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스우파를 사랑하는 이유 [드라마/예능]

스우파 1, 스걸파, 스우파 2의 공통점
글 입력 2023.10.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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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10시가 되면 회사 일에 지친 몸뚱이를 끌고 티비 앞 소파에 앉는다. Mnet 댄스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 2(이하 스우파2)’를 보기 위해서.

 

나의 콘텐츠 취향은 극과 극을 달린다. 한쪽은 ‘뿅뿅 지구오락실’, ‘마루는 강쥐’ 같은 무해 & 힐링 코드, 다른 한쪽은 ‘환승연애’, 나는 솔로’ 같은 도파민의 끝이다. 스우파2는 후자에 속한다. 도파민이 폭발하는 콘텐츠는 순간적인 몰입도는 좋지만, 쉽게 기가 빨려 장시간 시청이 어려워 클립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스우파는 도파민 자극류인데도 시즌 1부터 스걸파, 스뚝파, 스우파 2까지 매주 빠지지 않고 풀 방송을 챙겨보고 있다. 유치원 때 교회에서 배운 율동 이후로 춤과 담을 쌓은 사람인 나는 어쩌다 스우파를 사랑하게 됐을까. 스우파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고찰해 봤다. 댄서들의 캐릭터나 다양한 춤 장르 같은 대중적인 이유를 제외하니,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었다.

 

 

 

자기 일을 자랑스러워 하고 사랑한다


 

스우파에 영업 당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이하 인급동)이었다. 세상에 관심이 많은 나는 종종 아침에 일어나면 유튜브 인급동 목록,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목록을 훑어본다. 그런데 어느 날, 인급동에 처음 보는 예능 클립 여러 개가 올라와 있었다. 댓글을 보니, 단순한 댄스 서바이벌인 줄 알았는데 댄서 간 서사가 미쳤다는 반응이 많았다.

 

어떤 서사이길래, 그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댄스 경연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게 된 건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1화, 2화를 몰아봤고 그 길로 스우파에 입덕했다. 물론 같은 업계에서 오랜 기간 동고동락하며 쌓은 서사가 매우 영화 같고 재밌었지만,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빛나는지 알게 됐다. 안 그래도 댄서는 직업으로 잘 인정되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 무대나 수업이 대폭 줄어들어 생계유지가 급격히 어려워졌었다. 따라서 댄서들은 당시 투잡, 쓰리잡을 뛰거나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힘든 환경에 꿈을 포기할 수도 있었으나, 춤을 너무 사랑해서 계속해서 댄서를 그만두지 않았고 인고의 시간 끝에 스우파에 나와 대중 앞에 춤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항상 아티스트가 빛날 수 있도록 무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다가 주인공이 된 댄서들은 반짝반짝 빛났다.

 

스우파 시리즈를 보다 보면 자주 접하는 문장이 있다. 춤을 너무 사랑해서, 춤이 곧 나다 같은 류의 문장이다. 시즌 1 당시 나는 한창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었기 때문에, 무모해 보일 정도로 춤에 대한 확고한 사랑이 존경스러웠다. 사랑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일을 잘한다. 자부심과 사랑이 넘치는 만큼 의욕적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자기 업에 대한 태도 하나로 스우파 속 댄서들은 가만히 있어도 후광이 비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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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에 독기 있는 태도로 임한다


 

댄서들의 춤에 대한 확고한 마음가짐이 가장 큰 이유라면, 두 번째 이유는 독기의 순기능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나는 회피형에 가까운 평화주의자이다. 독기는 곧 고집으로 이어지고 고집은 욕심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갈등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타입이라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싸움을 원하는 이기주의자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에는 갈등이 필수적이다. 책 ‘다른 의견’에서는 조용한 것은 가짜 평화라고 이야기한다. 상황에 따라 직설적인 표현이나 분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로 다른 의견이 대립함으로써 너와 나의 세계가 넓어지고 발전할 수 있다.

 

경연마다 크루의 생존을 위해 경연에 치열하게 임한다. 카피 미션인데도 팀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안무로 수정해 완성도를 높이고, 촬영 중 안무가 더 돋보이기 위해 의상을 갑자기 수선하기도 하고, 본인이 어필되는 구간을 늘리기 위해 디렉터에게 따로 아부 섞인 부탁을 하기도 한다.

 

물론 임의로 룰을 살짝 뒤틀거나 아이템을 독점하는 경우는 사람에 따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나 역시도 원래는 그런 편에 속했으나, 스우파를 보면서 살짝 태도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독기 있게 자신의 몫을 챙기려는 사람을 탓했다. 지금은 그 행동을 탓하기보다, 우직하게 룰을 지키는 팀을 조금 더 격려할 뿐이다.

 

스우파를 보면 직설적인 표현, 강한 행동이 이기심만 뜻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작은 하나라도 크루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몸부림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기 때문에 비판을 감수하고 행동한다.

 

각자의 최선과 진심이 모였기에 스우파 시리즈 속 경연이 더욱 박진감 넘치고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된 거 아닐지 싶다. 무조건 안전과 평화를 추구하기보다, 해내야겠다는 야망을 갖고 독기 있게 행동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나비효과를 배웠다.

 

*

 

매주 새로운 구성과 다양한 춤 장르, 한 몸 같은 크루 합을 보며 탐험가의 기쁨을 느낀다. 와, 저런 것도 있구나. 이 가사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현란한 춤에 눈이 즐겁지만 춤과 경연에 대한 댄서들의 진심 어린 태도에 더 깊은 감동을 얻는다.

 

편집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는 추세고, 경연 룰이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시즌을 막론하고 스우파의 본질이 되는 댄서들의 태도는 항상 같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스우파 시리즈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이도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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