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앙상블오푸스가 들려주는 현대음악: 류재준 & 최우정의 소나타

글 입력 2023.09.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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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오푸스_류재준 최우정의 소나타스 포스터.jpg



종종 공연 프로그램을 보다가, 초연되는 작품이 있으면 시선이 확 끌리게 되는 것 같다. 그 공연에서 연주되는 작품이 한국 초연이라면 한국에서 처음 연주되는 것이라서 궁금해지고, 세계 초연이라면 더더욱 레퍼런스가 없는 작품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접해볼 수 있기 때문에 관심도가 높아지는 편이다. 그래서 초연되는 작품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을 때, 공연 일정 역시 내가 맞출 수 있는 공연이라면 가급적 가려고 하는 편이다. 그 처음의 순간에 함께 하는 것이 굉장히 뜻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9월 8일 금요일에 있었던 앙상블오푸스 제22회 정기연주회는 굉장히 의미있는 무대였다. 이 날의 공연은 모든 작품이 다 세계 초연되는 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주회의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류재준과 최우정의 소나타 작품들로만 구성된 이번 연주회는 다시 말해 앙상블오푸스가 들려주는 현대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류재준 그리고 최우정 두 사람이 소나타라는 형식을 통해서 과연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무대는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PROGRAM 



 

류재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 (세계초연)

Jeajoon Ryu, Sonata per violoncello e pianoforte No.3(World Premiere)

I. Moderato

II. Allegro con moto

III. Lamentoso

IV. Allegro con brio

연주_ 첼로_ 김민지, 피아노_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최우정,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세계초연)

Uzong Choe, Sonata for Piano and Clarinet, 'Water of Life'(World Premiere)

I. V.

II. VI.

III. VII.

IV. VIII.

연주_ 클라리넷_ 조인혁, 피아노_ 김규연


INTERMISSION


최우정,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세계초연)

Uzong Choe, Sonata for Piano and Viola, 'Dark Rainbow'(World Premiere)

Day 1, Andante

Day 2, Con moto

Day 3, Allegretto

Day 4, Grave-Allegro

Day 5, Presto-Grave-Vivace

Day 6, Presto

Day 7, Andante

연주_ 비올라_ 김상진, 피아노_ 임효선


류재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개정판 세계초연)

Jeajoon Ryu, Sonata per violino e pianoforte No.3(2nd edition World Premiere)

I. Moderato

II. Allegro vivace

III. Andantino

IV. Allegro con brio

연주_ 바이올린_ 백주영, 피아노_ 박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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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앙상블오푸스 제22회 정기연주회의 시작은 류재준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의 세 번째 첼로 소나타이자 이번 무대에서 세계초연될 이 작품이 어떨지, 객석에서의 기대감이 높다는 게 분위기만으로도 느껴졌다. 첼리스트 김민지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무대 위에 자리잡고, 첫 음을 연주하기 시작하는 순간까지 굉장히 긴장감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비범하게 선율이 시작되었다. 첼리스트 김민지의 독주로 시작한 1악장 모데라토는 차분한 가운데에 힘이 느껴졌고, 예측가능한 듯하면서도 절대 예측할 수 없는 선율이 전개되었다. 작곡가 류재준은 이 작품을 첼리스트 거장 아르토 노라스에게 헌정하면서 마에스트로의 인생을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뭔가 초연한 선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2악장은 초연함에서 벗어나 다소 현란하게 흘러갔다. 민요풍의 주제를 활용해서 그런지 독특하게 느껴지는 패시지들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매력적이었던 것은 3악장이었다. 3악장 라멘토소는 첼로의 더블 스토핑 독주로 시작하는데, 이 서주 부분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정말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첼로의 선율이 인생을 서글프게 노래하고 있어서 가슴에 사무쳤다. 여기에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피아노 선율이 더해지자 조금씩 열정이 가미되면서 강렬하게 발전되어갔다. 뜨겁고, 아름답고, 하지만 그래서 한편으로 슬프기도 한 것이 인생 아니던가. 첼로와 피아노의 조합으로 인생의 그 달면서도 쌉싸름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마지막 4악장은 류재준이 화려함을 발휘한 악장이었다. 시작 부분에 피아노 선율이 마치 오른손 전용 에뛰드마냥 시작을 하는데, 빠르면서도 힘 있게 지지하는 피아노 선율 위로 첼로가 얹어지기 시작하자 피날레가 더욱 화려하게 불타올랐다. 열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선율 끝에 맞이한 종지부는 짜릿함의 극치였다. 현대음악의 아름다움과 미묘함이 고전적인 틀을 바탕으로 우아하게 녹아든 이 작품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당연히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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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두 번째 곡은 작곡가 최우정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Water of Life'였다. 이 작품 역시 세계초연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최우정의 작품을 현장에서 듣는 것이 처음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가 이 작품으로 클라리넷과 피아노의 어떤 면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되었다. 공연 시작 전에 프로그램 북을 봤을 때 총 8악장으로 작곡되어 있는 것 또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악장에 빠르기 같은 지시어를 전혀 붙이지 않은 채로 8개의 악장이나 담아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작곡가가 악장마다 빠르기를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작품의 표제로 어느 정도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게끔 안배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1악장부터 마치 수면 위를 강하게 때리는 물방울들의 움직임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김규연이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1악장의 도입부에서부터 굉장히 몰입하여 타이밍을 모색한 다음, 강렬한 타건으로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이에 비해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이 연주하는 클라리넷 선율은 긴 호흡으로, 선율이라기보다는 한 음을 길게 끄는 형태로 연주했다. 1악장의 이 모티브는 최우정의 소나타 Water of Life 전반적으로 발전되어 재현되는 주제였다.


