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돌아온 반짝임 – 시스터즈 [공연]

조명과 재현 – 분주한 분장대
글 입력 2023.09.22 12:0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뉴진스, 에스파, 르세라핌, 아이브, 스테이씨

 

누구나 알게 모르게 들어봤을 이름이다. 길거리에서, 카페에서, 술집에서 4세대 걸그룹 노래를 주구장창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4세대 걸그룹 이전엔 레드벨벳, 트와이스, 블랙핑크를 포함한 3세대 걸그룹이 있고, 그 위에는 2세대 걸그룹 원더걸스, 카라, 소녀시대, 그리고 그보다 더 이전에는 1세대 걸그룹인 SES와 핑클이 있다.

 

그 이전에는?

 

 

 

“그 시작에 우리가 있었지!”


 

2023 쇼뮤지컬 시스터즈_프로필합본.jpg

 

 

<시스터즈>는 걸그룹의 조상 격인 시스터 6팀을 보여준다.

 

1935년 조선악극단 여성 단원으로 구성된 '저고리 시스터즈'를 시작으로 1950년대 미국에 진출한 '김시스터즈', 1960년대 '울릉도 트위스트'와 CM 송으로 사랑받은 '이시스터즈', 미군 부대를 시작으로 세계를 활보한 윤복희의 '코리아 키튼즈', 1970년대 가요계를 휩쓴 쌍둥이 자매 '바니걸스', '희자매'로 데뷔해 솔로 가수로도 대성한 인순이까지 이어진다.

 

이들은 디뎌야 할 것이 많았다. 으레 개척자들이 겪듯, 앞길이 보이지 않는 노력과 그들을 선망하면서도 질타하는 대중들의 반응을 견뎌야 했다. 일제 식민 치하, 한국 전쟁, 유신체제 등 한국 현대사의 억압도 혼재했다.

 

꿈, 낭만. 참 아름다운 말이지만 시스터들은 어려운 상황 속 생계와 성공을 위해 노래하고 춤췄다.

 

 

[2023 시스터즈]저고리시스터(정유지.jpg

 

 

‘저고리 시스터즈’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무대에서 ‘아리랑’을 금지당하자 다른 곡에 섞어 ‘아리랑’ 구절을 뽑아냈다.

 

‘김시스터즈’는 이난영이 말한 ‘남자 멀리, 닥치는 대로 악기 연습, 성공하기 전까지 돌아오지 말 것’이란 조언을 새기며 척박한 미국 땅에 자리 잡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코리아 키튼즈’는 영국BBC의 <투나잇쇼>에도 출연하며 존재를 알렸고, 쌍둥이가 흉으로 여겨지던 시절, ‘바니걸스’는 쌍둥이에 대한 인식을 차츰 바꿨다.

 

<시스터즈>는 유신체제에서 클럽에서 금지곡을 들으며 춤추던 청년들의 모습도 보여주며 시대를 재현한다.

 

 

 

조명과 재현 – 분주한 분장대


 

[2023 시스터즈]시스터즈(홍서영.jpg

 

 

<시스터즈>는 현세대 뒤 잊혀진 과거의 주역들을 조명한다.

 

‘You’re My Sunshine’, ‘울릉도 트위스트’, ‘커피 한잔’, ‘검은 장미’, ‘거위의 꿈’. 4세대 걸그룹을 향유하는 이들도 모두 어렴풋이 알지만 ‘누가’ 불렀는지는 모호한 명곡들의 주인을 찾아 호명한다.

 

과거 걸그룹들을 초대하는 쇼뮤지컬다운 무대와 당시 무대 의상과 분장, 시스터즈 활동 당시 자료들, 역사적 배경 설명을 돕는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지며 연출된다. 10인조 밴드를 비롯해 ‘그 때 그 시절’다운 모습은 당대를 살았던 관객들은 무대 보듯 즐기게 하고,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은 ‘캐릭터프리’로 여배우 10명이 6명의 시스터 배역을 돌아가며 맡는다. 주연으로는 시스터 한 명을 맡으면서 단역으로 다른 시스터 3-4인을 연기한다. 쉴 새 없이 바뀌는 의상과 분장, 히트곡 노래와 안무를 소화하는 것은 그야말로 배우들의 차력쇼다.

 

시스터들의 본래 그룹명 대신 ‘시스터 1, … 시스터 6’으로 이름 짓고 배우들이 배역을 돌아가며 맡으면서 ‘그룹’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과거의 주인공으로서의 ‘시스터즈’ 정체성이 강화된다.

 

동시에, 수미상관으로 시스터들이 각자의 그룹과 이름을 소개하는 장면은 그들을 ‘시스터’로 드러낸다.

 

 

[2023 시스터즈]김시스터즈(김려원.jpg

 

 

본 극은 일제 치하와 한국 전쟁 이후 한국인들의 상실을 다독이고, 미국을 비롯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한국을 알리고, 검열받던 시대에서도 음악을 한 시스터들을 조명한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대중의 사랑 받는 것은 이들의 일이고, 생계였다. ‘분장대’는 그들이 조명받는 무대에 올라가기 전, 그리고 내려온 후에 머무는 곳이다. <시스터즈>는 이들이 분장대에 머무는 장면으로 그들이 활동하며 경험했을 걱정, 비애, 다짐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여성으로서, 동양인으로서, 연예인으로서 겪은 다층적인 차별은 그곳에서 삼켜졌다. 분장대는 그들의 시작이었다.

 

흑백 TV와 라디오로 전해지던 시스터즈가 화려한 색채의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별처럼 빛나는 의 반짝임을 담아가길 바란다.

 

 

[정은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