글 입력 2023.10.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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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그해 4월 취업을 했다. 지금까지 두 번 회사를 옮겼지만, 여전히 직무는 비슷하다. 모니터를 보고 타자기를 두드리고, 기획하고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는 사무 업무다.


종종 거래처와 미팅을 할 때도 있지만,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줄곧 일주일 중 5일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리 사무실에 있는 편. 시간으로 따지면 점심시간 제외 1년 중 80일은 책상에 앉아있던 셈이다.


같은 루틴으로 일상을 살아온 지 벌써 7년. 실내 활동에 익숙해진 나는 자연스레 집순이로 발전했다. 웬만한 일 아니고선 집에 있는 걸 선호하고, 일주일 넘도록 집 안에만 있는 것도 가능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친구들과 만나 조잘거리는 게 큰 낙이었는데, 이젠 집의 고요함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보통 걸어서 출퇴근하지만 유독 집이 그리운 날은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빌린다. 그리곤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루트 중간에 높고 긴 언덕길이 하나 나오는데, 힘에 부쳐도 멈춤 없이 달리면 퇴근길이 절반 이상 단축된다. 아, 물론 급한 일이 있는 건 아니다.


집 안으로 들어와 현관문을 닫고, 신발을 벗으며 ‘휴우우’ 큰 숨을 내뱉을 때의 행복을 아는지? 이제 안전하고 따뜻한 완전한 내 공간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면, 안도감과 만족감이 큰 파도처럼 나를 덮친다.


그리곤 가을에 어울리는 잔잔한 노래를 틀고 따뜻한 물로 샤워한다. 이어 머리까지 보송하게 말리고, 잘 개어놓은 보드라운 잠옷을 꺼내 입는 과정까지만 거쳐도 이미 하루치 행복 초과 달성이다.


그리곤 이번 명절에 받아온 커다란 상자에서 생감자를 두어 개 꺼내 기다랗게 자른 뒤 후추와 소금, 올리브 오일을 뿌려 에어프라이어에 200도 20분을 돌린다. 한숨 식혀 그릇에 담으면 바삭한 감자튀김 완성. 냉장고에 넣어 놨던 시원한 레드 와인을 쪼르르 따라 입술만 축이는 정도로 곁들인다.


여기에 몰입도 높은 고전 소설책이나 몇 번 반복 시청해도 질리지 않는 미국 시트콤 ‘모던 패밀리’를 즐겨주면 내 하루 마무리는 완벽하다.


이렇게 소소하지만 명확하게 정해진 내 행복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간다. 외부적인 것보다는 내적 요소에 관심이 더 많고, 사생활을 누구보다 풍성하게 즐긴다. 극 내향형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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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가 최근 서울 근교에서 진행된 페스티벌로 원정 출장 아르바이트를 다녀왔다. 그것도 2박3일 밤을 꼬박 새워 노는 핫한 파티에. (페스티벌 협업 외식 업체가 지인 회사라 사실 아르바이트라기보다 무급여 노동에 가깝다)


내가 할 일은 F&B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주문을 받고, 간단한 조리 보조 및 음식을 세팅 및 내어주는 일이었다. 일단 사무실에서 쓰는 미소의 4.5배에 해당하는 밝은 표정을 장착했다.


사람들은 춤을 추다 모여 앉아 음식을 먹었다. 또 요깃거리로 충전한 에너지로 다시 나가 춤을 췄다.


사람들은 다채로운 개성을 선보였다. 알록달록한 색상과 가죽, 스판, 레이스 등 폭넓은 재질, 여기저기 구멍이 나거나, 끈으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패션도 많았다. 하지만 놀란 눈으로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서로 손뼉을 쳐주며 칭찬했다.


이들은 방금 마주친 사람과 친구가 되고, 금세 합석하기도 했다. 또 얼큰하게 취해서는 MBTI와 같은 건전하고 귀여운 이야기를 나눴다. 가벼운 춤 동작을 알려주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릴스를 촬영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 귀여운 장면들은 모든 내 예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냅킨을 가져가도 되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심스레 물어보고, 갓 조리돼 나온 음식을 받아 들고는 맛있겠다며 환호성을 지르고, 10분 대기해야 한다고 말하면 문제없다며 엄지를 척 내밀었다. 음식이 맛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폴짝폴짝 다시 뛰어 돌아오는 친구도 있었다.


상냥하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팡팡 튀는 에너지의 전파력은 꽤 컸고, 의무적으로 장착한 미소 대신 진짜 웃음이 입술 밖으로 흘러나왔다.


다른 색을 지닌 사람들의 유쾌함에 매료되는 것은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제는 때때로 적절한 믹싱도 중요하다는 걸 안다. 팔레트 경계선 안의 진한 색깔이 행복하다고 해서 단색으로만 살아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글리터나 연한 베이지, 살구색과 섞이면 내가 몰랐던 반짝거림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명료하고 강한 색재에 속도감 있는 색채를 더하면 생명력 있는 분위기가 탄생한다. 조화롭게 뒤섞인 색은 작품에 아름다움을 더하기 마련이다.


난 다시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나만의 색깔로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당분간 에너지를 비축하며 집순이의 일상을 이어 나가겠지만, 때때로는 여러 색을 잘 엮어낼 기회에도 두 팔 벌려볼 예정이다.

 

 

[김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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