2악장 역시 1악장의 음형 모티브가 동일하게 등장한다. 클라리넷의 선율은 음향적 효과를 내는 것에 가까운 형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3악장에서, 드디어 멜로디라 할 만한 것이 나왔다. 1, 2악장이 비대칭적이었던 것에 비하면 더 대칭적이고 안정적인 느낌의 진행이 이루어졌다. 4악장은 이를 이어받아 더욱 활발하고 생명력이 넘쳤다. 무궁동 진행이 나타나기도 하고, 캐논이 나타나기도 해서 작곡가 최우정이 그저 음향적인 효과만을 노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5악장과 6악장은 클라리넷에 주목하게 되었다. 피아노는 선율적인 진행이 이루어지는데, 클라리넷은 강렬한 효과음처럼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6악장에서는 트릴 소리를 계속 내야 해서,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에게도 굉장히 도전적인 순간이었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즐겁게 들었던 것은 7악장이었다. 현대음악이 어려운 비전공자에게는 역시 이런 게 제일 가깝고 편하게 느껴지나보다. 7악장은 현대음악적인 요소가 강한 이전의 악장들에 비해 명확하게 들리는 주제와 다양한 리듬으로 인해 들으면서 따라가기 수월했다. 무엇보다 피아노와 클라리넷이 한 호흡으로 리드미컬한 변주를 보여주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마지막 8악장은 다시금 드라마틱한 순간으로 돌아가 종결되었다. 물에서 생명이 만들어지고, 그 생명이 사라지지만 또 다른 생명이 탄생할 것임을 암시하는 듯한 구성으로 작품이 이루어져있다는 프로그램 북의 설명이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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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류재준-최우정의 작품 순서로 연주되었다면, 2부에서는 반대로 최우정-류재준의 작품 순으로 연주되었다. 그래서 2부의 첫 곡은 최우정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였다. 1부에서 느꼈던 최우정의 작품이 굉장히 독특하고 현대적이었기 때문에, 비올라 소나타 작품 역시 범상치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Dark Rainbow라 붙은 표제만큼이나 역시, 비범한 작품이었다. 우선 이 작품 역시 7악장이라는, 굉장히 여러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클라리넷 소나타 작품과는 다르게 악장에 지시어가 붙어 있었다. 그래서 작품이 연주되기 전에 조금이나마 해당 악장에 대한 인상을 가져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시어만으로는 최우정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다이나믹과 드라마를 충분히 유추할 수 없다. 그의 작품은 절대 예측의 영역에 속하지 않았다. 순전히 경험으로만 느낄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우정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피아노와 비올라가 보여줄 수 있는 오묘함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었다. 예컨대 어둡고 우울하면서도 여러 색깔이 담긴 1악장 안단테에 드러나는 화성은 마치 스크리아빈의 신비코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이 1악장의 주제는 뒤이은 악장에서 다시금 발전되고 재현되는데, 2악장과 3악장에서는 1악장의 마지막 부분을 모티브로 하여 또 다른 빛과 어둠을 선보인다.


그런가 하면, 4악장은 1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드러나는 피아노 베이스로 일렁이듯 시작하면서 점차 강렬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2악장과 4악장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이점은 중간에 우리가 알 법한 동요 선율이 삽입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그 익숙한 멜로디 전체를 다 사용하는 것은 아닌데, 갑작스레 귀에 꽂히는 익숙함에 아마 관객들의 이목이 확 끌렸을 듯하다. 나도 순간 내가 잘 들은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여기에 이어지는 5악장은 굉장히 독특하다.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선율을 연주한다기보다는 음을 상승시키거나 하강하기를 반복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글리산도로 연주해서 마치 비올라 소리가 사이렌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어찌나 독특하던지. 클라리넷 소나타에선 클라리넷에 엄청난 트릴을 주면서 독특함을 실어주었다면, 비올라 소나타에서는 이 글리산도 패시지의 연속으로 확실한 색깔을 드러낸 것이다.


그 뒤에는 가장 짧고 굵었던 6악장이 있었다. 프로그램 북에 따르면, 무에서 섬광이 번쩍하는 듯한 모습을 묘사한 뒤 무로 돌아간다고 표현되어 있다. 정말 딱 맞는 표현이긴 한데, 작곡가 최우정의 의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7악장까지, 피아니스트 임효선과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분투해주었다. 무지개에서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그 빛이 들리다 사라지는 듯한 모습들을 그려주면서 작품이 끝마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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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작곡가 류재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이 연주되었다. 이 작품은 작년에 세계초연이 이루어졌던 작품인데, 그 때의 연주 이후 3악장과 4악장 일부를 첨삭하여 개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무대에서 연주된 것이 바로 개정판의 세계초연이었다. 이 작품의 연주를 위해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무대 위로 나섰다.


두 연주자가 들려주는 류재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을 듣고 있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류재준과 최우정 모두 현대음악가지만 두 사람의 결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 갑자기 강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번 공연의 수미상관을 이룬 류재준을 먼저 언급하자면, 그는 현대음악가인 동시에 이번 무대에서 보인 소나타 작품들을 통해 고전적인 양식을 바탕으로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선율과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소나타에서 느낄 수 있는 향취가 있어 온고이지신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났다. 2부 마지막을 장식한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특히 그런 현대적인 매력과 소나타만의 고아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반면에 최우정은 현대음악가여서 그런지 훨씬 더 전위적이었다. 소나타는 좁은 의미로는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기악곡을 통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우정은 이번 무대에서 선보인 두 곡의 소나타는 우리가 익히 아는 소나타 형식에 가까운 것이라기보다는, 기악곡으로서의 소나타를 말하는 것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 같았다. 형식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으로 그림을 그려냈다는 것이 느껴지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현대적인 어법의 작품들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류재준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들으니 어려워도 더욱 재밌게 느껴졌다. 치밀하게 마디마디를 구성한 그의 노력이 새삼 전통과 혁신을 모두 담아내고자 하는 분투였다고 생각하니 더욱 놀랍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마지막 음을 맺고 끝나는 그 순간까지 같은 호흡으로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정 전 작품의 초연을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분명히 이번 개정판이 훨씬 더 좋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듣는 이를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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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이번 앙상블오푸스 제22회 정기연주회 무대에 오른 모든 연주자들이 무대 위로 나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작곡가 류재준과 작곡가 최우정까지 함께 무대 위로 올랐다. 그들이 연주자들에게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번 초연이 작곡가 본인들에게는 어떻게 와닿았을까 궁금했다. 현대음악이 아직도 어려운 비전공자 관객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음악회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무대였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연주자들이 퇴장하기에 앞서, 두 작곡가가 출입구 앞에 서서 연주자들이 모두 들어갈 때까지 박수를 보내며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쉽지 않은 작품들을 아름답게 전해준 연주자들 덕분에, 관객들도 현대음악의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앙상블오푸스에서 현대음악 위주로 공연을 기획한다 하더라도 믿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년 기획공연은 어떻게 준비할런지 벌써 궁금해진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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